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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월산리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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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월산리 ‘술집’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5.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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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면 더 생각나는 해물파전·국물 진한 김치짜글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밭작물이 자라는 데, 논에 물 대는 데 꼭 필요한 비님이다. 지난해에 그토록 오지 않아 애를 태우던 비님이다. 꼭 필요한 때 내려오는 빗소리는 더욱 기분이 좋다.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괜스레 마음이 축축해지면 어떤 사람들은 잔잔한 음악을 들을 테고, 어떤 사람들은 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의 습도를 조절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지인들에게서는 비가 오니 이런 문자들이 날아온다. “비도 오는데 막걸리에 파전 콜?”

감상은 집어치우고 비오는 날 하면 역시 파전에 막걸리 아니겠는가.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비오는 날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 이번에는 파전 집을 추천해 보자’ 하고 수소문하자 필자도 자주 찾는 집 이름이 나왔다. 바로 월산리에 있는 ‘술집’이다.

술집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이름이 그저 보통명사라고 생각한다. “술집 어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이 그냥 술집이다.

 
법원 가는 길에 보이는 술집은 겉에서 보면 일본식 주점 같은 분위기가 나는데 안을 들어가 보면 예닐곱 테이블이 전부인 자그마한 가게다. 그런데 이곳은 갈 때마다 북적거린다. 비가 오는 그날도 그랬다. 파전과 막걸리를 찾아 저녁 7시도 안 됐는데 테이블이 거의 다 찼다. 좁은 공간에 시끌벅적한 소리, 그러면서도 추레하지 않은 분위기는 축축한 마음을 말려주는 묘하게 따뜻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인지 근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젊은 공무원들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파전과 짜글이 찌개. 안주와 막걸리를 주문하니 서비스로 계란찜이 먼저 나온다. 막걸리는 홍성이 자랑하는 결성막걸리. 안주 가격을 보면 1만5000원대로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지만 술집의 장점은 양이 많다는 점이다.

 
파와 해물이 촘촘히 박혀 있는 파전은 커다란 접시에서 넘쳐 나올 정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유행하는 표현처럼 파는 ‘파파파파’ 씹히고 오징어는 ‘오징오징’ 하고 쫄깃하게 씹히는 맛. 막걸리로 절로 손이 가는 안주다. 김치짜글이 찌개는 커다란 대접에 담겨 나와 안 그래도 양이 많은데 육수도 리필 되고 면 사리까지 넣어 주니 몇 명이 먹든 줄지 않는 무적의 안주다.

함께 먹은 지인은 “김치찌개와 육개장 같은 묘한 맛이 난다”고 말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찌개 안에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함께 보인다.

사장인 서석분 씨는 “수원에서 배운 소갈비김치찌개라는 건데 육수는 야채로만 내고 나중에 소갈비를 넣어서 맛을 더한 다음에 돼지고기를 나중에 넣는 거예요. 국물이 시원하고 진하게 나오는 게 특징이죠.” 하고 말한다. 원래 홍성에서 김치찌개를 잔뜩 졸여 먹는 것을 두고 짜글이라고 말하는데 손님들이 자꾸 육수를 더 달라고 주문하면서 지금과 같은 요리가 되었다고.

 
여기에 추억의 도시락을 시키면 커다란 냉면그릇에 볶음김치와 계란후라이, 김 등을 넣고 달짝지근한 고추장을 얹어 주는 비빔밥이 함께 나오니 초저녁부터 늦저녁까지 술과 끼니를 함께 해결하고픈 술꾼들에게는 이만한 안주들이 없다. 게다가 그 맛들 또한 습한 날에 어울리는 진한 맛들.

서석분 씨는 동생 윤석 씨와 함께 가게를 하는데 둘의 고향은 홍동면 금평리다. 석분 씨는 예전에도 식당을 했었다. 하지만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수원의 다른 음식점으로 가서 7여 년간 일하며 다시 배웠다고 했다.

동생 윤석 씨는 대기업에 다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농사일을 이으러 고향으로 돌아왔다. 1년 반 전, 함께 돌아온 남매는 농사일과 함께 가게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치찌개며 김치전, 비빔밥에 사용하는 김치도 모두 집에서 직접 담근 걸 쓰고요. 쌀은 친환경으로 재배한 걸 쓰고 파며 채소도 어머니가 키운 걸 가져다 쓰지요. 제가 손이 큰데 재료 아끼지 않고 넣다 보니까 맛있어 해 주시는 거 같아요.”

손이 큰 석분 씨는 재료도 많이 넣고 양도 푸짐하게 만드는 데다 서비스 안주도 많이 준다. 그것도 모르고 지인들은 죄다 “나랑 함께 오면 이상하게 서비스가 많이 나온다”고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석분 씨는 “다 단골들이 오시는 거니까 안 바쁠 때면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하죠. 바빠서 못 챙겨드리면 꼭 다음에라도 더 드리려고 하고요.” 하고 웃는다.

‘IF 비가 오면 Then 파전과 막걸리’는 언제부터 입력된 명령어일까. 마을의 잔칫날이면 소란스럽게 솥뚜껑에다 부쳐 먹던 파전과 막걸리가 왠지 외롭고 울적해지는 비가 오는 날에 더 생각나게 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우리는 비가 오면 파전과 막걸리를 함께 마실 친구를 찾아 헤맨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해 보라. 보통명사들로 가득하되, 습기를 낮춰주는 마법 같은 운율. “술집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할까?”

▲운영시간 : 5시 ~ 오전 2시까지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메뉴 : 김치해물전, 왕해물파전 1만5000원, 김치짜글이찌개 1만7000원, 옛날도시락 3000원 외 각종 안주.
▲찾아가는 길 :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 파리바게뜨 맞은편.
▲문의 : 041) 631-9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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