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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업소 탐방 ⑨/ 홍성전통시장 내 대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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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업소 탐방 ⑨/ 홍성전통시장 내 대동집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1.11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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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선지·배추 시래기의 얼큰한 선지국밥 40년

▲ 홍성전통시장 대동집. 반백년을 해로한 박경규, 장옥순 씨 부부.
테이블 4개로 3남매 뒷바라지
토끼탕·삼계탕은 별미 계절음식

박경규, 장옥순 부부가 하는 홍성전통시장 안 대동집은 선지국밥집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잘게 썰은 선지며, 직접 농사지은 배추 우거지에 곱창까지 넣은 뜨뜻한 국밥이 단돈 5000원인데 바지런한 주인 덕분에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맛볼 수 있다. 육개장과 빨갛게 얼큰한 칼국수도 한 그릇에 5000원. 점심시간이면 4개밖에 없는 테이블에 손님들이 바쁘게 돌아가 오후 늦게 다시 찾자 조금은 한가해진 장 씨가 “이걸루 늙었어”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지국밥에는 선지와 배추우거지는 물론 보들보들한 곱창도 들어간다. 장 씨는 “홍동서 아저씨가 농사를 지어서 배추며 마늘, 꽤(들깨)를 모두 갖다가 쓰니까 가격을 맞추는 거지 뭐. 우리 먹으려고 약도 안 치구 벌레 먹구 큰 배추 말려 국에 넣는 거야. 곱창은 달아(다듬어) 놓은 게 있으면 넣어. 곱을 찬물에 뒤집어 손질하려면 가게 밖에서 해야 하는데, 요즘은 너무 추워서 잘 못했거든. 없으면 없는 대로 내고, 있으면 있는 대로 내는 거지 뭐” 한다. 저녁이 되자 메뉴판에 없는 토끼탕이 나온다. “대추 넣고, 은행 넣고 푹 끓이면 이게 약탕이여. 단골이 예약한 건데 겨울에는 이걸 하구 여름에는 삼계탕을 하지.”

 
50여 년 전 열아홉, 스물 하나에 만난 부부는 대천과 신례원이 각각 고향이었다. 전화국을 다녔던 남편 박 씨를 따라 장 씨도 충남 도내를 안 가본 데가 없다. “30여 년 전 장사를 시작했을 적에는 아이들도 돕구 그랬지. 그때는 삼겹살이며 여러 가지를 팔았는데 남편이 전화국에 일하면서는 집안일 보느라 쉬었어.” 그러다 박 씨가 퇴직한 15년 전 다시 가게를 시작했고 지금의 자리로 들어왔다. 다락방이 딸린 조그마한 가게 안에는 주방 옆에 걸터앉는 긴 나무의자 말고는 30여 년 전 식당 했을 때를 추억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홍성서 장사를 하면서 애들을 다 키웠지, 한 40년 살았으니까 여기가 젤 편해. 고향 같어.” 웬만한 음식은 척척 해내는 솜씨에 바지런한 장 씨를 닮아선지 삼남매는 지금 모두 각자의 음식점을 하고 있다. 두 아들은 홍성서 맛나 감자탕집 1, 2호 점을, 딸은 천안에서 레스토랑을 한다고.

장 씨는 충청도 사람인데도 말이 무척이나 빠르다. 1.5배 속으로 필름을 빨리 돌려 충남 사투리를 듣는 기분이다. “퍼쩍 퍼쩍(퍼뜩퍼뜩) 움직이고 완벽하게 들어맞는 게 좋아. 딱딱 부러져야 이것 하지 느긋해서 들척지근한 성격은 어려워.” 옆에서 박 씨가 수저세트를 천천히 놓으며 “이 사람이 흥분해서 빨리 말하면 나는 잘못 알아들을 때도 많아”하고 허허 웃는다. 박 씨가 “한 명은 급하고 한 명은 느긋하고 그러니 천생연분이지 뭐” 하며 옛날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장 씨가 “묵은지 고추장 찍어 먹는 이야기 하고 앉았어” 하면서 뚝 자른다. 하지만 이내 주거니 받거니 옛 추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티격태격 서로의 템포를 반 백년 맞춰온 세월이 느껴진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저 난로에 온기만 쬐러 들어왔다 가는 사람, 술 한참 먹다 돈 계산 잘못하고 가는 단골, 돈이 생겼다며 토끼탕을 주문한 손님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나간다. 새벽 5시부터 일찌감치 나오는 장 씨는 손님 없을 때에 사잇잠을 자는데 오늘은 그나마 손님이 이어져 잠을 못 잤다. 장 씨는 “나이 드니까 잠도 별루 없어져서 괜찮아. 그냥 손님들이 더 자주 찾으면 좋겠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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