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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옥암리 ‘네오포크 기운센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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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옥암리 ‘네오포크 기운센 장어’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3.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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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게 구운 장어에 시금한 파김치 ‘금상첨화’

▲ 물류팀장 박우순 씨가 살아있는 장어를 보이고 있다.
4월이면 서해안에서는 본격적인 실뱀장어 잡이가 시작된다. 홍성군 서부면 일대에서도 유독 몸값이 비싸진 실뱀장어를 잡으려 하구를 따라 밤새 밝은 불빛을 켜 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뱀장어란 다름 아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어, 즉 뱀장어의 치어를 말하는데 작고 몸 빛깔이 투명하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10여 년을 살다 먼 바다로 가서 알을 낳고 죽는다.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과는 정반대다. 수많은 뱀장어가 알을 낳기 위해 초승달이 뜨는 날 태평양의 어느 한 곳에 모인다는 이야기는 어부들에게 전설과도 같았다.

2년 전, 태평양 어딘가에서 뱀장어의 알이 떠오르는 모습을 발견한 일본 수산연구소의 논문은 유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처의 자매지에 실리기도 했다.

산란 장소를 알아냈다고 해도 신비는 여전하다. 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태어난 장어 새끼들은 그 작은 몸으로 다시 수천km를 헤엄쳐 강을 찾는다. 알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강으로 올라오는 치어를 잡아 양식한다. 아무리 사람이 가두고 먹여 키운들 장어는 태평양 먼 바다에서 태어나 헤엄쳐온 기억을, 그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어 양식장의 대부분은 전라도 나주와 고창 등에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서울이나 도심에서 잘 손질된 냉장 장어를 택배로 주문받아 먹으려면 여기 홍성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에 두 곳에 불과하다는 생물 배달집 가운데 하나가 홍성에 있는데 바로 ‘기운센장어’. 이름을 들었을 때만 해도 프랜차이즈인줄 알았건만 ‘기운센장어’라는 이름은 여기가 원조였다.

조상국 씨가 창업주에게서 이어받아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3년 전, “전라도는 산지고, 수도권은 소비지인데 여기는 중간물류지랄까요. 생물로 가져와 손질한 다음에 냉동하지 않고 포장해서 하루 안에 배송이 가능하니까요.” 하고 말한다.

옥암리에 있는 공장으로 전남에서 싱싱한 민물장어가 올라오면 몇 개의 수조로 나뉜 탱크에서 분류작업을 거친다. 장어의 크기는 생각보다 다양한데 1kg에 3마리가 들어갈 수도 있고 6마리가 들어갈 수도 있다.

 
힘차게 퍼덕거리는 장어를 잡아 먹기 좋게 손질하고 포장하는 것이 물류팀장 박우순 씨의 일. 박 씨는 “그때그때 수량을 생각해 3~4일 안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만 받죠. 시골 분들은 큰 것일수록 맛있다고 하시는데 큰 것은 씹는 맛이 좋고 작은 것은 더 부드러워요. 도심 분들은 작은 장어를 더 많이 찾으시죠.”하고 말한다.

G마켓, 옥션 등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소포장 배송됨은 물론 강원도에 있는 가게까지 이곳 장어를 쓴다고. “인터넷 쇼핑은 댓글 한번 잘못 달리면 끝이잖아요. 그만큼 품질에 최선을 다한다고 자부합니다.”
택배뿐만 아니라 공장 건너편에 식당이 있어 홍성에서 직접 맛볼 수도 있다. 풍농주유소 뒤 네오포크 기운센장어가 조 씨네 식당. 장어를 주문하면 주방에서 애벌구이를 마친 통통한 장어들이 불 위에 오르고 한켠에는 장어머리와 잡뼈, 고춧가루 등을 넣고 만든 양념장이 함께 끓는다.

갓 잡아 불 위에서 머리 따로, 꼬리 따로 요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돼, 장어에게 좀 덜 미안하다고 할까. 얌전히 익어가는 장어를 가위로 큼직큼직 썬 다음,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지면 뜨끈한 양념장에 찍는다. 여기에 절인 생강은 필수, 시금하게 익힌 파김치와 마늘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된다. 한 입 가득 장어 향이 퍼지며 “보양보양” “원기원기” 하고 씹힌다.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한 지인은 후각과 장이 민감해 장어를 잘못 먹고 탈이 나곤 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조 씨는 “항생제를 되도록 안 쓰는 양식장에서 가져오고 신선도를 항상 신경쓰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고 설명한다.

 
특이한 건, 식당은 삼겹살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는 것. ‘네오포크’라는 간판이 ‘기운센 장어’보다 더 크다.
58년을 옥암리 128번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는 토박이 조 씨는 이 일대가 목장이던 시절부터 농사는 물론 양돈, 주유소 등 여러 일을 했다. 부인 노명숙 씨와 외곽순환도로 공사 시절 공사현장 식당을 하고 홍성 돼지고기 브랜드 네오포크 전문식당을 했던 것. 장어 냄새 맡고 사는 부부라 환갑을 바라보는 데도 기운들이 넘치는데 노 씨는 “장어를 못 드시는 분들은 삼겹살이나 김치찌개를 드시면 되죠. 네오포크가 잡내가 없어서 우리 집 김치찌개 먹으면 다른 집 거 못 먹어요.” 하고 자랑한다.

한번쯤 기운 빠지는 날, 태평양 바다 기운 받으러 가 보시라. 그 전에 점심 백반을 먹으며 음식 맛이 맞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으리라. 소고기 무국, 동태찌개, 김치찌개, 돼지등뼈탕 등 날마다 바뀌는 국에 열 가지 반찬이 나오는 백반이 5000원이다. 점심때면 주문 없이 상 위에 다 차려져 있어 시간 절약겸 인근 대학교 직원들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운영시간 :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명절 휴무))
▲찾아가는 길 : 홍성읍 옥암리 풍농주유소 옆옆
▲메뉴 : 백반 5000원, 생삼겹살 1만 원. 장어 6만3000원부터. (포장은 4만 원부터)
▲문의 : 041) 631-8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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