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읍 큰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유수근(64) 씨는 본래 이름보다 ‘뚱띵이네’로 통한다. 가게 이름도 원래는 ‘종근집’으로 옛 장옥에 있었지만 3년 전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옮기면서 이름을 바꿨다. 얼핏 보기에도 푸짐한 인상의 유 씨는 “내가 뚱띵이니까 뚱띵이네라고 붙인 거지 뭐” 한다.
유 씨가 ‘뚱땡이아줌마’로 불리게 된 내력은 깊다. 서산 해미가 고향인 그녀는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아버지 밑에서 묵묵히 일을 도우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남편을 따라 대교리 홍고 앞에서 살게 됐을 때도 손윗동서들은 막내며느리인 유 씨더러 “근력 좋다”고 물지게를 지게 했다. 요령 없이 일만 잘한 유 씨는 2남2녀를 두었으나 스물아홉이 되던 해 그만 남편을 잃고 말았다. 그때부터 유 씨는 머리에 생선을 이고 행상을 나섰고 ‘뚱땡이아줌마’가 됐다.
‘뚱땡이’란 말은 욕심 많고 자기 것만 챙긴다는 뜻이 아니라 인정 많고 친근하다는 의미다. 요령 부릴 줄 모르고 고지식하게 30여 년을 자식 뒷바라지한 그녀는 “반듯한 사람들이나 딸아들 둘씩 낳을 수 있어. 애들이 착해서 빠듯한 살림인데도 다들 결혼도 제때 한 것 같아” 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주변에서는 가격을 올리라 하지만 유 씨는 손님들 주머니를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밀가루 값이며 가스 값이 많이 올랐지만 손님들이 시골에서 들깨 같은 거나 팔러 오고, 병원에 갔다 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어떻게 4000원에 국수를 팔아. 먹을 것 갖고 서운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고생한 일을 떠올리면 소설도 쓸 수 있다는 유 씨는 “돈이 있어서 안 올리는 게 아니라, 없이 살아서 못 올리는 거야. 내가 없어서 어려운 걸 아니까 다른 사람 어려운 것도 아는 거지” 하고 말한다. “우리네가 이렇게 욕심 안 부리고 열심히 해서 지금의 전통시장이 있는 거여”하는 유 씨.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에 번듯하게 살지 못한다며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면 찾아가 보길. 그녀의 뜨겁고 반듯한 음식이 몸을 꼿꼿이 일으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