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블로그 연재 대신 기자가 직접 취재한 이야기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번에 센터 새들을 다루는 데 필요한 후드, 제스 등 다양한 장비들을 구경했지요? 이제 이 장비들을 활용해서 어떻게 말똥가리를 비행 훈련시키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말똥가리는 겨울철에는 꽤 쉽게 볼 수 있는데 겨울철 들판이나 산 위에서 맴돌며 난다 싶으면 거의 대부분 말똥가리입니다. 눈에 잘 띄어서 영어 이름도 ‘Common(흔한) Buzzard(매)’인 걸까요? 말똥가리는 이전까지만 해도 멸종위기2급으로 보호받던 종인데 지난해 5월 31일 이후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워낙 하늘에서 천천히 빙빙 도는 녀석이니만큼 총탄에 희생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이 녀석은 지난 4월 1일 논산에서 구조된 녀석입니다. 구조 당시에는 머리를 다쳤는지 날지 못하는 상태였지요. 지금도 이마를 보면 살짝 까진 자국이 남아있어 ‘마빡이’로 불리고 있습니다. 세 살쯤 됐는데 이제 몸은 다 회복되었습니다. 문제는 말똥가리는 겨울 철새라는 점입니다. 좁은 방사장에만 가둬 놓고 겨울까지 있다가는 비행능력이나 사냥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겨울까지 녀석을 데리고 있으면서 비행훈련을 시키는 것이죠.
비행 훈련은 공주대 예산캠퍼스 내에서 합니다. 말똥가리 발에 제스를 묶어 낚시용 릴 감개로 줄이 풀리게 해 둡니다. 멀찍이 가서 김영준 수의사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먹이를 보여주면 날개를 활짝 펴고 땅 가까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멋진지, 테마 파크 동물원에서 돈 주고 구경해야 하는 버드 쇼가 바로 이런 거라니까요! 모든 야생구조 센터에서 이 같은 훈련을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맹금류 비행훈련이나 재활훈련이 어려운 곳도 많다고 합니다.
녀석은 계속해서 비행 훈련을 할 겁니다. 나중에는 낚싯줄도 매지 않고 멀리까지 날아다니다 밥을 먹으러 센터로 내려오도록 할 거라고 합니다. 겨울이 될 때까지 말똥가리 녀석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실컷 봐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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