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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업소 탐방 ③/ 홍성읍 큰시장 뚱땡이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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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업소 탐방 ③/ 홍성읍 큰시장 뚱땡이아줌마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11.23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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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어려움 아니까 음식값 안 올리는거야”

▲ 뚱땡이 아줌마 식당의 유수근 사장은 손님들 주머니를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단다. 유 사장의 마음만큼이나 풍성하고 맛있는 소머리국수가 3000원이다.
소머리국수 한그릇 3000원 … “욕심을 부리면 안돼”

홍성읍 큰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유수근(64) 씨는 본래 이름보다 ‘뚱띵이네’로 통한다. 가게 이름도 원래는 ‘종근집’으로 옛 장옥에 있었지만 3년 전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옮기면서 이름을 바꿨다. 얼핏 보기에도 푸짐한 인상의 유 씨는 “내가 뚱띵이니까 뚱띵이네라고 붙인 거지 뭐” 한다.

유 씨가 ‘뚱땡이아줌마’로 불리게 된 내력은 깊다. 서산 해미가 고향인 그녀는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아버지 밑에서 묵묵히 일을 도우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남편을 따라 대교리 홍고 앞에서 살게 됐을 때도 손윗동서들은 막내며느리인 유 씨더러 “근력 좋다”고 물지게를 지게 했다. 요령 없이 일만 잘한 유 씨는 2남2녀를 두었으나 스물아홉이 되던 해 그만 남편을 잃고 말았다. 그때부터 유 씨는 머리에 생선을 이고 행상을 나섰고 ‘뚱땡이아줌마’가 됐다.

 
‘뚱땡이’란 말은 욕심 많고 자기 것만 챙긴다는 뜻이 아니라 인정 많고 친근하다는 의미다. 요령 부릴 줄 모르고 고지식하게 30여 년을 자식 뒷바라지한 그녀는 “반듯한 사람들이나 딸아들 둘씩 낳을 수 있어. 애들이 착해서 빠듯한 살림인데도 다들 결혼도 제때 한 것 같아” 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이곳 식당의 메뉴는 소머리국밥과 소머리국수, 수육과 찹쌀순대. 특히 한우 암소머리 반골과 잡뼈를 고아 만든 국물에 오동통한 면발을 넣고 선지까지 얹은 소머리국수가 3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나무로 가마솥을 끓이던 시절부터 장사를 해온 이력에 조미료를 되도록 쓰지 않고 마늘로 간을 한다는 정성을 손님들이 알아주고 다시 찾아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주변에서는 가격을 올리라 하지만 유 씨는 손님들 주머니를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밀가루 값이며 가스 값이 많이 올랐지만 손님들이 시골에서 들깨 같은 거나 팔러 오고, 병원에 갔다 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어떻게 4000원에 국수를 팔아. 먹을 것 갖고 서운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고생한 일을 떠올리면 소설도 쓸 수 있다는 유 씨는 “돈이 있어서 안 올리는 게 아니라, 없이 살아서 못 올리는 거야. 내가 없어서 어려운 걸 아니까 다른 사람 어려운 것도 아는 거지” 하고 말한다. “우리네가 이렇게 욕심 안 부리고 열심히 해서 지금의 전통시장이 있는 거여”하는 유 씨.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에 번듯하게 살지 못한다며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면 찾아가 보길. 그녀의 뜨겁고 반듯한 음식이 몸을 꼿꼿이 일으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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