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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덕산면 ‘고덕갈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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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덕산면 ‘고덕갈비 식당’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2.12.04 16: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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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면 뭐 혀, 고덕갈비 맛부터 봐야지”

 
요즘 한창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돈 벌어서 뭣 하겠노. 소고기 사 묵겄제’ 하는 말이 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에서 진화한 형태쯤 되는 셈인데, 결국 열심히 아등바등 사는 것도 다 좀 더 맛있는 것 먹으려고 하는 일이랄까. 외식도 드물고, 쇠고기도 귀했던 옛날, 좋은 일이 있을 때만 귀한 쇠고기를 먹던 시절을 추억하는 말이다.

그런데 예산에 오면 이 유행어가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 ‘돈 벌면 뭐 혀. 고덕갈비 사 먹겄지’로.

예산이나 홍성, 아니 충남사람이라면 ‘고덕갈비’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외지인이라면 ‘아니, 소갈비가 다 소갈비지, 고덕갈비는 뭐가 다르지? 언양불고기처럼 지역에서 유래된 음식법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조인 고덕갈비는 지금 고덕면이 아닌 덕산면에서 맛볼 수 있으니 지명이라기보다 식당명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비법 간장으로 담근 암소갈비
연탄불에 익혀 부드럽고 촉촉

덕산면사무소 옆에 자리한 고덕갈비 식당은 밖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유서 깊은 명가 라고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가게 안으로 한 발 들이미는 순간 허름한 테이블과 낡은 난로가 오래된 식당이라는 것을, 한쪽 벽에 붙어 있는 무수한 방송 사례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말해 준다.

예닐곱 테이블이 전부인 아담한 식당은 부엌도 따로 있지 않고, 조리실까지 한 눈에 보이는 구조. 두꺼운 돌로 만든 테이블 가운데는 정겨운 연탄불이 들어가 있다.

메뉴는 달랑 양념갈비 하나뿐. 사람 수대로 2인분을 시키니 조리실 한켠에서 전날부터 양념간장탕에서 목욕 중이던 암소한우갈비 두 대가 몸을 일으켜 연탄불 위로 올라간다.

간장을 묻히고 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갈비의 빛깔과 마블링. 그냥 구워 먹어도 끝내줄듯 한 신선한 고급육의 자태다.

12년차 베테랑 아줌마가 뭉치째 집게로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 하자 고기가 윤기를 내며 익어간다.

아줌마는 “손님 식탁에 내놓기 전 빨리 먹을 수 있도록 초벌구이를 해요. 한 점씩 한 점씩 구우면 고기가 마르는데 이렇게 뭉치로 들었다 놨다 하며 구우면 촉촉하게 먹을 수 있어요”하고 말한다.

“내가 드디어 고덕갈비를 먹어 보는구나”

초벌구이를 마친 고덕갈비가 각 테이블의 연탄불 위로 쏟아지고 나면, 먹기 전까지 2~3분 더 익히는 동안마다 저마다 ‘고덕갈비’에 대한 소회에 젖는다.

서른이 넘은 지인은 “이곳에 오는 건 아버지가 사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며 “이 고덕갈비를 다른 사람과 먹으러 오다니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이정애 씨는 고기가 나오자 “이제야 내가 고덕갈비를 먹어보는구나” 하고 탄성이다.

당진에서 왔다는 이 씨는 “고구마 캐는 것 도와주러 왔는데 항상 소문으로 듣던 고덕갈비를 이제야 먹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테이블, 서산에서 친구들과 온 최정은 씨는 “덕산온천에 왔다가 찾았다”며 “고덕갈비는 가끔씩만 먹을 수 있는 별미”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맛이기에?’ 하며 기다린 끝에 드디어 완전히 익은, 촉촉한 고덕갈비 한 점을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맛집 순례가 만화였다면 그 순간은 오색 물결의 파도가 배경으로 그려졌을 것이고, TV였다면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배경음악으로 울려 퍼졌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블로그였다면 “헐! 대박! 쩔어!” 하는 감탄사만 가득했을 맛. 명불허전의 맛이었다.

이건 뭐, 고기였는지 고기맛 솜사탕이었는지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 버리는데, 30년 배테랑 사장의 촘촘한 칼질로 부드러워진 고기에 켜켜이 밴 맵지도 달지도 않은 간장양념이 훈연된 고기의 맛을 온전히 살리고 있었다. 소스로 나온 고추장을 찍어 먹어도 맛있었고, 마늘을 얹고 상추쌈을 싸먹어도 맛있었다.

12년차 아줌마의 독특한 굽기 비결
솜사탕 고기맛… 맵지도 달지도 않다

불판은 게눈 감추듯 비워져 버렸다. 입맛을 다시던 기자는 전에 없던 용기를 냈다.

“여기 2인분 더 주세요!”

공기밥을 시키니 시래기국과 밥이 얼른 나온다. 별다른 반찬도 없다. 오로지 갈비 맛 하나로 진검승부다.
밥까지 다 먹을 때쯤 갈빗대에 붙은 갈빗살이 완전히 익는다. 때마침 아줌마가 와서 갈빗살을 솜씨 좋게 발라준다.

“진짜 갈빗살이라 좀 질길 거예요”하는데 아이고 무슨, 꼬들꼬들 씹는 이 맛이 또 별미다.

30년쯤 된 고덕갈비는 이름처럼 원래는 고덕면에서 시작된 가게였다.

어머니가 목로점을 시작할 때부터 도왔던 편영국 씨는 그때부터 질 좋은 암소갈비를 고르고 손질했다.

어머니의 손맛에서 편 씨의 노하우가 더해져 지금의 비법 양념간장이 완성됐는데, 12년전 지금의 자리로 이사한 후에도 이 비법간장은 편 씨가 직접 만들고 있다.

주인 부부는 요즘 아침에 고기 상태를 점검하고 음식 준비를 마치면 가게에 있지 않는다.

오래 함께 일한 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것. 11시에 시작한 가게는 그날 물량이 소진되면 문을 닫는데, 보통 오후 6시 30분이면 끝난다고 한다.

조리실의 초벌구이용 불판은 달랑 하나뿐이고, 가게 크기도 넓히지 않았다.

직원을 믿고, 손님들에게 믿음을 주고, 욕심 부리지 않는 장사. 체인점도 하나 없다.

단, 고덕면에 있는 고덕갈비는 동생이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양념간장을 공수해 간다.

축하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이면 찾아봄직한 맛집이다. 몇 인분을 먹게 될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고 가자.
단, 연탄불이라 옷에 냄새가 많이 밴다.
운영시간: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가격: 암소갈비 1인분 2만5000원.
찾아가는 길: 덕산면 신평리 덕산사무소 근처
문의: 041)337-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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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수 2014-11-07 17:45:50
덕산갈비에 집사람과 2번같지만 종업원은그렇다치고 주인들의마인드가 써비스제로에가깝읍니다
돈을벌어서그런지 배짱장사에 거만하기 이를때없고 이식당은 정말 두번다시가고싶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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