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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관광길 42년만에 가족찾아 친정엄마같은 큰시어머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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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관광길 42년만에 가족찾아 친정엄마같은 큰시어머니 소식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07.20 0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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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이창순 씨, 경찰 도움에 감사

충북 제천에 사는 이창순(66)씨는 지난 11일 복지관 친구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홍성 나들이를 왔다. 여행길이지만 이 씨는 42년 전에 연락이 끊긴 큰시어머니를 찾을 생각도 있었다. 이 씨는 큰시어머니가 타향살이에 큰 힘이 되어 주셨던 고마운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평창이 고향인 이 씨는 기찻간에서 만난 남편을 따라 덕산으로 스물넷에 시집을 왔다. 홍성역을 거쳐 평창까지 가려면 이틀씩 걸리던 시절, 머나먼 곳 남편만 믿고 온 이 씨에게 시집살이는 녹록치 않았을 터.
하지만 500m 떨어진 곳에 살던 큰시어머니는 달랐다. “첫 아기 돌 지났을 때인데 맛난 음식이 있으면 시어머니 눈을 피해 가져다주었고 일부러 찾아와 살갑게 대해주셨지.” 외동아들을 두고 며느리도 보지 않았건만 타향살이 시집살이에 고된 새댁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이 씨는 일 년 만에 예산을 떠났는데 서른여섯 되던 해에는 남편을 잃고 혼자 장사를 하러 돌아다니다 지금의 제천에 이르렀다. “소금 소리 들어가며 억척스럽게 살았어. 자식들 대학원까지 공부시키고 한숨 돌리고 보니 그때 살갑게 대해주셨던 큰시어머니 생각이 자꾸 나더라구.”

광천읍의 어느 그림있는 정원을 관광할 때 이 씨는 관광버스를 교통지도하던 홍성경찰서 유성호 경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큰시어머니의 소재를 알기 위해 외아들이던 시동생 최기태 씨를 찾아 달라고. 홍성서 택시 운전을 했었다는 이 씨의 말을 듣고 유 경사는 지역 개인택시 및 모범운전자회 사무실 등을 다니며 수소문했다. 그 사이 이 씨는 제천으로 돌아가 연락을 기다렸다. 물리치료를 받던중 최 씨의 전화번호를 얻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42년 만에 연락이 닿았지만 안타깝게도 큰시어머니가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이 씨는 “그래도 경찰 덕분에 42년 만에 소식을 알게 됐다”며 “살아 계셨으면 큰시어머니도 뵐 겸 직접 찾아가 감사드렸을 텐데 전화로나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딱딱한 보리밥만 먹어가며 짜게 살아오다 큰시어머니께 따신 밥 한 번 못 지어 드린 것이 너무 미안하다며 울먹이던 이 씨는 “아이들한테 말하지 않았는데 예산에 남편 묘가 있어. 언젠가 아이들과 찾아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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