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개지역서 공수한 참다랑어·눈다랑어 명가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밤이 길어지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낮이 길어진다고 해야겠지만, 해가 지고 나서야 야외활동하기가 편하다보니 활동하는 시간만 따져 보면 길어지는 것은 밤이 맞다. 길어진 밤에 맞는 야참은 무엇이 있을까.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이 그리운 날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지친 낮을 조용히 위로받고 싶은 날에 갈 만한 밤늦게까지 운영되는 맛집을 소개할까 한다. 바로 월산리에 위치한 참치집 ‘하나’다.
홍성에 있는 다른 참치집들이 자리가 많고 회식 위주라면 이곳은 한두 명, 많아야 4~5명 정도가 찾기에 좋은 곳이다. 법원 큰 길에서 한 블록 들어가 있는 가게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도 밖에서는 지등 말고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들어가 보면 생긴 지 얼마 안 된 깔끔한 내부에 낮은 조도가 제법 도시적인 분위기를 낸다. 자리들이 각각 떨어지고 칸막이도 높아 서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참치 마니아를 자청하는 지인이 “내공이 있는 사람은 여기에 앉는다”며 요리사 바로 앞 바, 그러니까 다찌석에 앉자고 한다.
참치도 참치지만 참치초밥을 추천하는 지인에게 요리사인 조응수 씨는 “예약을 하지 않고 오셔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고 말한다. 참치를 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 요깃거리와 안주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몇 가지 만들어 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기름기가 충분히 올라온 참치를 드립이 끝났다고 표현해요. 참치는 어차피 냉동상태로 참치집에 배달되죠. 관건은 어떻게 해동시켜 참치의 맛을 끌어올리느냐예요. 마치 커피처럼 드립이라고 표현하는데 서서히 해동시켜 충분히 기름기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요.”
조응수 씨는 이름처럼 손님의 말에 잘 응수하며 참치의 맛을 올리듯 가게에 정이 오르게 하는 재주가 있다. 20대 초반부터 서울, 인천, 부산 등 유명한 일식집과 참치 전문점을 두루 거쳐 일본 초밥집까지 다녀온 그는 일식만 햇수로 11년째.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고향인 장곡으로 귀농하면서 연이 닿은 것이 이곳 ‘하나’라고 했다.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에 가게를 열었어요. 원래는 사장님이 가게 오픈할 때만 봐 드리기로 했다가 연이 닿아서 지금까지 있게 되었네요.”
이윽고 충분히 드립이 끝난 혼마구로가 탱탱한 밥알의 초밥과 합체해 선을 보인다. 기름이 촉촉하게 오른 것이 정말 반지르르해졌다. 녹은 기름 사이로 참치 결결이 찢어지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두껍게 썬 것 같지도 않은데 충분한 참치의 맛이 입안에 느껴진다. 간이 세지 않은 촛물을 머금은 초밥과의 궁합도 환상이다.
조 씨는 참치를 제대로 맛보려면 세 가지 정도를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첫째, 김은 싸서 먹지 않는다. 참치 본연의 맛을 즐기는 데 해가 되기 때문이죠. 둘째, 무엇보다 간장이 가장 중요해요. 간장에 그냥 살짝 찍어서 참치를 맛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저희는 ‘리비시쇼유’라고 하는 일본 사시미용 간장을 기본으로 한 조제 간장을 함께 냅니다. 셋째, 무언가를 함께 먹는다면 무순 3~4개를 싸서 생와사비를 곁들여 맛을 보세요. 참치가 포식자 물고기인 만큼 미량이나마 수은 성분이 들어 있는데 무순이 이를 중화해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여기에 ‘아까쇼가’라고 하는 초생강 정도가 곁들여 먹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맛 좋은 안주 몇 점, 도수 센 술 몇 모금에 대화도 띄엄띄엄. 차분하게 취해간다. 지인은 “술을 먹는 게 아니라 술이 온몸에 천천히 젖어드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간간이 다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로부터 “신세계야. 이렇게 먹어보는 건 처음이야.”라는 감탄이 들리기도 한다. 한번쯤 도시에 살았다면 사치를 부려보길. 세련되면서도 쓸쓸한 도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한밤의 식당으로 손색이 없다.
▲운영시간: 오후 5시 ~ 오전 2시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메뉴: 참치 1인 기본코스 2만5000원부터, 초밥 1만5000원부터(포장 가능).
▲찾아가는 길: 홍성읍 월산리 857-6 놀이터 옆.
▲문의: 041) 631-5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