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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우리동네의원 이훈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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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우리동네의원 이훈호 의사
  • 정명진 기자
  • 승인 2015.07.15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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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사람 위한 의료 실천하고파”

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 의원 전문의
보건소 근무하다 홍성에 삶터 마련

 
작은 농촌마을에 의원이 생긴다. 의료기관들이 도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판에 농촌에 의사선생님이 상주한다니 마을 사람들은 고마울 따름이다. 인근 농촌 마을에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왕진까지 간다고 한다. 협동조합 형태로 지역민과 함께 만드는 의원이라 주민들의 자부심도 더욱 크다.

홍동면 금평리 상하중마을 건강관리실은 한창 새 단장 중이다. 지난 5월 33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 출범한 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이 운영하는 의원이 이곳에서 문을 연다. 8월 중 개원 예정인 의원 이름은 ‘우리동네의원’으로 정했다. 우리동네의원 이훈호(37) 전문의는 요즘 이곳을 수시로 드나든다. 주민들과 함께 바닥공사도 하고 페인트 작업도 손수 한다. 농촌에서 이루고자 하는 한 젊은 의사의 꿈이 펼쳐질 곳이다.

“예전에는 의사들이 자신의 의료철학을 가지고 돈에 상관없이 진료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시장의 흐름에 따라 맞춰갈 수밖에 없죠. 존경했던 멋진 선배들도 사회생활에서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료인과 지역주민들이 같은 꿈을 갖고 꾸려나가는 의료생협이 대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백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수련할 때 김철환 지도 교수를 통해 의료생협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자신이 의료생협을 새롭게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다. 이미 만들어진 의료생협에서 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청양의 한 병원에서 공중보건의로 지내다 오리쌀 축제를 계기로 홍성과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이 깊어지면서 2010년부터 공중보건의 2·3년차는 홍성군보건소, 홍동면보건지소에서 근무했다.

결국 보건지소의 젊은 의사는 가족과 함께 홍성에 삶터를 마련했다. 여기서 자녀도 낳았다.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7개월 간 경기도 안성의 의료생협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잘 알기 위해서는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부터 홍동면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어요. 다른 지역의 의료생협에서 일하려다가 지역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지금처럼 지역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을 할 수 있을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2012년 겨울, 의료생협에 대해 고민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작은 모임은 3년 후 결실을 맺게 됐다. 이훈호 전문의는 “홍순명 선생님이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의료라며 기반을 닦아주셨다”며 “협동조합에 경험 있는 지역 선배들이 같이 준비해주면서 발기인대회를 기점으로 지역의 어른들이 폭넓게 참여해주셨다”고 말했다.

진정한 의료인이 되기 위한 꿈을 향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지만 그는 개원을 앞두고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홍성에 귀촌한 물리치료사, 간호사와 함께 개원 준비를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의료생협을 준비하면서 건강실천단, 허리건강모임, 찾아가는 건강교실 등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개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농촌마을 밀착형 의료생협을 지향하면서 주치의로서 진료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할지, 진료 이외에 각 지역의 건강활동은 어떻게 꾸릴지 등등 많은 숙제가 쌓여 있다.

“시작했으니 잘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일 부담입니다. 농촌형 의료생협은 준비하는 분들과 함께 하는 일종의 실험과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마을과 함께 준비하면서 마을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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