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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읍 ‘소복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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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읍 ‘소복갈비’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2.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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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천 준공때 갈비 70인분 배달 … 70년 된 음식점

 
식사용으로 갈비탕·설렁탕 주문후
비싼 한우갈비는 맛보기 주문토록

설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홍성읍 한 커피전문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젊은 남녀 넷이서 홍성 예산 주변의 고깃집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들렸다. 끝말잇기를 하듯 한 명씩 저마다 음식점을 말하는데, 이미 소개된 집들도 있다. 그러던 중 한 명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소복갈비! 여기 갈비탕 먹어봤어? 다른 조미료 없이 진한 국물 맛이 자꾸 생각난다니까.”

양념갈비에 대한 찬사로 이미 소개되었어야 마땅한 식당인데, 갈비탕에 대한 간증(?)까지 듣고 나니 소개를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 예산읍에 있다는 소복갈비로 달려갔다.

커다란 건물, 넓은 주차장, 간판에 큼직하게 쓰인 ‘대통령의 맛집’이라는 문구는 들어설 때부터 이곳의 전통과 명성을 알려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마지막 오찬으로 즐겼다는 일화 후, 수많은 정치인들이 방문한 흔적이 식당 곳곳에 사인으로 남아 있었다. 명절을 앞두고 모인 가족, 청주에서 출장 왔다 들렀다는 회사 직원들까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 홀은 저마다 명성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단 이곳의 대표 음식격인 양념갈비를 주문했다. 갈비로 유명한 집이지만 방에 냄새는 별로 배지않았다. 계산대 옆 참숯불에서 구운 다음 돌판에 담겨져 나오는 이곳만의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가장 맛있게 고기가 익어져 나온다는 점, 옷에 냄새가 덜 배는 점은 이미 이곳만의 특징이다. 주문과 함께 48시간 양념에 재웠다는 1등급 이상 한우 암소들이 참숯 위로 올라간다. 불에 몇 번 뒤적이는가 싶으니 이내 붉은색은 사라지고 육즙이 촉촉이 배어나와 윤기가 도는 갈색이 되고, 데워진 돌판으로 옮겨져 상 위로 올라온다.

가격에 비해 다소 양이 적은 듯해 먹기 전부터 아까운 생각이 든다. 별다른 찬도 없는데 하며 한 점 씹어 본다. 맛있다. 다시 한 점. 역시 맛있다. 양념이 적당하게 밴, 달지도 짜지도 않은, 살살 입에서 녹는, 같은 진부한 표현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매번 지면에 자신의 표현이 들어가는 것을 즐기는 지인도 그저 조용히 않아 “맛있다, 맛있다”만 연발하며 먹기만 한다. 참 뻔한 맛이다. 잘 재운 한우 갈비가 참숯에 구워지면 낼 수 있을 뻔한 맛. 그래서 그냥 맛있다는 말 말고는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한다. 세상에 수많은 애정 표현이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대체할 표현이 없는 것처럼. 이 맛은 그저 ‘맛있는 한우갈비 맛’이다.
갈비탕도 주문하려 했던 생각은 공기밥이 나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된장찌개 대신 함께 설렁탕 국물이 나오는데 이것으로 남은 허기가 온전히 채워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테이블에 나오는 갈비탕은 보기에도 맑은 국물이 그 맛을 궁금하게 했었는데 함께 나온 설렁탕 국물이 충분히 이 가게의 성실하고 깔끔한 맛을 온전히 전하고 있다. 전혀 간을 하지 않은, 온전한 육향을 간직한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맛.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곳의 다른 명물인 갈비탕이나 굴탕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만큼 과식을 제어해야 했다. 갈비탕과 양념갈비에 가려졌지만 이곳의 가장 실속 메뉴는 6000원의 설렁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재작년부터 식당을 맡고 있다는 김영호 씨는 식당의 시작을 1942년, 해방 이전이라고 말한다. “고모님이신 이수남 할머니가 원래 이 자리에서 고기 안주를 내오던 술집으로 시작한 곳이에요. 처음에는 초가집에서 질긴 갈빗살을 귀한 술안주로 냈던 거죠.” ‘소복’이라는 이름은 원래 한자 뜻 없이 붙인 이름인데, 소복소복 ‘작은 복이 들어오라’는 의미였다가, 지금은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소복(笑福)의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식당이 유명해지게 된 박 전 대통령과의 일화에 대해, 김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식당에 왔던 것은 아니었어요. 10월 26일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한 행사 날 70인 분의 갈비를 재워 배달했던 것이죠”하고 말한다. 자식이 없던 김 씨의 고모는 명성과 비법을 김 씨의 부모님과 함께 나눴고, 세월이 흘러 김 씨의 큰 형에게로 이어졌다.

대전에서 소복갈비를 하던 김 씨가 재작년부터 본점을 맡게 됐고, 지금은 다시 아들과 며느리가 음식점 일을 배우고 있다. 후추를 제외한 참깨며 고춧가루 등 모든 양념재료까지 국산으로 사용하고, 1등급 한우 암소 고르기에서 비법 양념까지, 세월이 지나도 그 명성은 오래오래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홍성읍 월산리에도 음식점 소복이 있는데 이는 김 씨의 여동생이 하는 식당이라고.

덕산면의 고덕갈비가 연탄불에 도란도란 가족들과 추억을 되새길 만한 장소라면, 소복갈비는 옷에 냄새가 배지 않고 누가 고기를 구워야 할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예산의 자랑인 양념갈비를 외지 손님에게 대접하기 적절한 곳인 듯싶다.

음력설이 지난 지금, 새해 복으로 작은 복이든 웃는 복이든 맞이할 겸 들러 보길. 갈비탕과 설렁탕을 적절히 섞어 주문하고, 비싼 갈비는 배를 채우기 용이 아닌 맛보기로 활용하는 지혜를 잊지 말자.

△운영시간: 오전 11시~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
△가격: 양념갈비 1인분 250g 3만1000원, 갈비탕 1만1000원, 설렁탕 6000원
△찾아가는 길: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 210-10
△예약 및 문의: 041)331-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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