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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대교리 ‘왕솥단지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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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대교리 ‘왕솥단지삼겹살’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5.2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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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8000원 … 홀쭉한 가격 두툼한 생삼겹살로 문전성시

 
홍성은 변화하고 있다. 도청이 오면서 서비스에 대한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도시 수준에 맞추는 다양한 요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지역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실감하고 발 빠르게 변화하기란 어렵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어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거나 ‘얼마나 더 허겄어, 그냥 하던 대로 할겨’ 하는 것이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그런데 그중에는 발 빠르게 변화하는 재미를 알게 된 곳도 있다.

대교리에 있는 왕솥단지삼겹살 집도 그런 곳이다.

축산군답게 지역에 두툼한 생 삼겹살집은 많다. 이미 지면에도 몇 군데 소개한 바 있다. 솔직히 좋은 삼겹살이 내는 맛이야 비슷하지 않겠는가. 고기 맛 좀 아는 사람들이 사는 홍성일진데 웬만한 고깃집 삼겹살들 모두 어느 지역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소개하면 나오는 반응은 “맛은 있는데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맛있으면서도 싼 집을 찾는다. 1인분이 1만 원을 넘으면 일단 부담감을 갖는다. 그런데 왕솥단지삼겹살 집은 커다란 솥뚜껑 위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국내산 생삼겹이 1인분에 8000원 한다.

이곳도 예전에는 다른 곳들처럼 1만2000원까지 올랐었다. 그런데 지난 3월, 8000원으로 가격을 전격 인하했다.

 
변화는 젊은 사장에서 시작됐다. 어머니 전영분 씨가 하던 가게를 작은 아들인 강현 씨가 맡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웨딩홀 옆에 있는 이곳은 2009년부터 지금의 이름을 내걸고 동생 전영옥 씨와 함께 삼겹살 집을 했었다. 그 전에는 새우매운탕집, 부대찌개집 등을 했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전 씨가 30여 년 간 해온 음식점이었다. 더 먼저는 식당일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에게 배운 손맛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손님을 모으는 전략은 부족했다. 지난해에는 아픈 어머니의 병수발로 자매들은 가게 운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두 팀씩 오던 단골들로 황량한 분위기를 내던 때, 30대인 강 씨가 문득 가게를 맡아 보겠노라고 뛰어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식당 일을 도우며 재미를 붙였던 강 씨는 진작에 스스로 장사에 대한 적성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장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식당의 솥뚜껑에 내는 고기도 맛있고, 반찬도 맛있어요. 잘하면 살릴 수 있겠다 싶어 삼겹살 공부를 시작했죠.”

 
일단 저렴한 가격으로 차별화를 하되, 내린 값 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고 했다. “예산 쪽에서 들여오던 걸 제가 홍주미트로 직접 가서 고기를 골라오게 됐어요. 가격이 많이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에도 지역 농산물을 썼지만 이제는 그걸 홍보하고 체계적으로 해보려는 거죠.”

잘 달궈진 솥뚜껑에 두툼하게 썰린 삼겹살이 가운데 자리하면 주위로 김치와 콩나물, 단호박, 새송이 버섯이 깔리며 고기 기름에 맛좋게 구워진다. 곁들여지는 반찬은 샐러드와 물김치, 전 등. 그런데 8000원이니 반가울 수밖에. 삼겹살 맛이야 좋은 고기가 팔할을 좌우한다면 이후에 볶아 먹는 볶음밥 맛은 식당의 손맛이 팔할이다. 널찍한 솥뚜껑 위에서 밥알들이 삼겹살 기름에 알알이 볶이는데 짭짤한 김치 묵은지와 상추, 김, 콩나물 등등이 고추장과 뒤섞여 내는 맛은 아무리 배가 차도 손을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삼겹살 몇 점 맛보지 않는 절제력을 과시하던 필자도, 방금 저녁을 먹었다는 강 씨도 삼겹살은 남길망정 이 볶음밥 앞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다.

 
낮아진 가격과 함께 볶음밥의 맛도 빛을 발하며 손님들을 톡톡히 모으고 있다. 강 씨는 흙신발 벗지 않고 편하게 먹을 홀도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 어두컴컴하던 실내도 단장해 한결 밝아졌다. 기본이 수완과 만나자 가게 안은 예전과 다르게 바빠졌다. 월요일부터 단체손님들로 가게 안은 북적이고 있었다.

영분 씨는 “요즘 같은 날은 힘들어 죽겄어. 이젠 몸도 안 좋고 좀 쉬이 하려고 했더니 자꾸 뭘 해보자고 하네.” 하며 웃는다. 영옥 씨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맡으니까 다르긴 다르더라고. 가게가 북적이고 그러니까 신이 나는 거 있지.” 한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도 다시 북적이는 식당을 보며 외손주를 아침 일찍부터 깨우는 의욕을 보이게 됐다고. “어머님도 이모님도 20~30년 된 베테랑들이신데 제가 설득하기가 아무래도 힘이 들죠.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욕심 없는 어머니와 이모를 달래가며 더 많은 손님들이 찾도록 하려고 노력하는 강현 씨. 젊은 지역 사람이 만들어내는 변화라서 더 반갑다. 6월부터는 점심 메뉴로 된장찌개와 냉면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후식 원두커피도 준비하고 있어요. 핸드프레소기로 직접 짠 커피 원액을 맛보실 수 있을 테니 더 많이 찾아 주세요.”

▲운영시간 : 12시 ~ 10시까지 주문 가능 (연중무휴)
▲가격 : 삼겹살 200g 1인분 8000원
▲찾아가는 길 : 홍성군 홍성읍 대교리 4-15번지
▲문의 : 041) 634-8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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