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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 구항면 마온리 ‘닭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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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 구항면 마온리 ‘닭서리’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4.30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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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서 1년간 키운 토종닭 … ‘쫄깃쫄깃 살아있네’

 
잊혀져던 서리닭의 미각 선물

비 왔다가, 추웠다가 5월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봄날 같다. 신록으로 물드는 숲과 자연이 놀러오라고 손짓하는 계절, 산으로 나들이를 가면 으레 끼니는 근처 토종닭집으로 해결하기 마련이다.

멀고 붐비는 곳은 피곤하고, 그래도 봄 구경은 하고 싶고.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면 거꾸로 맛있는 토종닭집을 찾아 근처 숲 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이번에 소개할 곳은 홍성군 구항면 마온리에 있는 토종닭집 ‘닭서리’다.

구항면이라고는 해도 마온리는 홍성읍에서 가깝다. 청운대에서 외곽순환도로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만나게 되는 곳이니 말이다. 닭서리 식당을 찾아가려면 마을 안길로 들어가 마온저수지까지 구불구불한 길로 올라가야 한다.

외따로 있는 가게에 이르자 꽁지머리를 한 주인 이기서 씨가 반겨 준다. 예약을 하고 오지 않았으니 닭볶음탕을 만드는 데 30~40분이 걸린다고 했다.

겸사겸사 식당 주변 구경에 나섰다. 해질 무렵 잔잔한 마온저수지에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 몇몇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에선 새로 난 연한 잎들이 아직 다 펼쳐지지 못해 꼬불꼬불한 모습이다. 이곳은 홍성군에서 만든 숲길도 지나가는 구간이다.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식당 옆 닭장에서 이기서 씨가 닭을 쫓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닭들이 닭장으로 들어갈 시간이라서요.”

 
몸집이며 생김새가 제법 다 자란 것처럼 보이는 닭들이 닭장 근처에서 열심히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토종닭과 외국 품종을 교배한 것이라 했다. 지금 보이는 닭을 잡는 것이냐 물으니 이씨는 “여기 닭들은 우리 농장에서는 가장 어린 병아리예요. 70일 정도 된 거지요.”라고 말한다. 70일. 시중에 파는 닭들은 이미 살지 못했을 수명이다. 그런데도 가장 어린 것이라니.

다른 닭들은 이 씨가 살고 있는 장곡면 월계리에 있다고 했다.

어린 닭들만 이렇게 많은데 식당에서 다 소비되느냐 물으니 “그럼요. 우리는 닭을 1년을 키우는 걸요.” 하고 말한다. 70일도 놀라운데 1년이라니. 시중에 파는 닭은 작다. 품종도 다를 뿐더러 대부분 30~40일 키운 것이 닭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닭은 우리에게 값싼 고기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공장식 축산. 닭은 오래 키울수록 사료 값이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축산농가에서는 빨리 키우는 것을 선호한다. 재우지 않고 먹이는 경우도 있고, 좁은 곳에 너무 많이 사육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취약해진다. 항생제가 사용된다. 그렇게 닭은 싸지고 닭을 먹는 일이 흔해졌다.

하지만 이곳의 닭은 1년을 자연에서 산다. 미생물과 혼합해 발효시킨 사료를 먹고 자연에서 풀을 뜯다 밤이 되면 닭장에 모여 잔다. 그래서 튼튼하고 항생제를 쓸 까닭도 없다. 그런 귀한 닭을 잡아 상에 올리는 것이다. 함께 들어가는 고추며 농산물도 이 씨가 직접 농사 지은 것들이라고 했다.

기다림 끝에 만난 닭볶음탕. 이미 맛본 집이었지만 설명을 듣고 다시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남달랐다. 국물은 닭의 기름이 적어 매운탕처럼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난다. 특히 다른 것은 살코기의 맛. 부드럽고 연한 것이 닭고기인 줄 알았다면 여기서 그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쫄깃쫄깃 씹히는 것이 바로 진짜 제대로 살아본 토종닭의 맛이다.

그래서 “살아 있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이곳의 닭볶음탕에는 살코기는 물론 모래집, 내장까지 모든 부위가 골고루 들어 있다.

사실 이곳을 연 이 씨는 서울 호텔서 양식 조리사 생활을 했었다.

▲ 이기서 씨가 직접 키우는 토종닭을 바라보고 있다.
고향인 장곡면 월계리로 내려오며 읍내에서 음식점을 하다 구항면 옛 금수원 자리에서 토종닭집을 시작한 것이 5년 전. 닭을 키운 것도 그때부터다. 부인 길영숙 씨는 “이제는 쉬엄쉬엄 할 참으로 가게를 내었던 것인데 하다 보니 일이 점점 많아지네요.” 하고 말한다. 제대로 맛을 내고픈 이 씨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맛에 대한 그의 생각은 식당에 붙여진 식당 이름에 대한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닭은 농촌의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장날에 정성들여 키웠던 닭과 계란을 내다팔아 아이들 옷가지며 생필품 사는 데 요긴했습니다. 이런 닭을 동네 개구쟁이 녀석들이 서리를 해도 농부는 경찰서에 신고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인정 넘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언제어디서나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 예전의 ‘서리닭’ 맛을 대체할 만한 미각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움과 잊혀진 서리닭의 미각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진짜 닭 맛을 보고 싶다면 찾아가 보길. 한 마리를 통째 잡는 것이라 중을 시켜도 둘이 먹기엔 좀 많다.
대신 남은 것은 포장도 가능하다.

▲운영시간 : 오전 11시 30분 ~ 저녁 10시까지 (연중무휴)
▲가격: 점심메뉴 닭계장 6000원, 뚝배기오리매운탕 1만2000원. 닭볶음탕, 옻닭, 토종닭 백숙 중 4만5000원, 대 6만 원.
▲찾아가는 길 : 충청남도 홍성군 구항면 마온리 267-6
▲문의: 041) 634-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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