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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 삽교읍 ‘한일식당’(삽교원조 소머리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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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 삽교읍 ‘한일식당’(삽교원조 소머리국밥)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4.23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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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이어온 70년 전통 얼큰 소머리국밥

 
암소 한우 머리만 써 … 고기 연하고 고소
번성했던 삽교장 자존심 살리는 식당

2일과 7일은 예산군 삽교읍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하지만 북적거림을 기대하고 갔다간 짐짓 놀라게 된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다. 큰 길에 보이는 천막 몇 개를 보고 ‘안으로 들어가면 장 풍경이 펼쳐지겠거니’ 하지만 오히려 큰 길보다 발길이 없다. 생선 장수가 몇 명 모여 있어 생선전이라고 불릴 만한 곳엔 손님보다 상인이 많다. 손님이 없어 따뜻한 봄볕에 조는 상인도 있다.

한 지역민은 “1980년대 삽교천에 방조제가 생기면서부터 삽교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길이 편해지면서 더 쉽게 예산읍으로, 홍성읍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이제는 군유지인 옛 장옥도 허물 거라고 했다. 장에 손님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2일과 7일이 삽교장인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십중팔구 소머리국밥집 한일식당 때문이다.

한일식당은 큰 길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다. 별다른 안내문구도 없어 처음 온 사람이라면 미로찾기를 하는 것 같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양복 입은 외지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따라가면 된다. 장안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예산 사는 지인이 “점심시간 30분 전에는 와야 앉을 수 있다”는 말에 미리 갔는데도 이미 가게 안에 자리는 없다. 커다란 간이 천막이 처진 마당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는데 이마저도 다 채워진다. 장담컨대 삽교장 전체에 온 사람보다 식당에 국밥 먹으러 온 사람이 더 많았다. 12시부터 30분까지는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홍성에서 온 공무원 등 넥타이 부대가 줄을 이었고, 점심시간이 좀 지나자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들이며 홍성읍이나 예산읍에서 온 희끗한 할머니들이 뒤를 이었다. 인근에선 반찬 통을 가져와 포장해 가기도 한다.

간판에는 ‘삽교원조소머리국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다 한일식당이라고 부른다. ‘70년 전통’, ‘3대 가업의 맛’, ‘삽교의 자랑’, ‘원조 삽교 맛’ 등이 써 있다. 그러니까 한일식당이 삽교장에서 소머리국밥을 판 것은 70여 년이라고 했다.

당진서 신계현 씨가 삽교로 시집 왔을 때 이미 시어머니가 30년에 걸쳐 장터국밥을 팔고 있었다. 이를 이어 이제 예순여덟이 된 신 씨가 40여 년을 보탰고, 그 햇수만큼 나이 먹은 큰딸 이일자 씨가 10년 전부터 함께 식당을 꾸리고 있다. 북적이던 장날만 하던 장사였는데 맛을 본 손님들이 전날에도 하기를 바라 장 전날까지 늘인 것이라 했다. 삽교장은 줄었어도 식당은 한 달에 12번만 맛볼 수 있다는 ‘유령식당’이란 별명을 달고 방송을 타고 흥했다. 홍성 예산은 물론 외지 사람들까지 불러모으게 했다. 국밥을 파는 날이면 가게 안에서 그릇을 씻고, 국밥을 퍼고, 손님상으로 나르는 직원만 다섯 명이다. 장전전날에 소머리를 삶는데 그 머릿수만 30개나 된다고 한다.

 
시키고 보니 빨간 국물이 홍성장의 소머리국밥과 다르다. 말갛게도 해주고, 따로 국밥도 가능하지만 기본은 밥을 만 얼큰한 국물이다. 연탄으로 불 때워가며 썼던 아궁이 자리 바로 거기에서 전날부터 끓인 소머리국에 따로 손질해 놓은 살코기와 양을 넣고 고춧가루 한 국자 퍼 넣은 다음 굵은 소금 뿌리고 휘휘저어 낸다. 가격은 인근 장날 국밥집에 비하면 비싼 수준이다. 그렇지만 푸짐한 살코기의 양을 보면 억울함은 들지 않는다. 한 지역민은 “지역선 비싼 편이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는다”면서도 “살코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데려가면 다들 좋아하더라”고 말한다.

국물은 진한 곰국이라기보다 쇠고기국밥 같은 깔끔한 맛이다. 신 씨는 ‘국물 맛이 담백해서 많이들 찾는다’고 말한다. “비결은 딴 거 없지. 기름을 계속 빼야 해요. 살코기에 붙은 기름이며, 국에 뜨는 기름이며 하루 종일 기름 걷는 게 일이지.” 암소한우 머리만 쓰는 것은 숫소보다 나오는 고기양은 적어도 고기가 더 연하고 고소하기 때문. 콜라겐이 많고 보들보들한 머릿고기 장사를 해서 그런지 신 씨도, 큰딸 이 씨도 모두 피부가 나이에 비해 탄력이 있고 곱다.

장 전날이 국물이 더 진한가 물으니 신 씨는 “국물 맛은 장 전날은 살코기 낸 국물 맛이 강하고, 장날은 뼈 내린 국물 맛이 강하다”고 답한다.

한때 한일식당이 삽교장을 떠난 적도 있었다. 신 씨는 “IMF 나고 어려울 때 삽교장보다 예산장이 더 크니까 예산읍으로 나가 장사를 한 적도 있었지. 그런데 잘 안되더라고요. 빚만 지고 돌아왔어.” 하고 말한다. 그러니까 간판에 써 있는 말 그대로다. ‘삽교의 자랑’이고 ‘원조 삽교 맛’이니까, 삽교장이 줄었다 한들 삽교장에서 맛보아야 하는 국밥인 것이다.

한일식당은 삽교장을 떠날 수 없고, 한일식당 때문에 멀리서 삽교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번성했던 삽교장의 자존심을 우뚝 지키고 있는 집. 장은 홍성장이 더 크지만 장터국밥집들은 어쩌면 이곳이 더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얼큰한 국밥 한 그릇 먹고 나면 땀이 송글송글 맺힐 터, 삽교장 한 바퀴 돌아보며 몸도 마음도 식히는 여유도 있지 말길.

▲운영시간 : 오전 8시 ~ 저녁 9시까지 (장 전날인 1일 6일과 장날인 2일 7일)
▲찾아가는 길 : 삽교읍 두리 604번지
▲메뉴 : 국밥 7000원, 국수 5000원, 수육 1만 원.
▲예약 및 차량 문의 : 041) 338-2654 (12시 ~ 12시 30분에는 예약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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