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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덕산면 ‘또순네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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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덕산면 ‘또순네 식당’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2.12.24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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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별미 … 새콤달콤 갱개미 무침과 밴댕이찌개

 
31년된 식당 … 어머니때 부터

충남 사람이 아니면 ‘갱개미’라는 이름은 낯설다.

곤충이름 같은 이 이름은 ‘간자미’ 또는 ‘간재미’라는 이름의 다른 말인데, 이 모두는 가오리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충남지역의 사투리다. 서해안에 고르게 분포하는 가오리 어종으로 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작은 편이다.

갱개미는 홍어처럼 톡 쏘는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삭히지 않은 것을 길쭉길쭉 토막을 내고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새콤달콤한 맛으로 먹는다.

겨울이면 보령시 오천항으로 갱개미무침을 찾는 손님이 많다. 하지만 멀지 않은 덕산면에 가도 이 갱개미 무침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이 있다. 바로 덕산면에 있는 또순네 식당이 그곳이다.

 
밴댕이찌개로 소문난 또순네 식당을 찾아간 어느 평일 저녁, 처음에는 약간 불안했다. 식당 간판은 ‘또순이네 밴뎅이’라고 조금 다르게 쓰여 있고, 식당 내부는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듯이 깔끔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저녁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어 ‘잘못 찾아 왔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밴댕이찌개를 하는 집이 설마 또 있겠느냐 싶었다.

“밴댕이찌개 2인분이요”하고 메뉴판을 보는데 전에 오천항에서 맛본 갱개미 무침이 자꾸 눈에 들어와 주문을 바꾸고야 말았다. “밴댕이찌개 하나랑 갱개미무침 작은 걸로 바꿔 주세요.”

반찬이 나오면서 맛집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사라졌다. 투박하게 썰어 무친 무말랭이와 말린 호박 나물, 무 김치 같은 정성 들인 밑반찬, 말린 밴댕이 조림과 어리굴젓 같은 반찬들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말해줬다.

 
이윽고 주인공인 갱개미 무침의 등장. 두툼하게 썬 갱개미회가 미나리, 양파, 오이와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져 참깨 눈을 맞고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한쪽 옆에는 밴댕이찌개 뚝배기도 자리 잡았다.

먼저 갱개미 무침을 한 젓가락 맛본다. 미나리, 오이와 양파를 함께 집어 먹으니 입 안 가득 새콤달콤한 양념이 퍼진다. 첫 맛은 시원하고 오물오물 씹을수록 담백한 살코기 맛이 느껴진다. 지척에 바다가 있는 듯 신선한 맛.

함께 갱개미 무침을 맛본 지인은 “맵지 않고 새콤달콤한 이 맛이 바로 생명이죠” 하며 “이렇게 뼈 없는 살코기를 채소보다 많이 버무려 내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식당의 인심을 칭찬한다. 아, 주문을 바꾸길 정말 잘했다.

갱개미 무침으로 식욕을 적당히 돋우고 나서 밴댕이찌개 시식에 들어간다. 밴댕이라고 하면 전어만 한 크기의 생선으로 내장째 먹는 생선치고는 큰 편이다. 보기에도 가시가 가득해 망설이다 한 토막 베어물었는데 의외로 뼈는 오도독 오도독 잘 씹히고 고소하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갈치조림을 뼈째 씹는 맛”이랄까. 식당 주인인 김연진 씨는 상추에 싸서 먹으면 가시 부대끼는 게 좀 덜 할 거라고 일러준다. 과연 상추가 찌개에 함께 나오는 이유가 있었던 것. 큰뼈까지 오롯이 오도독 씹히는 데 칼슘 섭취 제대로 하는 기분이다.

흑미를 넣고 지은 밥맛 역시 좋아 밥맛 까다로운 손님들도 오케이다. 밥하고 나온 누룽지로 숭늉까지 곁들여 나온다. 먹는 사이 식당에도 하나둘 손님이 늘었는데 예산읍에서 온 박상근 씨는 회사 회식 장소로 이곳을 골랐다. 박 씨는 “읍내에도 밴댕이찌개를 하는 곳이 있지만 이곳만 못하다”며 종종 들른다고 말했다.

31년 전통 목포수협서 공수한 밴댕이에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맛을 내고 있다고 식당 주인이 자랑한다. 식당이 오래지 않게 보인 건 최근 리모델링을 새로 했기 때문이었다. 식당 주인 김 씨는 “31년 된 식당으로 어머니가 시작한 것이다”고 말했다.

춘천이 고향인 어머니가 새벽 4시부터 반찬이며 음식을 준비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주위에서 억척스럽다고 “또순이”로 불린 것이 지금의 이름이 된 것.

30년이 지나며 한 상자에 1500원 하던 밴댕이도 귀한 몸이 돼 지금은 한 상자에 13만 원까지 가는 시절이 됐다.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김 씨는 “봄가을 밴댕이가 잡히는 철이면 목포수협에 가서 밴댕이를 잔뜩 사온다”며 “한번에 4000만 원 어치씩 사다 냉동보관한다”고 말한다.

갱개미 무침은 김 씨가 그때그때 직접 무치는데 홍성장, 덕산장 등 인근 장이 설 때마다 일일이 돌면서 그때마다 싱싱한 놈으로 사온다. 김 씨는 “무친 다음 2시간 정도 지난후에 내면 더 맛있기는 한데 물이 생겨서 깔끔한 걸 좋아하는 손님들 때문에 그때그때 무친다”고 말한다.

찌개며 반찬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대부분 직접 농사지어 쓴다고 하니 그 부지런함을 알 만하다. 흔히 속좁은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한다. 밴댕이가 하도 성격이 급해서 잡히자마자 죽는 것을 보고 그런다기도 하고, 내장이 작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밴댕이 속은 좁을지 몰라도 밴댕이찌개 집 주인 속은 넓기만 하다.

1인분인 찌개에 전어만 한 크기의 밴댕이가 열댓 마리가 넘게 들어가 있는데, 더 달라고 하면 추가로 주기도 한다니 말이다. 게다가 살코기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는 갱개미 무침까지. 추운 겨울철, 멀리 갈 필요 있나? 서해산 정겨운 별미들이 있는 이곳이 바다다.

운영시간: 오전 7시~오후 8시30분. 아침식사를 한다.
가격: 밴댕이찌개 7000원 갱개미 무침 2만5000원부터. 쭈꾸미 볶음도 있다.
찾아가는 길: 예산군 덕산면 읍내리 340-12. 문의 041)337-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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