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1 (금)
맛집 순례/ 홍성읍 ‘가야면옥 & 갈비’
상태바
맛집 순례/ 홍성읍 ‘가야면옥 & 갈비’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2.26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질 좋은 홍성 돼지갈비, 담백한 간장양념 촉촉히 머금었네

 
홍주문화회관이 있는 홍성읍 옥암리 주변은 전자제품점이 많은 곳이다. 하이마트, 전자랜드와 LG, 삼성 대리점 등이 있어 지역 내에서 전자제품을 쇼핑할 때 유용하다. 여기에 축협 하나로마트가 있어 지역 유기농산물과 홍성한우를 값 싸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는 사람만 아는 이곳의 특징은 바로 읍내에서 소문난 돼지갈비 집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축협 하나로마트 옆에 있는 블록이 바로 돼지갈비집들.

그 가운데 이번에 소개할 곳은 새로 생겨 간판도 유독 깔끔한 ‘가야면옥&갈비’다. 맨 처음 ‘가야면옥&갈비’의 간판을 보고는 세련된 글씨체와 이름에 지레 ‘체인점이겠거니…’ 하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충남 가야산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으로 직접 만드는 막국수가 제법 맛있다는 것 아닌가. 재밌는 건 흔히 ‘면옥’과 ‘갈비’라고 하면 냉면과 소갈비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은 막국수와 돼지갈비가 간판 메뉴다.

지인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여느 읍내 식당과 다른 점이 곧장 눈에 띄는데 바로 ‘홀 중심’이 아닌 ‘룸 중심’이라는 것. 8인석의 깔끔한 방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돼지갈비가 1인분에 9000원이다. 삼겹살도 만 원이 넘어가는 시대에 구경하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 여기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은 분위기다 보니 어떤 단골은 아예 한 방을 며칠씩 예약한 적도 있었단다.

 
주문을 하자 빨갛게 달궈진 숯불이 들어오고 양념이 충분히 밴 초콜릿색 돼지갈비와 목살이 연기를 내며 구워진다. 숯불 주위로는 반찬들이 차곡차곡 깔린다.

그 사이 30대인 젊은 사장 황동관 씨가 말을 건넨다. “홍주미트에서 도축한 홍성산 돼지고기예요. 축산군이니까 고기로 승부를 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30대인 젊은 사장인 황동관 씨는 지역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찌감치 고깃집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아산, 예산 등 다른 가게에서 불판을 닦아가며 꾸준히 일을 배운 끝에 지난 5월, 자신의 가게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30대의 당찬 발상으로, 소문난 돼지갈비 골목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다고 아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돼지갈비 골목에 특색을 더하겠다는 포부인 것.

“홍성 돼지갈비집들 하면 이곳 옥암리잖아요. 이곳 식당들은 엄청난 반찬 서비스들로 유명한데 저는 그것으로 비교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그 가게들의 특색이니까요. 그래서 가게를 열 때 반찬 수를 적게 내는 대신 주변보다 가격을 낮게 매겼어요. 개점이벤트로 시작한 건데 너무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3월부터는 1만 원으로 올려리려고요.”

이윽고 여러 번 뒤집어 가며 익힌 돼지갈비를 먹기 좋게 잘라 한 점 맛본다. 달지 않은 간장양념이 잘게 낸 칼집 사이로 촉촉이 스며들어 부드럽고 담백하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쳐다보는 사장님과 마주보며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맛. 서둘러 차례를 기다리는 또 다른 간판메뉴를 맛본다. 한 그릇에 메밀 막국수 두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한쪽은 윤기가 흐르는 고추장양념이 얹혀 있고 한쪽은 메밀 자태 그대로 보여준다. 먹는 방법은 으레 알 듯 양념 먼저 비벼 먹고 얼음육수 부어 물 막국수로 먹는 것.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내가 짬뽕 시켰을 때 바로 옆에서 시켜 먹는 자장면이라고 했던가.

 
냉면이든 막국수든 시킬 때면 물일지 비빔일지 기로에서는 우유부단한 당신에게 식사 때만은 스트레스를 내려놓으시라 배려한 합체 메뉴인 셈이다.

막국수의 면발은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과 메밀의 구수함이 적당히 어우러진다.

봉평산 메밀가루를 받아다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직접 반죽해 면을 만든다는 황 씨는 “메밀을 너무 넣으면 텁텁해지고 적게 넣으면 구수한 맛이 안 나고 그걸 맞추는 게 어려우면서도 재밌더라고요.” 하고 말한다.

비빔양념에 살아 있는 고춧가루 향은 국산의 힘.

황 씨는 막국수는 물론 각종 반찬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모두 국산만 쓴다며 “비싸기는 한데 이게 국산을 안 쓰면 특유의 매운 맛이 안 나서요.” 하고 덧붙인다. 순서대로 먹자면 비빔다음 물이겠지만, 담백한 물막국수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비비기 전 물막국수 먼저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닭 뼈와 살을 제대로 우려 그 맛이 고기 육수와는 또 다른 풍미가 있는데 자극적인 비빔을 먹고 나면 그 맛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까닭이다.

황 씨는 홍성고와 청운대를 나온 덕에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신다고 감사해한다. 황 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이상하게도 고깃집이 더 적성에 맞더라고요”하고 말하지만 매번 반찬을 치우며 어떤 반찬에 손이 안 가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바꾸는 모습은 대상만 달라졌을 뿐 데이터를 확인하고 다시 수정해 나가는 공학도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껏 소개해온 맛집들의 역사들에 비하면 1년도 안 된 가게는 어쩌면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님과 음식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초심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 “잘생긴 저 보러 많이 와주세요” 하는 넉살 좋은 황 씨의 얼굴은 직접 확인하길. 술 한 잔과 진심어린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란다.

▲ 운영시간: 오전 11시 ~ 저녁 10시까지. 연중무휴.
▲ 가격: 돼지갈비 250g 9000원(3월 1일부터 1만 원), 막국수 6000원
▲ 찾아가는 길: 홍성읍 옥암리 축협하나로마트 옆
▲ 예약 및 문의: 041)632-236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