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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연에 가까운 농사, 자연재배<1>/ 홍성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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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연에 가까운 농사, 자연재배<1>/ 홍성군 현황
  • 정명진 기자
  • 승인 2014.10.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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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작물 힘만으로 농사 짓는다

유기농의 메카, 홍성군에서 자연재배를 실천하는 농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연재배는 가장 자연에 가깝게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법이다. 자연재배 농산물은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본 기획을 통해 자연재배를 앞서 시작한 일본 사례와 국내의 현황을 살펴보고 자연재배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2>기적의 자연재배 저자
<3>장성 한마음공동체 예술자연재배
<4>자연재배 실천농가
<5>일본 자연재배 사례1
<6>일본 자연재배 사례2

▲ 추수에 앞서 내년에 쓸 종자를 미리 베어 탈곡하고 있다.
홍성군에서 자연재배를 실천하는 농가들이 도시 소비자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꾸러미’ 직거래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올초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 발족
6개 농가·50여 도시소비자 참여

올해 초 발족한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은 홍성군 6개 자연재배 농가와 도시소비자 50여 가정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6개 농가는 5만여 ㎡(15000평) 자연재배 농지에서 쌀, 잡곡류, 채소류 등 100여 가지를 생산한다. 다품종 소규모 생산 방식이다. 도시 소비자들은 한 달에 10만 원을 내고 2주에 한번 씩 꾸러미 상자에 담긴 자연재배 농산물을 받는다.

자연재배는 일체의 비료를 넣지 않고 땅과 작물의 힘만으로 농산물을 재배한다. 관행농이나 유기농에 비해 생산량이 적어, 자연재배 농가들은 기본적인 소득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일체의 비료 투입 안해

홍성 농가들은 자연재배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자연재배를 계속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창영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 이사장은 “5~6년 전 개별적으로 꾸러미를 할 때부터 벌레 먹거나 조금 못생겼더라도 ‘이런 옛날 맛을 어디서 보느냐’며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더라”며 “그런 반응을 보면서 거름을 줄여나갔고 꾸러미 형태의 자연재배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땅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그 땅에서 자란 작물로부터 자가채종을 통해 종자를 얻는다. 비료나 성장촉진제 등을 투입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농산물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자연에 가까운 맛을 낸다.

자연재배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의 실천방식이기도 하다. 비료를 넣지 않아 토양오염을 막고, 땅을 갈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귀농한 이후 자연재배를 실천하고 있는 이연진 씨는 “이윤추구를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석유를 안 쓰면서 농사를 짓기로 다짐했다”며 “몸은 힘들지 모르지만 땅을 살리면서 농사지으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 금창영 홍성자연재배협동조합 이사장
“농사가 더 행복해졌습니다”

-자연재배를 시작한 이유는?
▲유기농은 안전한 먹거리지만,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지으면서 유기농도 완결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자도 사야하고 친환경 약제도, 기계도, 사람도 사야한다. 지속가능성을 찾지 못했다. 특히 농민이 가지고 있는 철학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 농업인데, 상품을 만드는 일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재배는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감사함이 원칙이다. 자연과 내가 즐거운 관계 속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나도 작물도 행복한 것이 뭔지 고민하게 된다.

-자연재배를 하면서 느낀 점은?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작물이 결실을 맺더라. 큰 열매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개체를 보존하기 위해 올망졸망 결실을 맺어준다. 그런 것을 지켜보면 감사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무지막지한 상품을 만들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다. 농사짓는 일이 더 행복해졌다. 밭에 나가면 작물과 함께 ‘우리 한번 잘 놀아보자’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한다. 그 밭에 서 있으면 행복하다.

-수확량이 떨어져 힘들지 않았나?
▲5년차 자연재배 논이 있다. 보리 밀을 심었는데 두해 동안 거의 거두지 못했는데 올해는 거뒀다. 6년차 자연재배 하는 마늘이 있는데 계속 작아지다가 올해는 좀 더 커졌다. 이제 마늘이 밭에 적응한 것 같다. 탁구공만한 양파지만 이제 바닥을 쳤다.

-땅이 살아난다는 것을 느끼나?
▲자연재배 2~3년 차에 경운을 안 하니까 감자 밭에 두더지가 창궐하더라. 두더지가 땅을 파헤쳐 뿌리가 들려 감자가 달리지 않았다. 자연재배 선배들은 그냥 두면 두더지가 없어진다고 했지만 막막했다. 대책이 없어 그냥 뒀는데 언젠가부터 뱀이 돌아다니더라. ‘아! 자연적인 생태계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구나’라고 깨달았다. 내가 자연재배로 가기 위해서 내 밭에 두더지가 꼭 와야 했던 것이다.

-유기농 집산지인 홍동에서 자연재배를 시도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자연재배를 할 수 있는 것은 홍동의 마을 분위기 덕분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자연재배 농사가 자유롭다. 유기농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농사를 시도해도 ‘하지마라, 그런 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큰 복이다. 농사는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시는 것 같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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