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가 바뀌어도 여성진행자는 '꽃'
텔레비전 없는 안방 문화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바보상자'가 되기도 하고 유익한과 즐거움을 주는 메스컴이 되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사단법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분과에서 매달 발표하는 방송비평을 정기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바른 시청 태도를 갖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1900년대를 마감하며 방송 3사는 세계 각지의 '밀레니엄 맞이' 등을 주요내용으로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그야말로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각국의 표정이 생중계된 것을 지켜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방송이 과거의 낡은 틀을 벗고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특집방송들은 몇 가지 형식에서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진행자 선정의 문제였다.
<밀레니엄 방송대축제 - 2000 투데이>라는 제목으로 거의 20시간 가까이 생중계한 MBC의 경우 자사 소속 아나운서인 손석희 앵커와 영화배우 심혜진씨가 진행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통신공간 등을 통해 지적한대로 진행자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진행을 못한 심씨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를 진행자로 선정한 MBC측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MBC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남녀앵커가 오프닝멘트를 같이하여 여성진행자는 꽃이라는 기존의 관념, 차별적 요소를 탈피한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진행자 선정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진행자 선정의 문제점은 SBS의 특집방송, 연말에 특집편성된 방송 3사의 각종 시상식 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KBS만이 이런 문제점을 보이지 않았고 특히 연기대상 시상식의 경우 남자탤런트(최수종)와 여자 아나운서(이금희)를 기용하는 파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 또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우리 방송현실을 볼 때 다소무리한 해석으로 보인다.
남자 진행자는 전문가로 여자 진행자는 전문성이나 진행자로서의 자질보다는 그냥 '눈에 보기 좋은' 사람으로 선정하는 대체적 경향은 결국 남녀차별의식과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벗지못한 구시대적 발상과 시청률을 의식한 태도에서 비롯된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새로운 세기에는 낡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 불평등 모두 사라져야 할 요소들이다. 이러한 변화와 진보를 주도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홍성신문 내포타임즈(www.hs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