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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덕산면 ‘뜨끈이집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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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덕산면 ‘뜨끈이집 해장국’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1.08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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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사골 국물에 직접 말린 무시래기 듬뿍 듬뿍

 
서산 이모집에서 익힌 50년 노하우

추운 겨울, 아침을 먹지 못한 이들이 내포신도시 주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 번 먹고 나면 아침을 일부러 먹지 않고 찾을 법한 아침 메뉴가 덕산면에 있다.

바로 이름만 들어도 추위가 한결 달아날 것 같은 ‘뜨끈이집 해장국’.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여관처럼 생긴 건물 위에 ‘50년 전통 뜨끈이집’이라는 간판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어 사위가 캄캄한 밤이나 새벽이면 더욱 환하게 눈길을 끈다. 음식점은 1층이고 2층은 가게 주인의 살림집이다.

4개 식탁이 있는 조그만 홀과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방에 앉아 해장국과 양곰탕을 시킨 후 가게를 둘러보았다.

유명 TV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된 내용이 식당 한켠에 보이고, 모범업소라 일본어와 중국어로도 음식을 안내하고 있다.

100% 한우 사골로 만들었다는 소개 글이 있지만 양곰탕, 꼬리곰탕 등 메뉴판에는 호주산, 멕시코산 하는 이름들이 옆에 붙어 있다.

주인 최대권 씨에게 물어보니 “우리 식당에는 부자도 오고 가난한 사람도 옵니다. 국물만은 한우 사골 100%로 만들지만 안에 들어가는 양이나 꼬리는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많이 드시라고 수입산을 넣게 됐어요”하는 대답이다.

해장국이다 보니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빨랐다. 해장국과 양곰탕에 밥은 각각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 형태인데 파김치, 무김치, 배추김치가 함께 나온다.

일단 눈에 띄는 건 해장국에 딸려 나온 압도적인 크기의 선지. 두부 한 모는 됨직한 크기의 선지는 뚝배기 속에 풍덩 집어넣어도 다 잠기지가 않고 빙산처럼 삐죽이 나올 정도다.

먼저 뽀얗고 하얀 양곰탕을 맛 본다. 간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진한 고기향이 나는 것이 한우의 마지막 남은 영양까지 아낌없이 담아낸 맛이다.

거기에 보들보들한 하얀 양이 듬뿍 담겨 있는데 다른 곳 같으면 잘게 채 썰어 나오겠지만 여기서는 아낌없이 뭉텅뭉텅 삼각형으로 썰어져 씹는 맛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감히 해장국에는 비할 맛이 아니었다. 해장국 국물은 좀 더 맑은 국물에 시원하고 알싸한 향이 느껴지는 것이 기가 막혔다.

지인은 자기 몫인 양곰탕은 먹지 않고 계속 해장국을 맛보며 “뭔가 들어갔어, 향신료인가 뭔가가 들어갔어” 하고 되뇌었다.


하지만 최대권 씨는 “따로 향신료를 넣지는 않는데요, 아마 무시래기 때문에 나는 맛일 겁니다” 한다. 여기에 다대기를 풀어먹으니 잘 말린 고춧가루에서 나는 매운 향이 시원함을 더한다. 이내 온몸에 열기가 돈다. ‘뜨끈’해진다. 애주가들은 해장하러 왔다가 술이 다시 생각날 진한 맛. 덕산 온천에서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나서 먹으면 든든해질 맛이다.

두부모 만한 선지 덩이가 빙산처럼

 
무시래기 하나가 이렇게 다른 맛을 낼 수 있을까? 최 씨는 “이맘때가 무시래기가 가장 맛있을 때예요. 직접 친척들이 농사를 지은 무청을 갖다 말리는데, 말리고 손질하는 걸 여러 번 해서 맛을 내요. 그런데 또 지금 지나면 맛이 없어져서 여름에는 배추 우거지를 넣고 겨울에는 무시래기를 넣지요” 한다.

예산 삽교 신리가 고향이라는 최 씨는 20여 년 전부터 해장국집을 했다. 원조격인 서산 노순이네 해장국집이 이모댁으로 아내가 1년 동안 살면서 음식을 배워왔다.

“다른 집들도 노순이네 뜨끈이집이 잘 되면서 많이들 배워가고 따라했지요. 그래도 우리만큼 지금까지 잘 되는 데가 없어요.

아무래도 맛은 손님들이 알아주시는 거니까 속일 수가 없잖아요.” 외지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들르면서 소문이 퍼졌고 전국 방송에 소개된 후에는 꾸준히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10여 년 전 지금의 장소로 옮겼고, 서산 노순이네 할머니도 이제는 쉬고 계시지만 최 씨는 주말이면 2~300명씩 들어차 지금도 바쁘다고 한다.

“한우라고 아무 사골이나 가져오지 않죠. 제가 사골을 고르는데 고덕 갈비에서 나오는 사골이랑 홍성 한우에서 나오는 사골을 주로 가서 사와요. 아내는 그걸로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지요.” 주방에선 세 개의 대형 가마솥이 펄펄 끓고 있는데, 선지, 사골육수, 해장국 등을 각각 끓이는 것이란다.

뜨끈이네 마크처럼 가마솥에서 3~4시간씩 우려낸 한우 사골육수. 최 씨는 “잡뼈와 맛난 부위들을 함께 넣고 적당한 시간 우려내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친척들에게서 구입한 농산물들로 반찬을 만들고 양념을 낸다.

청양에 사는 친척에게서 고추를 사오고 파와 무, 배추 역시 모두 근처에서 농사지은 것들이라고.

‘뜨끈하다’는 말은 뜨뜻함에 더위를 느끼는 것이 더해진 말이라고 한다. 몸 밖의 열을 느끼는 것이 따뜻함이라면 뜨끈함은 몸 안의 열을 느끼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성들여 끓여낸 사골 국물이 위장을 데우고 피를 데우고, 추위로 서늘해진 마음도 데운다. 그러니 이곳은 ‘뜨뜻한집’이 아니라 ‘뜨끈이집’이 맞다.

“…여기에 인생을 걸었다. 찾아오시는 손님은 모두가 내식구요, 돈보다 건강을 위하는 마음 오늘도 보약을 내리는 듯 가마솥은 끓는다. 어느새 회갑이 넘어 할매가 되었지만 예나 이제나 똑같은 마음. 가마솥아 끓어라, 이 할매의 마음도 끓어넘친다…”
원조 노덕분 할머니 글 중에서

△운영시간: 오전 6시 ~ 저녁 9시까지. 명절만 쉼.
△가격: 해장국 6000원, 곰탕 8000원.
△찾아가는 길: 덕산면 신평리 265-8.
△예약 및 문의: 041)338-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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