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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축산업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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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축산업 ‘사면초가’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5.03.2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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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진단/ 기로에 선 전국 최대 축산단지(1)

구제역이 또 홍성 축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축산업은 홍성경제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반복되는 질병, 가격, 공해 문제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낙농강국 뉴질랜드와 FTA 협정까지 맺어 앞이 캄캄하다. 전국 최대 단지 홍성 축산업의 근본적인 점검과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이에 두 번으로 나눠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 지난 26일 현재 군내 7개면 33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구제역 재난, 끝이 안 보인다

지난 26일까지 홍성군 내 7개면 33농가 돼지 5891 마리에 구제역이 발생해 5500여 마리를 땅에 묻었다. 홍성 가축시장이 문을 닫고 전체 70%의 돼지는 물론 분뇨까지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져 돼지는 살이 쪄 값이 내려가고 악취 풍기는 분뇨를 농장 안에 쌓아놓고 있다. 더 힘든 건 이 재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홍성군은 방역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지난달 16일부터 8개 거점 초소와 5개 이동 초소를 만들어 공무원과 민간 용역이 초소당 3명씩 하루 24시간 40일째 지키며 지나는 차량을 소독 하고 있다. 홍성군은 지금까지 구제역 방역에 예비비와 재난안전자금 10억 원을 긴급 투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성군 내 가축은 △한우 2557호 5만7900두 △젖소 67호 4255두 △돼지 268호 47만두 △닭 420호 346만 수다. 돼지는 전국의 4.7%, 충남도내 21.7%를 차지해 전국 최대 사육지역이다. 한우는 전국 2.1%, 충남도 내 14.9%를 차지한다.

생산비 안 나와 폐업농가 속출

홍성 지역경제의 버팀목 축산업이 언젠가부터 사료값은 올라가고 가축값은 내리며 해마다 구제역공포에 떨며 악취 공해에 시달리는 등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홍동면 홍원리 모전마을 김기홍 씨는 수십년 계속하던 축산업을 최근에 접었다. 한우 20마리를 내다 팔고 축사 문을 닫았다. “남는 게 없어유”라는 게 이유다. 문당리 김병철, 금평리 이기양 씨도 소 50마리, 30마리씩 기르다 폐업하려고 팔았으나 축협 조합원 자격 유지를 위해 서너 마리만 다시 구입하겠다고 한다. 홍성군청 담당자에 의하면 군내 축산 농가 수가 최근 3년 새 500가구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전국 최대 돼지 산지 홍성군의 양돈농가 3분의 1은 돈 있는 외지인들에게 고용된 농업노동자다. 자기 축사에서 마리당 3만5000원 씩 받고 남의 돼지를 길러주는데 분뇨 처리를 안 하면 마리당 처리비 1만원 씩 공제하고 받는다.


홍원리 모전 한평전 씨는 송아지 4마리를 팔아 축협 사료값 대출금 2000만 원 중 일부라도 갚아야하는데 장사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홍성군이 지난 19일 내놓은 내년도 농어업 정책심의 자료에 의하면 축산 사업비 130억2800만 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뇨처리시설 자금으로 54농가에게 99억659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중 60%인 59억8000만 원이 연 2% 이자로 3년 후부터 갚아야 하는 융자금이다. 생산력 증진이 아니라 냄새 제거를 위해 농가부채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분유 재고는 2만t. 한국낙농진흥회는 남아도는 우유 때문에 2000ℓ 초과 생산 농가는 5마리, 그 이하는 4 마리씩 등 올해 상반기부터 도태하라며 농가를 압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3633 마리를 20만 원씩 지원하며 도태를 유도하는데 따르지 않으면 패널티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낙농가들은 마리당 도태비용 20만 원은 말도 안 된다며 볼멘 소리다.

계산된 정책, 등급 하향으로 죽인다

사료와 축산경영을 지도하는 풀무신협 김기창 부장, 축산농민, 홍성군 축산과 담당자 등이 복수로 추정하는 한우 수지는 다음과 같다. 6개월 된 수송아지를 사다 거세우로 24개월 기르면 평균 500만 원 내지 600만 원에 판매된다. 그런데 송아지 구입비가 250만 원, 사료값 350만 원 합해서 600만 원이 원가다. 남는 게 없거나 손해 본다. 인건비는 생각도 못 한다. 홍성축협 박유태 상임이사도 “요즘 축산은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군청이나 축협 측은 자가 사료를 만들어 먹이고 좋은 등급을 받도록 기르면 아직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백마리씩 기르는 기업형 축산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게 농민들 의견이다. 가장 큰 문제는 등급이라고 말한다. 소 10 마리를 팔면 높은 등급인 투 플러스는 1 마리, 원 플러스가 2마리 꼴로 나오고 나머지 7마리에는 가장 낮은 C 등급을 매겨 전체 생산비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전에는 10마리 중 7마리가 좋은 등급을 받았다. 사육 실력은 똑 같은데 돈을 덜 주기 위한 계산된 정책으로 농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뉴질랜드 FTA가 공식 서명됐다. 이번 FTA로 우리나라 자동차, 기계 등의 공산품 시장은 열리고 축산품과 과일류 등 농산물 수입이 허용됐다. 뉴질랜드는 세계적 낙농강국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전국한우협회가 즉각 성명서를 내고 피해 대책부터 내놓으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당국의 대답은 아직 없다. 그러나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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