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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동갑내기 ‘절친’ 최낙중·이상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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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동갑내기 ‘절친’ 최낙중·이상제 씨
  • 정명진 기자
  • 승인 2012.02.16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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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노년을 행복하게 한다

▲ 노년에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갈산면 오두리 이상제(왼쪽) 씨와 최낙중(오른쪽) 씨.
갈산면 오두리 사혜마을 이상제(79) 씨는 동갑내기 친구 최낙중(79) 씨를 밤낮없이 챙긴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집에서 혼자 사는 친구가 추운 겨울밤 몸이라도 상할까봐 아침이면 집으로 불러온다. 그래도 노부부가 함께 사는 이 씨의 집은 나무를 떼기 때문에 집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최 씨는 이 씨의 집에서 몸에 베인 냉기를 녹이곤 했다.

이 씨는 경운기로 볏짚을 날라 친구의 컨테이너 집을 따뜻하게 덮었다. 친구의 난방비가 떨어지면 통장에서 돈을 빼서라도 기름통을 채워주기도 했다.

이 씨와 최 씨는 요즘말로 ‘절친’(절실한 친구의 줄임말). 그렇다고 두 사람은 한 마을에서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는 아니지만 75세에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최 씨는 4년 전 사혜마을로 이사 왔다. 태안이 고향인 그는 20년 전부터 홍성읍에서 살면서 나무를 가꾸는 조경업을 했지만 일을 그만두자 형편이 나빠졌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후 홍북면에 빈집을 마련해 3년 동안 홀로 살았다. 아들이 아버지께 위안이 되라고 사혜마을에 나무를 가꿀 수 있는 밭을 마련해주면서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그는 “그래도 나무 키우는 것을 낙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마련해 준 밭은 이 씨의 논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한번은 논에 갔는데 이 친구가 와 있더라고. 이사 온다고 하여 인사를 하다보니 동갑내기여. 우리 마을에 동갑내기는 이 친구가 유일혀. 이웃끼리 다정하게 지내는 거지 뭐.(이 씨)”

“객지에 있는 자식도 잘 하는데, 가까이 있는 친구가 너무 고마워. (최 씨)”

이 씨도 노년에 마을친구가 생겨 즐겁다. 대부분 이 씨의 집에서 TV를 보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적적한 시간을 보낸다. 귀가 어두운 두 친구는 서로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누가 보면 싸우는 줄 안다”며 두 친구는 노년의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토박이인 이 씨는 가끔씩 갈산의 친구나 선후배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 최 씨를 데리고 간다. 이 씨 덕분에 최 씨는 갈산의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그래도 최 씨는 매번 식사를 대접받는 게 미안해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이 씨는 “괜찮아, 나만 믿고 가”라며 최 씨의 손을 이끈다.

“죽으면 이 친구에 대한 신세를 보답할 길이 없어. 이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갚는 것이 내 마지막 인생의 꿈이여. 노년에 좋은 친구 만나서 겁나는 게 없어. 이런 친구만 세상에 있다면….” 최 씨가 고마운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친구 눈물이 너무 많어. 정이 많아서 그려.” 백발의 이 씨가 친구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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