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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삽교읍내 ‘진수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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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삽교읍내 ‘진수성찬’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1.22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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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내장 듬뿍 넣은 전골과 구수한 돌솥보리밥

예산의 이름난 음식점들은 토속 음식이나 별미로 인터넷에 충분히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맛집은 따로 있다. 어찌보면 소문 듣고 한 번 들르는 외지 손님보다 별다를 것 없는 메뉴로 지역주민들을 자주 찾게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 재료며 반찬이며 한 번 잘못 써도 지역에서 소문은 더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삽교읍내 식당인 ‘진수성찬’은 그런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합격점을 받은 맛집이다.

돌솥밥집이라고 소개받은 진수성찬은 인터넷에서 리뷰를 찾기 힘들지만 삽교읍 지인에게 가장 먼저 추천받은 맛집 중 하나였다.

한적한 시간 읍내 길가에서 찾은 식당 간판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작은 식당 같은 평범함.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공간이 넓고 토속적인 분위기가 제법 난다.

테이블에 앉아 벽을 보니 한지에 직접 쓴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는 달랑 세 가지. 돌솥밥, 돈까스 그리고 한우내장전골이다. 6000~7000원 대로 가격이 비슷한 것 빼고 세 메뉴 사이에 공통점은 없다. 의아해 하며 돌솥보리밥과 이름도 특이한 한우내장전골을 시켰다.

 
먼저 나온 것은 한우내장전골. 가짓 수가 제법 되는 반찬들이 조금 조금씩 딸려 나온다. 젓갈, 나물, 메추리알 등 열댓 가지가 되는데 두꺼운 도자기 종지에 담겨 나온 것이 깔끔해 보인다. 한켠에는 양푼에 전골이 팔팔 끓는다. 국자로 뒤적여 보니 콩나물에 각종 내장들이 듬뿍듬뿍이다. 이색적인 모양새에 맛도 이색적이다.

곱창이며 염통, 간 등 각종 내장이 들어가 국물이 진하면서도 곱창전골에 비해 덜 기름진 것이 매운탕처럼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난다. 함께 간 지인은 “소주 안주에 딱인 맛이다”며 숟가락이 바빠진다.

홍성이 고향인 지인에게도 이 내장전골 맛은 독특하다고. 익지도 않은 당면까지 성급히 불어가며 2인분을 혼자 먹어치우다시피 한다. “이 맛에 이 가격이면 정말 괜찮은데요” 하면서.

전골 맛을 보고 있자니 돌솥밥이 천천히 나온다. 16분 정도 걸린다는 돌솥밥은 그때 그때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단다. 나무 뚜껑을 열어 보니 보슬보슬 가운데마다 일자가 그려진 보리알들이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모습이다. 아래쪽 쌀과 살살 비벼 양푼에 옮겨 담는다. 양푼에 담긴 나물과 계란프라이. 고추장과 비비니 촉촉한 비빔밥이 된다. 여기에 함께 나온 된장까지 푸짐하다.

 
50여 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제법 널찍한 실내지만 일하는 사람은 임위빈, 이춘근 부부 단 둘뿐이다.
계룡시가 고향인 이춘근 씨는 남편을 따라 30여 년 전 삽교로 왔다. 이 씨는 “원래는 농사를 짓다가 모은 돈으로 식당을 했어요. 우시장서 소 거래를 하시는 친척 분한테 남편이 소 일을 배우고 다시 정육식당을 했었지요”하고 말했다. 그러다 6년 전부터 가게를 바꿔 돌솥밥 집을 하게 됐다. “언니나 저나 원래 손맛이 좋은 편이에요. 언니도 대전에서 식당을 하는데 음식집 이름이 진수성찬이에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 우리 집도 진수성찬으로 만들었어요. 이름이 진수성찬인데 반찬이 맛 없으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반찬도 넉넉히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내게 됐지요.” 메뉴는 이 씨가 잘하는 집마다 돌아다니며 3개월씩 일해서 배운 거다. 동네 방앗간에서 가져온 쌀보리로 만드는 돌솥밥은 미리 해두는 법 없이 생쌀부터 넣는 거라 밥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보리는 미리 조금 익혀 놔요. 보리는 하루만 지나도 금방 누래지니까 더욱 정성이 눈에 보이잖아요. 우리는 손님이 올 때마다 그때 그때 만드니까 보리밥으로 돌솥밥을 해보자 한 거죠. 쌀밥일 때보다 숭늉이 더욱 구수해 찾는 분들이 많아요.”

이곳 음식은 정직한 맛과 푸짐한 양으로 알려져 있는 셈인데, 메뉴를 정한 것이 요리하는 아내 이춘근 씨의 권한이라면 푸짐한 양을 정하는 것은 남편 임위빈 씨의 권한이다. 이 씨는 “아저씨한테 반찬이며 같이 나가는 찌개며 양이 너무 많다고 해도 고집이 얼마나 센지 그거 하나는 안 바꾸려고 해요” 하고 웃는다. 값과 양을 맞추다 보니 나오게 된 메뉴가 한우내장전골. 원래 곱창전골을 했는데, 한우로는 가격도 맞출 수 없고 양도 넉넉히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내장을 섞게 됐다고. “삽교에 도축장이 있잖아요. 거기서 염통, 양, 곱창 등 각종 내장을 넣고 전골을 끓였죠. 내장이 푸짐해서 좋아하시고 또 맛도 더 좋은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메뉴인 돈까스는 큼직한 국산 돼지고기가 두 덩이. 게다가 돈까스를 시키면 스프 대신 된장찌개를 주니 학생들은 둘이 와서 하나만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이춘근 씨는 “주머니 사정 빤한 학생들이 그렇게 먹는데 그냥 나누는 거죠” 한다.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의 식당을 이루기까지 쉬는 날도 없이 종목을 바꿔가며 단둘이서 바지런히 일군 식당. 쉰이 조금 넘은 이른 나이에 벌써 손자를 본 이 씨는 손자 보고 싶은 마음에 올해가 되어 처음으로 휴일을 만들었다. “첫째, 셋째 일요일은 쉽니다. 이제야 쉴 날을 만들었는데 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운영시간: 오전 11시~저녁 9시까지. 첫째, 셋째 일요일 쉼. 미리 예약하면 기다리지 않고 돌솥밥을 먹을 수 있다.
△가격: 돌솥보리밥 6000원, 돈까스 7000원, 한우내장전골 7000원.
△찾아가는 길: 삽교읍 두리 803-17.
△예약 및 문의: 041)33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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