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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순례/ 삽교 할머니 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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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순례/ 삽교 할머니 곱창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11.20 08: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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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 부드럽고 고소해…신선한 맛이 자랑

내포신도시 도청 입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상권이 형성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포의 개척자들이 바로 맞닥뜨리게 될 ‘점심 전선’이 척박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점심을 청사 내 식당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는 일. 아침에 스트레스를 잔뜩 안긴 상사 얼굴을 잠시 잊기 위해서도, 업무상 사교를 위해서도, 맛있는 음식의 도움은 필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매주 기획을 준비한다. 내포신도시 주변의 이름난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 주>

 
“전국 돼지곱창 원조는 우리 집”

첫 포문을 연 예산의 대표음식은 ‘삽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곱창이다. 삽교 사람들은 “소 곱창이야 예전부터 먹었다지만 돼지곱창의 원조는 바로 삽다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50여 년 전, 가난하던 시절 방아리 도축장에서 잡은 돼지곱창을 연탄불에 구워 먹기 시작했다는 것. 유명 탤런트가 자주 이곳을 찾으면서 별미로 입소문이 퍼졌고 서울 등 타지에서도 소 곱창처럼 돼지 곱창을 즐겨 먹게 됐다고 한다.
바로 그 돼지곱창이 시작된 할머니곱창은 삽교읍내서 조금 떨어진 방아리 삽교농협미곡처리장 앞에 자리하고 있다. 낡은 간판에 ‘유명 방송 출연’이라는 문구가 있을 뿐 거창한 홍보 문구도 없는 허름한 집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찾아온다.

 
“갈매기살 먹으며 곱창 익기를 기다린다”

일단 자리에 앉자마자 서비스로 탄산음료가 나온다. 곧 이어 무생채, 장아찌 등 단촐한 상차림과 살짝 익힌 곱창 접시가 배달된다. 세팅 시간이 불과 몇분 안에 이뤄지는데, 이미 접시에 담아 냉장된 곱창이 나오기 때문. 그 다음부터는 셀프인데 곱창을 태우지 않고 먹으려면 나무주걱으로 끊임없이 휘저어 주는 것이 관건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 고맙게도 먼저 갈매기살이 익어간다. 갈매기살은 몇 인분을 시키든 서비스로 나오는데 곱창이 익는 시간 동안 애주가들의 안줏거리를 배려한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다. 단, 이 갈매기살은 빨리 먹어 두는 게 좋다. 중심타선인 새끼보와 황곱이 노릿한 옷으로 갈아입고 고소하고 쫀득쫀득한 맛을 뽐내는 순간, 갈매기살은 까맣게 식어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 테니까 말이다.

고추장과 소금에 찍은 곱창을 마늘과 상추로 감싸 입안에 넣으면 말캉말캉 씹을 때마다 고소한 육즙이 새어 나온다. 한 점. 다시 또 한 점. 정신없이 오물거리다 보면 어느 틈에 불판은 비워져 있다. 다시 또 굽기엔 시간이 아까운데, 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당연한 듯 곱창전골을 먹고 있다.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에 가장 작은 양을 시켜도 그득 그득 들어 있는 곱창이 남아 있던 아쉬움을 없애줄 터. 그래도 부족한 사람들은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으면 된다. 홍성에서 온 신미순 씨네 가족은 10살 아이에서부터 85세 할머니까지 모두 이곳 곱창에 빠져 있다. 신 씨는 “이곳 곱창이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먹기에 좋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실 이름과 달리 이 가게엔 할머니가 없다.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얼굴의 심지혜 씨와 어머니 장혜순 씨 두 모녀가 이곳의 주인. 여기서 장사한 지는 20년이 된다. 원래 이곳에서 하던 ‘할머니’가 자리를 옮기면서 어머니 장 씨가 이곳을 인수한 것. 방아리 도축장 공동설립자이기도 했던 아버지를 둔 덕에 장 씨는 자연스레 이쪽 일을 익혔고 지금은 방아리 도축장에서 나오는 돼지곱창의 전량을 작업해 이곳으로 가져오고 있다.

돼지곱창 맛의 관건인 부드러운 맛과 잡내가 덜하려면 신선도가 필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지척의 도축장에서 잡은 지 한 시간 만에 공수되는 셈.

도축장에서 어머니 장 씨가 일일이 작업하고 감독해서 가져오면 심 씨와 2명의 아주머니가 달라붙어 다시 씻고 다듬기를 하루종일 한다.

 
손님 너무 많을까봐 방송나가기 꺼려

심 씨는 “갓 잡아서 따끈한 상태일 때 꼼꼼히 씻는 것이 잡내 제거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하루 250여 마리의 돼지곱창을 잡을 때마다 가져오고, 다시 찬물에 헹궈가며 시린 손으로 일일이 썰어내는 정성 또한 맛의 비결.

1년 365일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이곳은 명절이면 더 바쁘다. 고향으로 내려온 손님들이 가게 앞에 먼저 와 있다고. 심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맛집 취재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에 나갈 때마다 너무 많은 손님이 몰려들어 “그냥 찾아오시는 손님만 잘 모시겠다”고 담담히 말한다.

저녁 때 찾아가려면 8시 전에 가서 주문해야 한다. 포장 판매도 한다. 일설에는 서해대교를 건너는 순간 그 신선한 맛이 반감된다고 하니 참고할 것. 덤으로 극구 사진 찍기를 거부한 미모의 모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길 바란다.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가격: 곱창구이 1인분(200g) 1만 원. 곱창전골은 1만2000원부터.
찾아가는 길: 삽교역네거리에서 방아교차로 방향 가는 길 왼쪽편. 문의 041) 338-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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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꼴깍 2012-11-23 15:39:15
글만 읽어도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연재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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