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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건수<화성시청 토지정보과 지적정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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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건수<화성시청 토지정보과 지적정보 담당>
  • 윤진아 기자
  • 승인 2012.07.2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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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어르신들 모시듯 … 화성시서 공무원 25년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신문에 나와도 되겠냐’며 애꿎은 백발을 수없이 긁적인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장건수 씨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푸근한 충청도 억양이 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도시 사람들에겐 다소 느릿해 보이지만 말투와 다르게 행동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장건수 씨가 경기도 화성 땅을 품에 안았다.

“화성은 전국 지자체 중 인구증가율과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이지요. 허허벌판이었던 땅이 지역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 자다가도 힘이 난다니까요. 멀리 내다보면 최선을 다하게 되더라고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마을 어르신들의 가르침 때문에라도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합니다.”

서부면 판교리가 고향 … 홍성고 37회

서부면 판교리가 고향인 장건수 씨는 故 장혁진, 김주순 씨 사이에서 태어나 천수초(28회), 결성중(14회), 홍성고(37회)를 졸업했다. 화성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도 어느덧 25년의 시간이 흘렀다니, 세월 참 빠르다. “아버지가 서부에서 마을 이장으로 오래 일하셨어요. 면서기 등 공무원들이 허구한 날 우리집에 오셔서 밥이며 집에서 만든 농주를 드시곤 하셨지요.”

종갓집 살림답게 늘 북적북적했고, 어머니가 누룩과 쌀로 직접 빚은 농주는 떨어질 날이 없었다. 아버지가 약주만 드시면 입버릇처럼 하시던 “건수도 이다음에 커서 면서기 정도는 하고 살아야지!”라는 말씀의 영향을 받아 공무원이 됐단다.

“20년쯤 전이던가요, 한 어르신이 지목변경 때문에 찾아오셨는데, 건축물대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농사짓는 양반이라 이런 절차를 전혀 모르시기에 제가 직접 세무부서에서 과세대장도 확인해 드리고, 알고 보니 번지도 틀리기에 현황측량과 지번교체 후 건축사무소에서 거쳐야 할 절차를 하나하나 안내해 드렸지요. 저는 당연한 제 할 일을 한 것뿐인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년 농사지은 쌀이며 농작물을 갖다 주시더라고요.”

스물여덟 나이에 화성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후 남양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마누라 자랑하면 팔불출이라지만, 제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집사람 자랑을 빠뜨릴 수가 없네요(웃음). 요즘 세상에 시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에 사시던 시할머니를 모셔와 십 년 넘게 모시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늘 고맙고 또 미안하죠. 화성에서 나고 자란 화성 토박이이지만 어느새 집사람도 홍성사람 다 됐어요. 지금도 고향에 가면 마을 어르신들이 ‘마누라 하나는 최고로 잘 얻었다’고 인정해주신다니까요.”

98세 조모 모시는 아내에 “사랑해”

올해로 98세가 된 조모 이용순 씨를 알뜰살뜰 보살피고 있는 아내 홍운정 씨는 얼마 전 재수원홍성고등학교동문회(회장 남기웅)로부터 ‘효부상’까지 받았다. 드라마 한 편을 보다가도 수차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그이지만, 넘치는 속정만큼 표현을 잘 못 해 미안할 따름이다.

“이것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아요. 어머니하고 외출하실 때면 늘 10m 이상은 앞장서 걸으셨거든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여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하고 살았네요. 아직 얼굴 보고는 쑥스러워서 못할 것 같고, 신문에 나오는 김에 일 한 번 저질러봐야겠네요(웃음). 여보, 늘 사랑해왔고, 앞으로는 좀 더 살가운 남편이 될게! 사랑하는 은비야, 래성아, 래혁아!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온 가족이 모여 볼링도 치고 영화도 보며 재미있게 살자! 사랑한다!”

윤진아 서울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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