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맛집 순례/ 덕산면 ‘선사시대 꺼먹돼지’
상태바
맛집 순례/ 덕산면 ‘선사시대 꺼먹돼지’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2.12.31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치미 곁들인 흑돼지구이 … “추가 주문은 안받아요”

▲ 노릇하게 구운 돼지고기를 호박잎에 싸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하루 손님 800여명 … 전국에 명성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데도 들어 본 적이 없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맛집이 예산군 덕산에 있다.
한 해 12만 명이 넘게 다녀가고 하루에도 800여 명이 다녀간다는 맛집.

바로 예산군 덕산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선사시대 꺼먹돼지’ 식당이다.

사람들은 그냥 ‘꺼먹돼지’로 부르지만 정식이름은 ‘선사시대 꺼먹돼지’다.

‘검다’는 뜻의 충남 사투리인 ‘꺼먹’이란 말이 붙어 토속적이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데, ‘선사시대’라는 말은 외식업계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식당 대표의 의지가 들어 있다.

입구에서부터 “꺼먹돼지의 상품성의 발원지”라는 문구가 이곳의 자부심을 대변한다.

식당 입구에는 단체손님을 데리러 가는 식당 버스가 있었고, 주차장도 널찍했다.

주차장 주위에는 파란 드럼통마다 ‘2006’ ‘2007’ 숫자들이 나란히 쓰여 있는데 식당측에 물으니 짠지를 담근 해를 적어 둔 거라고. 식당 벽에 써 있는 숙성 동치미 국수 문구를 보니 몇 해씩 숙성시켜 만드는 것이 꽤나 많아 보인다.

자리에 앉으며 2인분을 주문하자 커다란 솥뚜껑에 불이 들어오고 주위로 밑반찬이 에워싼다.

사과샐러드, 색이 말간 김치와 데친 호박잎 등 반찬마다 사연이 있을 것 같다.

고기를 찍어먹을 소스와 양파도 통째로 준다. 그리고 나오는 식단의 주인공 돼지고기. 두툼한 굵기에 신선한 빛깔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밑반찬들과 어우러질 돼지고기의 맛을 기대하며 솥뚜껑에 돼지기름을 바른다.

뜨겁게 데워지자 돼지고기와 김치, 버섯이 차례로 올라간다. “치익” 하는 기분 좋은 소리.

식당 안주인인 조옥순 씨가 돼지고기는 솥뚜껑 위에, 말간 색 김치가 아래쪽에 올려 주며 “김치가 말간 것은 원래 구이용으로 만들 때부터 빨갛게 양념하지 않고 묵힌 것이다”고 귀띔한다.

잔뜩 데워진 솥뚜껑인지라 고기는 생각보다 빨리 익었다. 금세 노릿해진 고기 한 점을 양파소스에 찍어 맛 본다. 두툼하니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살코기 사이사이 기름도 비리지 않고 적당하다. 또다시 고기 한 점을 집어 돼지고기 기름에 볶인 김치와 함께 맛 본다.

새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오로지 돼지고기를 위해 양념되고 숙성된 김치다운 맛이다.

또 다시 고기 한 점을 집고 데친 호박잎을 정성껏 펴서 그 위에 올린다. 마늘도 쌈장에 찍어 올린 다음 한 입에 넣는다. 오, 이건 새로운 맛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호박잎의 맛과 은근한 향이 돼지고기의 여러 맛들을 깔끔하게 정돈해주는 느낌. 짙은 호박잎과 돼지고기가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양파도 김치도 맛있었지만 호박잎이 먼저 동이 났다.

▲ 100일 이상 숙성한 동치미로 만든 국수.
고기를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벽면에 써 붙인 ‘명작’이라는 동치미 국수를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체 개발한 비법과 숙성과정을 거친 맛이라는데, 뽀얀 국물에 굵은 면발이 보기만 해도 깨끗하고 시원해 보인다. 신기한 것은 동치미 국물이라면 예상할 수 있는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

시원하고 깔끔한 맛인데 이상하게 자꾸 숟가락이 가는 것이 지인이 “고기도 고기지만 국수 먹으러 다시 찾는 사람이 더 많겠다”고 말할 정도다.

동치미 국수를 직접 개발했다는 식당 대표 김동승 씨는 “100일 이상 동치미를 익히면 톡 쏘는 맛도 사라져요. 완전히 숙성된 동치미 국물로 맛을 내는 거지요.” 하고 말한다.

국수까지 먹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평일인데도 자리는 다 채워져 있었다. 저녁이 되기 조금 이른 시간에 왔기 망정이지, 가게 안이 채워지는 속도가 빨랐다.

주위에는 유독 겨울을 맞아 여행을 온 서울, 경기지역 사람들이 많았다.

인터넷으로 덕산온천을 검색하면 여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말.

서울에서 덕산으로 가족 온천 여행을 온 김희란 씨도 인터넷으로 검색해 왔다며 “엄청 추운데도 이걸 먹겠다고 숙소에서 걸어왔는데 음식이며 반찬이 토속적이고 맛있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만 예약 손님 안내전화를 받느라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김동승 씨는 일찍이 젊었을 때부터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1978년부터 돼지를 키웠지만 20여 년 전 형편이 나빠져 돼지 사육을 포기해야 했어요. 대신 맛있는 돼지를 키우는 방법과 고르는 눈을 갖고 있으니 이걸로 다시 해보자 싶었죠. 외지로 나갈 형편은 안 되니 외지에서 오는 분들이 다 찾을 수 있게 만들자는 마음이었어요.”

‘꺼먹돼지’라는 토종 흑돼지만 집집마다 키우던 시절, 빨리 크고 새끼를 많이 칠 수 있는 지금의 핑크색 외래종을 보급하기 위해 종돈 번식 사업도 했던 그가 다시 꺼먹돼지로 돌아온 것은 결국 맛은 토종돼지 만한 게 없다는 결론에서 였다고.

맛에서 위생, 고객 서비스까지 공부를 거듭해온 김 씨는 위탁 사육을 통해 먹이와 사육방식 등 모든 것을 맞춰 키운 돼지고기만 사용한다고 말한다.

열심히 벌어 나눔도 많이 하는 김 씨는 해마다 덕산 주변 불우이웃 1000여 명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한 김 씨는 “좋은 데 쓰면 더 좋은 놈이 와요” 하며 웃어 보였다.

예약이 필수인 주말에는 고기를 추가로 주문할 수 없다는 규정 또한 독특하다. 김 씨는 “대기자들도 고기를 맛보고 질 좋은 고기로 과식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고 말했다.

두툼한 고기를 채소와 함께 곁들여 적정량을 먹고 동치미 국수로 개운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이 맛집의 정복 코스.

예약은 20명 이상 받으며 쉬는 날은 따로 없다.

운영시간: 오전 11시~고기 떨어질 때까지. 평일 오후 4~5시는 저녁 준비시간이다. 끝나는 시간은 보통 9시.

가격: 2인분 솥뚜껑구이 340g 2만8000원부터. 동치미 국수 후식 4000원, 식사 6000원. 삼겹살이 아닌 모듬부위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찾아가는 길: 덕산면 신평리 230-18. 예약 및 문의 041)337-161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