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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이전… 긴박했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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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이전… 긴박했던 뒷이야기
  • 민웅기 기자
  • 승인 2012.08.2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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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홍성 군민의 용꿈 20년만에 이뤄져

▲ 도청이전지가 예산·홍성으로 발표되자 홍성의 기관사회단체장, 주민들이 홍성읍 시가지를 행진하며 자축하고 있다.
2006년 2월 온갖 어려움에도 후보지 결정
충남의 새중심·내포시대의 완성으로 전진

2006년 2월 12일 일요일 오후 4시. 홍성군청 대강당에서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 20여년의 숙원인 충남도청 예산·홍성 이전이 확정되는 순간이다. 홍성읍 일원에서는 거리행진이 펼쳐졌다. 도청이전지인 홍북면에서는 흥겨운 풍물놀이로 주민들의 어깨가 덩실거렸다.

충남의 새 중심, 내포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영광의 날이었다. 역사적인 결정이 있기까지 긴박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충남도청 이전 논의는 대전시의 충남도로부터의 분리에서 비롯됐다. 1988년 충남도는 대전시 분리를 앞두고 서울대에 ‘서해안권종합개발계획’ 용역을 의뢰했다. 이해 12월 서울대 지리학과 류우익 교수는 이 용역의 결과로 도청 이전의 시급성과 도청 후보지로 홍성이 적지임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홍성을 비롯한 도 차원의 이전 논의가 시작된다. 1989년 3월 홍성군개발위원회가 토론회를 통해 도청유치추진위원회 구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듬해 5월에는 홍성, 예산 개발위원회에서 합동회의를 통해 도청유치를 위한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1992년에는 도의회 차원에서 도청이전추진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93년 박태권 당시 도지사가 처음으로 도청이전 의지를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특히 1995년 박중배 전 충남지사의 “도청은 차령산맥을 넘어야” 발언, 충남도의 홍북·금마 30만명 거주 ‘차세대형 첨단도시건설 계획’ 산업연구원 용역 발주 사실이 확인되면서 홍성 이전의 장밋빛 미래가 점쳐졌다.

그러나 이전 논의는 95년 심대평 당시 지사의 임기 내 도청이전 후보지 선정 시사 이후 2001년 까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남도청이 무안 이전을 확정한 2년 뒤인 2001년에 가서야 충남도는 충남발전연구원에 ‘도청이전 입지기준 설정 및 후보지 평가’ 연구용역을 의뢰한다.

이때부터 도청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2002년 9월 홍성과 예산은 홍북면과 삽교읍 일대 635만평을 후보지로 선정 제출했다. 도내에서 모두 11곳이 후보지로 접수됐다. 같은 해 12월 홍성·예산을 포함한 후보지 3곳이 선정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다시 안개. 2003년 2월 충남도가 ‘신행정수도’를 이유로 후보지 발표를 유보한다. 2004년 9월 행정수도가 연기·공주로 확정되자 보완용역을 발주한다. 이전과 관련한 충남도의 세 번째 용역이다.

그런데 이해 11월 행정수도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도청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홍성읍 복개주차장에 10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기점으로 2005년 예산·홍성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권의 도청이전 운동이 최고조에 달한다. 홍성군의회에 도청유치 특위가 구성되고 예산군의회와 함께 이전촉구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게 된다.

홍성신문 등 서해안권 7개 지역신문이 이전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군내 11개 읍·면에 도청유치추진위가 창립된다. 이해 12월에는 범홍성군민도청유치추진위가 심 지사에게 이전 추진일정을 밝힐 것을 촉구하며 압박해 들어간다.

드디어 이전 결정의 해가 밝았다. 2006년 1월 6일 후보지 평가 기준안 발표에 이어 26일 대상지가 6곳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대상지에서 빠진 지역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전 문제가 모든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면서 상황을 어둡게 하기 시작했다.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후보지 결정을 선거 이후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월 들어서는 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이전 자체가 재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지 결정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도청이전추진위원회가 2006년 2월 9일 평가단 출범식을 갖고 평가작업에 착수했다. 평가단은 시·군 추천 14명, 도의회 추천 15명, 학회 추천 전문가 등 67명으로 구성됐다. 이틀간 후보지를 답사한 후 3일째 검증을 거쳐 발표하는 일정이었다.

2006년 2월 12일 오후 4시. 마침내 최종 후보지가 발표됐다. 홍성·예산이 평가점수 4905점으로 1위, 청양이 2위, 보령이 3위를 차지했다. 2위인 청양과는 불과 185점 차이였다.

구재기(홍성문인협회 고문) 시인은 후보지가 확정된 직후 홍성신문에 기고한 ‘용봉은 침묵으로 외쳐댔다’ 시를 통해 “용봉은 잠자지 않은 의지의 꿈/ 하늘을 날아가는 길에서는 쉬임이 없다”며 도청이전지 홍성·예산 확정을 자축했다.

도청이전을 일궈낸 예산·홍성의 의지는 이제 충남의 새 중심, 내포시대 완성이라는 꿈으로 쉬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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