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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야생동물 24시/ 날개가 부러진 ‘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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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야생동물 24시/ 날개가 부러진 ‘벌매’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09.11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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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블로그를 통해 게재되고 있는 야생동물 구조 이야기를 (cnwarc.blogspot.kr) 재구성해 지면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벌매는 우리나라를 주로 통과하여 동남아와 시베리아 혹은 일본으로 이동하는 철새입니다. 물론 일부는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번식지가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번식 개체군의 크기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011년 10월 19일 충남 서산에서 발견된 이 개체는 아파트의 유리창에 충돌하여 좌측 날개가 골절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아래 사진>, 수술하면 교정이 가능한 골절이었지만 골절된 지 오래돼서 구더기가 슬고, 이미 상당부분 괴사한 상태라 영구장애 판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워낙 귀한 새이고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관찰은 되지만 사육하고 있는 개체도 거의 없는 편이어서 교육차원에서 사육을 고려하고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희한하게도 이 개체는 사람을 무척 따르고, 경계하지 않던, 식탐 많던 새라서 저희가 데리고 있기가 매우 수월했습니다. 덩치 큰 맹금 앵무라고나 할까요? 이런 동물을 데리고 있을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입니다만, 이 친구는 오히려 저희가 스트레스 받을 정도였답니다. 배고프면 울어댑니다.

 
벌매는 벌을 직접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 유충을 먹습니다. 장수말벌집까지 공격하는 정말 무시무시한 능력이 소유자입니다. Pernis ptilorhynchus는 아시아벌매의 학명인데, 라틴어로 ‘Ptilo’의 뜻은 ‘깃털이 나 있는’, 혹은 ‘날개’라는 의미이며 ‘rhynchus’의 뜻은 ‘부리’를 뜻합니다. 즉 ‘부리까지 깃털이 나 있는’이라는 의미겠지요.

 
센터에서 우연찮게 쌍살벌집 하나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많은 유충이 있었고, 벌매에게 주기로 하였지요. 쌍살벌들에게는 미안합니다만 그래도 센터에 매달린 벌집을 놔둘 수는 없는 것이지요. 벌매가 유충을 쏙쏙 뽑아먹고 그것도 아쉬워 뻘집의 일부까지 뜯어먹었습니다. 119 요원분들이 살충제만 뿌리지 않고 저희에게 주신다면 이런 벌집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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