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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택시근로자 월 소득 고작 1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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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택시근로자 월 소득 고작 150만원
  • 정명진 기자
  • 승인 2012.02.1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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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적은데 운행택시는 늘어 … 사납금 내기 급급
정지용 씨 “희망 가지고 택시 몰았는데 빚만 늘어”

▲ 정지용 씨가 수첩에 그날 수입을 적고 있다.
정지용(54)씨는 아침 8시 30분이면 회사용 택시를 몰고 집을 나선다. 아내를 일터에 데려다 주고 9시쯤부터 손님을 찾아 헤맨다. 회사에 매일 납부해야하는 사납금을 채우고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밤이 되었다고 해서 운전대를 놓지 못한다. 공치는 날에는 일할수록 연료 값만 더 들어간다. 이런 날은 점심을 사먹기도 겁난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일해야 그나마 하루벌이를 할 수 있다. 17시간의 노동시간. 식사하는 시간, 쉬는 시간을 빼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택시에서 보낸다.

정 씨는 숫자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내밀었다. 수첩에는 하루 운행거리, 소득, 연료값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2011년 10월 12일. 156km를 운행해 11만9700원을 벌었다. 매일 내는 사납금 7만8000원을 제하고, LPG연료값 2만8300원을 내면, 정 씨 손에 떨어지는 돈은 1만3400원이다. 점심 사 먹고 담배 한 값 사면 하루종일 일하고도 그의 손에 남는 것은 고작 천 원짜리 몇 장이다.

운 좋게 장거리 손님을 만나는 날에는 6~7만 원 씩 남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은 흔치 않다. 수첩에 적힌 하루 소득은 들쑥날쑥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약 360만 원을 벌었다. 그러나 사납금 164만 원, LPG값 90만 원을 제하고 나면, 100만 원 남짓 되는 돈만 남는다. 여기에 회사에서 주는 기본급은 50만 원 수준. 150만 원 정도가 택시 경력 15년차의 베테랑 운전사의 월급이다.

이 월급으로 병환이 든 노모와 처자식을 부양한다. 아내와 맞벌이를 해도 대학생인 두 아들을 공부시키기 벅찼다. 둘째 아들은 결국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최근 아내의 건강마저 나빠져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형편이 안 된다. 정 씨는 “돈이 없이 병원에 못 간다는 말을 뉴스에서나 봤는데 현실이 될 줄 몰랐다”며 “희망을 가지고 택시를 시작했는데 빚만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가 회사 택시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택시 사업권을 얻기 위해서다. 무사고로 10년 이상 회사택시 경력이 있으면 개인택시 자격을 얻게 된다. 개인택시는 사납금이 없기 때문에 벌이가 조금 낫다.

그러나 홍성군에서는 지난 3년 동안 개인택시 증차분이 없다. 정씨 위로 17년, 18년차 선배들도 회사택시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혹여나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라도 난다면 15년 경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성군이 그동안 택시 운행을 묶어뒀던 ‘부제’를 대책도 없이 풀어버렸다. 그만큼 운행하는 택시가 많아지면서 손님은 줄었다. 부제가 풀린 뒤 하루 소득이 2/3수준으로 떨어졌다.

“택시 근로자들이 밥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부제를 푼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근로자는 안중에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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