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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동면 동네마실방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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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동면 동네마실방 ‘뜰’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4.02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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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분위기·맛 나누는 지역 사랑방

주인과 손님이 따로 없는 열린 공간
유기농 쌈채소로 만든 샐러드 군침

 
요리연구가이자 음식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박찬일 씨가 어느 중앙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수많은 유명 음식집을 거친 그가 정말 해보고 싶은 음식집은 손님이 인테리어가 되는 아주 작은 규모의 음식집이라고 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이 풍경이 되고 그림이 되는, 작은 가게에 다 와서 앉아 있으면 그 자체의 균형이 팽팽히 맞아떨어져 식당이 힘을 받게 되는 곳. 그가 생각하는 교양은 그런 밥집에 앉아 그 지역의 전통적인 이슈를 지역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라고 했다.

 
어쩌면 이번에 소개하고픈 집도 그런 곳과 닿아 있다. 맛도 맛이지만 사람들이 인테리어고 분위기가 되는 곳이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마다 열띠게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누는 공간, 다만 밥집이 아니라 술집인 이곳은 홍동면에 있는 동네마실방 ‘뜰’이다.

내포신도시에서 자동차로 2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홍동면사무소. 밤이 되면 시골의 몇 안 되는 가게들은 하나둘 불을 꺼뜨려 가는데, 뜰은 저녁이 되어서야 희미한 불빛을 켠다. 저녁 7시가 안 된 시각, 문을 열기가 무섭게 가게를 찾자 월요일 당번인 이동근 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가게 문을 열면 따뜻한 조명색에 나무와 벽돌로 마감한 실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보기에도 푸근한 분위기가 난다. 첫 손님이 되어 가장 큰 테이블에 홀로 앉아 안주를 주문하니 맥주와 함께 이 씨도 함께 자리에 앉는다.

▲ 뜰 내부
이 씨는 낮에는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 일을 하는데 월요일 저녁이면 뜰 당번이 되어 홀과 계산 등을 담당한다.

“이곳을 연 지도 벌써 2년이 됐네요. 지금은 조합원이 130명이 좀 넘었어요.” 식당에 조합원이 무슨 말인가 하니 뜰에 조합원으로 후원회비를 내 준 사람의 수를 말한다.

2010년, 시골에 마지막 남은 호프집이 문을 닫게 되자 지역의 술꾼들이 힘을 합해 술집을 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이곳의 시작이었다.

마을의 목수, 솜씨꾼들에게 부탁해 벽돌을 쌓고, 나무를 덧대고 전기설비를 거쳐 인테리어를 해결했고 요리에 필요한 주방 기기들은 지역민 등 90여 명이 출자해 주민들이 한 구좌에 10만 원씩 보탰다. 그렇게 2011년 3월에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뜰의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람만 130여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홀 당번은 이 씨 말고도 6명이 더 있다. 운영위원 7명이 돌아가면서 사례비 정도의 인건비를 받고도 기꺼이 요일별로 당번을 선다.

▲ 뜰 전경
주인과 객 구분 없어 당번들이 바빠 보이면 손님들은 술도 직접 따라 가고, 그릇도 치워서 주방으로 갖다 준다. 주방은 이나래 씨가 책임진다. 지난해 여름 귀농하면서 주방을 맡게 된 나래 씨는 “음식 잘 만들 줄 몰랐는데 이거 하면서 배웠어요. 안주 종류는 많은데 몇 번 안 나가니까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골뱅이 양념 같은 것도 다 준비해야 하죠.” 하고 말한다.

사람들과 분위기도 좋지만 맛도 빠질 수 없다. 메뉴는 계란말이, 마른안주, 탕 등 다양한데 이곳의 특징은 훈제오리, 소시지, 돈까스 등등에 따라가는 샐러드에 있다. 되도록 지역 농산물을 쓰자는 것이 원칙인 뜰에서는 장곡에서 젊은 귀농자들이 재배한 유기농쌈채소를 그때그때 받아쓰는데 얼마나 신선한지 쌈채소가 잘릴 때 나는 설겅설겅 소리에 침이 고일 정도다.

아낌없이 풍성한 양에 딸기, 귤, 방울토마토 등 제철 과일로 장식하고 특제 마늘 소스를 올려 내면 술 먹다 도리어 깰 것 같은 건강한 안주가 완성되는데 주인공인 합성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항생제 소시지가 오히려 밀려날 정도. 안주를 맛보고 있으니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마침 일을 마친 젊은 농부, 풀무학교 전공부 학생, 마을의 크고 작은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들러 치킨을 포장해 가거나 맥주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간다.

동아리 모임이나 공부 모임, 강연이 있는 날이면 뒤풀이도 이곳에서 열린다. 술을 못하는 사람들과도 밤에 커피나 차 한 잔 시켜 놓고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고, 아이들은 뛰어놀 수 있으며, 자칫 술주정이라도 부렸다가는 퇴장 조치를 당하게 되니 애기 엄마들도 좋아하는 건전한 음주 공간이다.

혼자 들르더라도 부담스러워 말길. 술과 사람을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이곳에선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말벗이 될 수 있다.

▲운영시간 : 오후 7시~오후 12시까지 (일요일 휴무)
▲찾아가는 길 : 홍동면 운월리 홍동농협 맞은편
▲메뉴 : 커피, 차, 막걸리, 소주 3000원, 소시지샐러드, 치킨 1만5000원, 탕, 마른안주 등
▲문의 : 041) 63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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