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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돼지고기구이 전문점 ‘돼지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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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돼지고기구이 전문점 ‘돼지카페’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3.01.29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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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와 소시지 야채세트 ‘고소야’ … 삼겹살은 특별 메뉴

기름끼 쏙 빼내 삼겹살 고소한 맛 더해
울릉도산 명이나물 … 껍데기는 서비스

 
흔히 우울할 때면 시장에서 산책을 해보라는 말이 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장사람들의 활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시골에선 사람들 붐비는 시끌벅적한 맛집이 이 같은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홍성읍 월산리에 있는 돼지고기 구이집 돼지카페는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맛은 물론 활기찬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신흥 맛집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 지글지글 불판에 구워지는 고기에 사람들은 기분이 업 되고 나누는 목소리톤도 업 된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빨간 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주문을 받는데, 빠릿빠릿 한 몸놀림이 도시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계산대 옆에 쓰인 한달치 단체손님 일정표에는 도 공무원들의 예약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특히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 2개는 오래전부터 예약해야 한다고.

 
한 자리 잡고 먼저 점심 메뉴로 선 보이는 돼지찌개와 고기소시지 야채 세트인 ‘고소야’를 주문했다. “돼지김치찌개 주세요” 하니 주문을 받던 김영선 씨가 “돼지찌개예요, 김치를 넣지 않고 돼지찌개. 옛날부터 이 지역에서 돼지에 새우젓 넣고 끓이던 찌개가 있었거든요. 그거를 개량해서 만든 거예요” 하고 설명을 덧붙인다.

주인공 돼지고기에 애호박 등 각종 야채가 큼직큼직하게 푸짐한 것이 전골냄비 가득 채운 빠알간 국물로도 숨길 수 없다. 김치가 들어가지 않은 돼지찌개는 어떤 맛일까. 생각보다 진한 육수 맛에 대해 물어보니 김 씨가 “사골 육수에 새우젓으로 간한 거예요. 살코기는 꼭 앞다리살을 쓰지요” 하고 설명한다.

마블로즈는 홍성·보령의 양돈농가들이 모인 서부충남고품질양돈클러스터 사업단에서 만든 돼지고기 브랜드다. 충남도 지원을 받아 대학과 연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함유량이 높은 돼지고기를 개발한 것이다. 쉽게 말해, 고기는 맛있는데 기름기는 적다는 말. 그러니 기름기 적고 시원한 맛이 나는 돼지찌개에 딱인 셈이다.

찌개에 들어간 탱탱하고 촉촉한 앞다리살을 맛보았다면 이제는 돼지고기의 꽃, 삼겹살을 맛볼 차례. 촉촉한 삼겹살과 마블로즈로 만든 소시지가 세트로 준비되는데 돼지 전문가들이 이름 걸고 낸 브랜드 고기이니 선명한 분홍빛과 절묘한 마블링은 당연한 특징이다. 김영선 씨는 “나가는 돼지고기는 기계로 썰지 않고 모두 손으로 썰어 내요. 김치도 결대로 찢어먹으면 더 맛있듯, 돼지고기도 두툼하게 손으로 썰어야 더 맛있는 법이거든요” 한다.

여기에 치즈, 청양고추 등 다양한 맛의 소시지 구이, 딸려 나오는 밑반찬 세트까지. 샛노란 단호박전과 단호박샐러드, 양상추 샐러드, 계란찜, 김칫국 등 노랑, 연두, 주황 등의 밝은 색으로 이루어진 밑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정체불명의 이파리가 있다. 물어보니 이것이 돼지카페의 야심작 ‘명이 나물’이라고.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울릉도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거예요. 일명 산마늘이라고 단가가 가장 비싼 재료인데 돼지와는 찰떡궁합이죠.”

명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일명 산나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암, 자양강장의 기능까지 있는 산채라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재배가 까다로워 언제나 공급이 부족한 귀하신 몸이라고. 기다란 명이 장아찌 잎을 한 장 펴서 잘 구운 돼지고기를 올리고 콩나물파절임 얹고, 마늘 된장 올려 돌돌돌 싸 먹어 보았다. 과연, 짭쪼롬한 장아찌 양념에 알싸한 마늘향이 돼지고기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게다가 몸에도 좋다니, 지인과 명이 쌈을 한 장씩 나눠 먹으며, 마음속 깊숙이 앞으로 고기는 남겨도 명이는 남기지 않기로 정했다. 명이 만큼 귀하지는 않을지라도 상추는 홍성산 유기농상추, 구이에 올라가는 묵은지도 국산이니 지역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착한 농축산 재료들이다.

고기와 소시지를 해치운 자리에 마지막 서비스로 나온다는 돼지껍데기를 올린다. 서비스라기엔 웬만한 껍데기집 1인분 만큼의 양이 나오는데 불 위에선 “딱딱” 하고 거친 소리를 내며 익는 녀석이지만 입에 넣는 순간 살살 녹아 버리는 부드러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앞다리살, 삼겹살, 소시지, 껍데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부위를 고루고루 맛보고 나니 돼지 한 마리를 다 먹은 것 같다. 재료에서 메뉴, 친절함까지 신경 안 쓴 것이 없는 충남표, 홍성표 돼지고기이니 한 번씩 성지 순례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운영시간: 오전 10시~저녁 10시까지. 매주 일요일 쉼. 방 예약은 필수.
△가격: 점심메뉴 돼지국밥 6000원, 돼지찌개 7000원
삼겹살 200g 1만1000원 고소야 300g 1만3000원
△찾아가는 길: 홍성읍 월산리
△예약 및 문의: 041)631-7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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