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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군 구항면 ‘구항농협 암소한우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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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군 구항면 ‘구항농협 암소한우타운’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2.19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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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살코기 사이 하얗게 물결치는 1++ 마블링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정육점
상차림비 추가 받는 시스템

 
홍성은 예부터 소를 많이 키웠다. 우시장도 있거니와 도축장도 있다. 그렇다보니 이곳에서 웬만큼 산 사람들은 한우 먹는 입맛도 꽤나 까다롭다. 그런 이들의 인정을 받는 곳이 있으니, 바로 구항면 오봉리에 있는 구항농협 암소한우타운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정육점이 보이는데 옆에는 이날 판매하는 한우의 등급이 쓰여 있다. 구항에서 2008년에 태어나 서 아무개씨 가 키운 암소다. 말로만 듣던 투플, 최상급인 1++다.

기대에 차서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 한 자리 차지하고 주문을 해 본다. 식당은 그날 판매하는 소의 등급에 따라 등심, 채끝, 차돌박이 등으로 이뤄진 모듬구이가 나오고 여기에 상차림 비를 추가해 받는 정육식당의 시스템이다. 상추와 몇 가지 밑반찬이 나오고 이윽고 다양한 크기의 부위들이 한 접시에 나오는데 핑크빛 살코기들 사이로 하얀 지방들이 물결치는 것이 아름다운 투플의 자태다. 달궈진 팬에 맨 먼저 차돌박이를 올린다. 얇게 펼쳐져 있던 하얀 살코기가 순식간에 주름지며 핏기가 사라진다. 부드러운 고기 맛을 보며 다음 타자들을 서둘러 올린다.

등심과 채끝. 센 불에 표면을 얼른 익혀 육즙을 뺏기지 않도록 굽는다. 투플의 맛을 그대로 느껴 보고자 살짝 덜 익힌 상태로 별다른 양념 없이 입으로 가져간다. 고소하다. 한우가 고소하다고 하면 이상할까. 하지만 고소한 맛이 난다는 것은 고기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확실한 특징이다.

정육식당에 오는 사람은 대개 별다른 상차림을 기대하지 않고 고기로 배를 채우려는 경우가 많다. 싼 값에 좋은 고기로, 그런 사람들에게 이미 이곳은 입소문이 나 있다.

좋은 등급 한우만 엄선 도축
단 기간에 좋은 평가 받아


고기에 대해 좀 더 물어보려 정육코너로 가니 마침 고기를 사러 온 구항면 한 주민이 직원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들어보니 손님이 육회로 먹을 고기를 좀 사겠다는 것인데, 직원이 되려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말리고 있는 것이었다. 옥신각신이긴 한데 사려는 사람과 말리는 가게 직원이라니, 뭔가 바뀌어도 굉장히 바뀐 것 같다. 결국 “내가 알아서 먹겠다”며 손님이 고집을 부리자 직원은 마지못해 고기를 썰며 가격을 저렴하게 쳐 준다.

조합원이기도 한 손님은 “이곳 고기 맛있지. 조합 이름 걸고 하니까 부끄럽게 장사하면 안 되지” 하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4년 전 생긴 식당이지만 이미 입소문으로 홍성읍은 물론 수도권 등 외지에서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식당을 열었을 때부터 맡고 있다는 조준행 정육팀장은 단지 고기를 썰고 내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농가를 돌며 판매할 한우를 고르는 것 또한 그의 일. 조 팀장은 “어떤 농가의 한우를 선택해 도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직 저에게 권한이 있어요. 조합장님조차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지요.” 하고 말한다.

쉬운 말 같지만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달리 조합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려면 ‘등급’에 따라서만 한우를 도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는 사람, 지역 유지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등급이 좋지 않더라도 값을 좋게 쳐 달라며 도축을 부탁하는 것을 과감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구항농협은 이 같은 일을 일찌감치 정육팀장에게 일임하고 등급에 따라 고기를 사고 도축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단 기간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정육팀장이 직접 도축할 소를 고르는 것은 맛에도 엄청난 노하우가 생기게 된다. 한우야 등급으로 맛이 매겨지지만 같은 1등급이라도 고기 좀 씹어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세우와 암소의 맛을 가려낼 수 있다. 그 표현은 주로 ‘거세우는 싱겁고, 암소는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는 것. 조 팀장은 “등급 판정은 어디까지나 규격이니까요. 저희는 직접 농가를 방문해서 소를 보고 정육작업까지 거치니까 어떤 한우가 같은 등급이라도 좋은 맛을 내는지 세부적이고 경험적으로 쌓인 노하우가 있지요.” 하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또한 60개월 이하, 세 번 이상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만을 선택하니 정직한 원칙을 지킨 증거가 바로 이 진하고 고소한 한우의 맛이다.

고기로 온전히 배를 채우고 싶은 날 들러보자. ‘내가 고기 맛 좀 아는데’ 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다만 정육식당인 한계로 함께 나오는 상차림에서는 별로 기대할 바가 못 된다. 별다른 양념에 기대지 않고 소금에 찍어 온전히 고기 맛을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

조만간 식당도 리모델링 하고 내포신도시에도 식당을 낸다고 하니 한층 업그레이드된 분위기와 찬으로 구항 한우의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운영시간: 오전 11시 30분~저녁 9시까지. 명절 당일만 쉼.
△가격: 1++ 등급 1만6500원, 1+등급 1만3640원, 1등급 1만1000원, 상차림 1인당 3000원
△찾아가는 길: 홍성군 구항면 오봉리 671
△예약 및 문의: 041)631-8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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