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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북면 신경리 팥죽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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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북면 신경리 팥죽고개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6.04.25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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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감동한 효심, 고개를 팥죽색으로 바꾸다

▲ 홍북면소재지에서 내포신도시 팥죽고개로 이어지는 언덕.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우리고장 충청남도청이 자리한 내포신도시 주변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전설들이 많이 전해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포신도시 건설로 인하여 옛 자취는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내포신도시 동쪽으로 중흥아파트가 자리잡은, 홍성군 홍북면 신경리에는 야트막한 고개가 있었다. 이 고개 이름이 ‘팥죽고개’였다. 팥죽고개는 홍북면소재지에서 내포신도시로 통하는 언덕을 내려오면서 중흥아파트 앞으로 흐르는 하천과 만나는 야트막한 고개였다. 팥죽고개가 끝나는 지점에는 용봉산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을 건너다니던 작은 다리가 있었다.

팥죽고개에는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효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효녀의 아버지 김씨는 농사지을 땅도 없었고 병까지 들었으므로 힘든 일을 할 수 없었다. 이웃에서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을 얻어다가 짚신을 삼아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나갔다.

아버지가 짚신을 삼으면 어린 효녀는 이웃 장터에 나가 팔곤 했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린 효녀가 집안 살림을 맡아 근근하게 생활을 꾸려나갔다. 아버지가 짚신을 삼아서 파는 수입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효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웃집으로 품을 팔러 가곤 했다.

어느날 효녀는 아버지가 삼아놓은 짚신을 머리에 이고 이웃 장터로 나갔다. 효녀는 장터에서 짚신을 팔기 위해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이날따라 짚신은 잘 팔리지 않았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짚신을 모두 팔았다.

효녀는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몸이 아픈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바빴다.

집으로 급하게 달려가던 효녀는 시장 골목 팥죽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팥죽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맛있는 냄새가 새어나왔다.

‘저 팥죽을 아버지에게 한 그릇만 사다 드려야겠구나.’

효녀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있을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팥죽집으로 들어가 팥죽 한 그릇을 사들고 나왔다.

효녀는 마음이 급했다. 팥죽이 식기 전에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었다. 팥죽을 품에 감싸 안고 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벌써 해는 서산에 지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산길은 조심하지 않으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효녀는 요리조리 어두운 밤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급하여 서둘다가 그만 돌부리에 발이 걸리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효녀가 들고 있던 팥죽그릇은 고개 아래로 굴러 내려가며 팥죽이 여기저기로 쏟아져 나왔다.

효녀는 더듬더듬 팥죽그릇을 찾았다. 팥죽그릇은 여러조각으로 깨어졌고 팥죽도 남아있지 않았다. 주변으로 흩어진 팥죽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냐? 하루 종일 굶으셨을 아버지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효녀는 너무도 속이 상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엉엉 목을 놓아 한없이 울었다. 한참동안 울다가 터덕터덕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이었다.

효녀가 넘어졌던 고개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이상하게도 고개 전체가 온통 팥죽색으로 변해있었다.

“그거 참으로 이상한 일이구먼.”

마을사람들은 지난밤 사이에 팥죽색으로 변한 고개를 바라보며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마을사람들의 궁금증은 저녁 무렵이 되면서 속 시원하게 풀렸다.

“어제 밤에 김씨네 딸이 팥죽을 엎었다는구먼 그려.”

“짚신을 팔고 병든 아버지에게 드리려고 사오던 팥죽이었다는구먼.”

“이건 필시 하늘이 감동한 일이로구먼.”

마을사람들은 고개를 오르내리며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효녀의 효성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 후로 효녀가 팥죽을 엎었던 고개는 ‘팥죽고개’로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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