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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상설시장 ‘홍남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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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상설시장 ‘홍남만두’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3.1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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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아삭 씹히는 야채고기만두
노릇노릇 구워낸 김치군만두 ‘군침’

이곳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 금요일이었다. 지인과 만나 홍성읍내 명동상가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는데도 여전히 허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지인도 출출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며 “만두나 먹자”고 말했다. 명동상가 근처, 만두. 그렇다면 당연히 ‘홍남만두’였다.

홍성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이를테면 간단한 수학 공식 같은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홍성 산 지 2년이 되어가는 지인이 아직 홍남만두집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 홍성 사는 거 맞아?’ 하는 눈으로 다시 보게 된다. 값비싼 갈비집도 아니고, 끼니가 아니어도 찾게 되는 분식집. 게다가 시켜 먹을 수도 있고, 하나씩 나눠 먹기에도 좋은 만두와 찐빵.

 
홍남만두는 그렇게 홍성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또 한 번씩은 먹어본 집인 것을. 이참에 홍남만두 집을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남만두 집이 있는 곳은 매일시장 골목에서 조금 들어간 자리다. 가게 앞 큰 찜통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40년 전통 홍남만두’라는 큰 간판 덕분에 가게를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40년 전통. 처음에 간판 없이 장사를 했고, 이 간판을 만들고도 10여 년이 더해져 이제는 50년이 넘는다는 이곳은 그래서 옛 맛을 파는 곳이기도 하다.

단출한 내부에는 조그만 앉는 상이 몇 개 펼쳐져 있는데 한쪽에는 아이들의 장난감과 살림살이가 많다. 대부분 포장해서 가져가거나 전화로 배달주문을 해서 그런지 앉아서 먹는 손님은 별로 없다. 상 하나에 지인과 앉아 야채고기만두와 김치군만두를 하나씩 시키니 조그마한 찜통에 야채고기만두가 먼저 나오고, 김치군만두는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굽는 냄새부터 풍긴다.

 
이곳의 만두는 다른 곳과 달리 모양이 각지게 잡혀 있지 않고 조금씩 제각각이다. 크기도 큼직해 한 입에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이고 색깔은 누르스름하다. 한입 베어 물면 이곳만의 독특한 맛을 대번에 알게 되는데 만두 속을 양배추, 양파 등을 잘게 썰어 채웠기 때문이다. 아삭한 채소가 씹히는 만두에는 어딘가 정겨움이 묻어난다.

조금 지나 김치군만두가 들어온다. 사실 더 높은 점수를 쳐 주고 싶은 것은 군만두다. 그때그때 구워내기에 바삭하고 또 완전 기름에 퐁당 빠트리는 것이 아닌 앞뒤로 뒤적이며 일일이 노릇노릇 구워내기에 집에서 해 먹는 맛과 다르지 않다.

야채만두를 먹으면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던 지인은 김치군만두를 한 입 베어 물고는 말을 잃었다.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김치군만두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 이 만두를 먹기 전까지만 해도 군만두나 물만두는 찐만두의 들러리라고 생각했었어요.”과히 36년 한 인생의 만두지론을 바꾼 김치군만두인 셈.

 
홍남만두를 운영하는 최은경 씨는 “김치만두는 친정어머니가 담근 김치로 만드는데 이걸 더 찾으시는 분이 많으세요” 하고 말한다. 간이 세지 않은 김치가 잘디잘게 썰려 채워져 있는데 군만두로 맛보며 김치볶음처럼 맛있다. 다시 들른 날에는 김치만두는 저녁 6시가 될 무렵 이미 동이 났을 정도.

2대째 만두집을 했던 전통의 이름을 물려받은 최은경 씨는 지금도 얼굴이 앳된 서른세 살이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건 스무살 때부터. “처음에 그냥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시작했어요. 생활정보지를 뒤적이다가 지금의 식당을 찾았고 처음에는 셈 치르고 포장하고 그런 일만 하다가 차츰 반죽하고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 거지요.” 대를 이어 만두를 빚던 주인 내외는 4년 전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은경 씨에게 가게를 맡기게 됐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라고 은경 씨는 말하지만 스무 살의 처녀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집에 한결같이 머무르기가 어찌 쉬웠을까. 쉬는 날도 별로 없는 식당에서 아침부터 저녁 9시까지 9년여 동안 착실히 일한 은경 씨가 전 주인들의 눈에도 남다르게 보였을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은경 씨는 “지금도 가끔 예전 사장님이 전화를 주세요. 흔히 만두에 무말랭이를 넣는데 양배추가 위생적인 면에서 더 안심이 된다고 해서 쓰셨대요. 겨울 동안 값이 비쌌지만 그래도 하던 데로 양배추를 써요. 지금도 요리는 만두 말고 별로 할 줄도 몰라요.” 하고 말하고는 조용히 웃었다.

가게는 아침 9시 30분쯤이면 문을 열고 저녁 10시면 닫는다. 아침을 먹지 못해 대신 사 가는 사람, 농삿일하다 참으로 먹으려고 사가는 사람, 임신해서 왠지 생각나더라며 찾는 사람 등 오는 이유도 다양하다.

내포신도시와 도청까지도 배달이 가능한데 거리 때문에 3만 원 이상 주문해야 한다고.

40년의 시장골목 맛을 이어 다시 13년을 보탠 홍남만두집에는 다시 아기들 소리가 들린다. 멋쟁이 큰아이와 찐빵처럼 뽀얗고 쫀득한 볼살을 가진 두 살배기 딸아이는 손님들과 대화 주제가 된다. 아침이면 동글동글 하얗게 빚어지는 찐빵이며 만두들이 그렇게 누군가의 소소한 출출함을 채워준다. 세월이 바뀌고 주인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 담백하고 아삭한 맛은 정겹게 이어지고 있다.

▲ 운영시간 : 오전 10시~ 저녁 10시, 첫째·셋째주 일요일 쉼
▲ 찾아가는 길 : 홍성상설시장 입구 조양약국 뒤
▲ 메뉴 : 찐빵 6개 3000원, 야채고기만두 10개 3000원, 김치만두 10개 3500원, 군만두는 500원씩 추가.
▲ 배달 및 문의 : 041) 632-3535 (거리에 따라 배달 가능 인분 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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