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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군 서부면 ‘태양수산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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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군 서부면 ‘태양수산횟집’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5.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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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향 가득 주꾸미 샤부샤부 … 먹물 칼국수는 입가심

 
‘봄 주꾸미 가을 전어’ … 4~5월이 제철

일찌감치 소개를 했어야 했던 봄철음식이 있다. 바로 주꾸미다. 문어나 낙지보다 작은 이녀석은 충남에서는 ‘쭈깨미’라고 불린다. 가을부터 서해안에서 맛볼 수 있는 굴, 새조개, 대하, 꽃게와 달리 주꾸미의 제철은 짧다. 물론 가을부터 맛볼 수 있기는 하지만 문어와 낙지를 이길 만큼 맛이 나는 때는 바로 봄철. 산란을 앞두고 한창 살을 찌우는 지금이다. 그래서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다.

4~5월이 주꾸미의 계절. 산란기에 접어드는 6월은 금어기라서 조업이 불가능해진다. 알을 낳고 난 주꾸미는 맛도 없어진다. 게다가 주꾸미에게는 우리가 자양강장제로 먹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어 봄철 나른함을 쫓아주는 천연 원기회복제로 불린다. 남은 보름 정도가 올해 봄 주꾸미를 맛볼 수 있는 마지막, 그래서 늦게나마 주꾸미 샤부샤부집을 소개하기로 했다.

 
흔히 홍성군 서부면으로 해산물을 먹으러 간다면 간월도 가는 길목인 궁리나 대하축제로 유명한 남당리를 많이들 찾는다.

태양수산이 있는 어사리는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물이 빠져 개펄에 드러난 작은 배들이 몇 척 보이고 가게들도 조용하다.

태양수산은 가게들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큼지막한 간판을 달고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사장 이순열 씨는 “3월까지 새조개 축제를 한 뒤라 한적한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평일 오후,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을 가던 중년들이 “생각나서 또 왔다”며 찰박(갑오징어) 회를 주문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꾸미 가격을 물어보니 제법 비싸다. 이 씨는 “지난해 1kg에 2만~2만50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5만 원까지 뛰었다”고 말한다. 천수만에서 배들이 고둥을 내려뜨리면 주꾸미들이 하나둘씩 고둥을 찾아 들어간다. 그러면 그것들을 잡아 올려 남당리로, 어사리로 판매한다. 그런데 올해는 잡히는 양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비싼 값에 머뭇대다 볶음으로만 맛보았던 죽은 주꾸미와 생물로 맛보는 주꾸미 샤부샤부는 다를 것이라 기대하며 주문을 질렀다.

 
휴대용 가스렌지에 육수냄비가 오른다. 꽃게와 대하 등을 넣고 만든 육수에 직접 재배했다는 농산물들이 담겨 있다. 이 씨는 “간은 따로 하지 않아요. 주꾸미가 들어가면 알아서 짭짤해지거든요.” 하고 말한다. 육수가 익는 동안 서비스로 준비된 멍게, 가리비, 굴 등을 맛본다. 주인공 주꾸미들도 자리잡는다. 통 안에 들어 있는 주꾸미들이 생각보다 크다. 한창 알 낳을 때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주꾸미 샤브샤브는 생각보다 먹기 어렵다. 국물이 끓는 동안 자꾸만 녀석들이 탈출을 감행하려 들기 때문. 젓가락으로 밀려고 하니 버티거나 감기는 힘이 제법 세다. 먹물을 쏘아대며 반항하는 녀석도 있다. 신선하고 팔팔한 녀석들과 서툰 솜씨로 실랑이를 벌이며 끓는 물에 집어넣는 순간 녀석들의 투명하던 살은 순식간에 뽀얗고 탱글한 하얀색으로 바뀌며 풍성하게 부풀어오른다.

주꾸미 샤부샤부는 먹는 순서가 있다. 먼저 살짝 익힌 주꾸미의 다리를 잘라 먹는다. 살짝 익혀 말캉거리는 다리를 오물오물 씹으며 담백함을 즐긴다. 흔히 머리라고 말하는 몸통은 좀 더 익혀야 한다. 열심히 다리를 건져 잘라 먹고 있자니 냄비 속은 동그란 몸통들이 동동 떠다니며 번져 나오는 먹물로 국물이 까매지고 있다.

이 씨는 “먹물을 제거하고 드릴 수도 있는데 요즘은 손님들이 먹물 있는 쪽을 선호해요. 먹물이 들어가면 국물이 더 고소하고 몸에도 좋거든요.” 하고 말한다.

 
충분히 익힌 몸통을 꺼내 가운데 가위집을 내어 살짝 식힌다. 기자는 말 안 듣고 하나를 그냥 먹었다가 몸통 속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이 홀라당 타 버릴 뻔 했다. 몸통을 반으로 자르니 하얀 쌀알 같은 것이 잔뜩 들어 있다.

이 씨가 “주꾸미 알이에요. 봄철에 먹는 게 바로 그 알을 먹으려는 거예요.” 하고 말한다. 다리살이 몰캉거린다면 몸통살은 쫀득거린다. 봄철에 먹는 건 몸통을 먹으려는 것이다. 까무잡잡해진 몸통에 알과 내장이 고루 씹히는데 바다가 키운 단백질의 맛과 향이 고스란히 난다.

매운 양념으로는 이런 맛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맑은 국물에 온전히 주꾸미의 살 맛을 볼 수 있는 샤부샤부가 제격이다. 남은 국물에 칼국수 사리를 넣으니 또 주꾸미 먹물 칼국수라는 별미가 된다.

남당리에서 10여 년간 가게를 하던 이 씨는 3년 전 이곳으로 옮겼다. ‘태양’이라는 이름은 순열 씨가 즐겨 쓰는 닉네임이라고 했다.

서울서 살다가 남편과 함께 시골로 내려오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 횟집이라고 했다. 환하게 웃는 이 씨의 얼굴처럼 말끔하게 단장한 가게를 보며 어사리 사람들도 이 씨가 오니 이곳이 더 밝아진 것 같다고 했다.
해산물은 ‘뻘’에서 자란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 이 씨는 언니와 함께 농사를 지어 그 농산물을 가게에서 쓰고 가을이면 절임배추도 판다.

금어기에는 가게 문을 닫고 전국 방방곡곡 놀러다니며 원기를 충전해 가을이면 다시 가게로 돌아와 태양처럼 밝은 웃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막바지 봄나들이를 서해 바다로 선택했다면 주꾸미 샤부샤부를 한번 맛보길. 쫀득쫀득 씹히는 찰박회도 일품이라고 한다. 근처에는 어촌체험을 할 수 있는 속동체험마을과 홍성군승마체험장도 있다.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저녁 9시까지 (6~8월 휴업)
▲가격 : 해물 칼국수 5000원, 광어 우럭 등 회, 대하, 주꾸미샤브샤브, 갑오징어회, 꽃게찜 등 시가 (5월 1일 기준 갑오징어회 1kg 4만 원, 주꾸미샤부샤부 1kg 5만 원)
▲찾아가는 길 :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 732-18
▲문의 : 041) 633-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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