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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겪은 새벽태풍 “살맛 안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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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겪은 새벽태풍 “살맛 안나유!”
  • 합동 취재반
  • 승인 2010.09.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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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산면 와리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권귀현 씨 내외가 태풍으로 인해 떨어진 추석용 사과를 착잡한 심정으로 주워담고 있다.
정전·시설 파손에 전 군민 뜬눈으로 밤 지새
군의원 “피해집계 신속히, 재난지구선포 요청”촉구

지난 2일 한반도에 상륙한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말 그대로 폭격이 떨어진 듯 상흔이 남았다. 이는 지난 1982년 이래 18년 만에 대규모 태풍피해를 입은 것으로 읍내 곳곳의 간판, 입간판, 신호등 등 시설물이 극심한 돌풍으로 파손되는가 하면 면단위 일부지역에서는 정전, 통신두절 등 일대 혼잡이 일었다.

홍성읍내 한솔마트의 지붕 한쪽이 내려앉는가 하면 시내 공중전화박스는 유리창이 깨진 채 도로에 드러누웠다.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건물 간판은 차량 지붕 위에 떨어졌고, 현수막 게시대 철골도 초속 50m를 넘는 강풍 앞에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도로변가에 심은 나무들은 부러지거나 아예 뿌리채 뽑히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이번 태풍은 농작물에도 막대한 피해를 냈다.

한참 이삭이 나올 시기인 요즘, 때 아닌 태풍으로 각 지역 논의 벼는 도복됐고, 홍성읍 구룡리 등 시설농가에서는 비닐이 벗겨지고 하우스 프레임이 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은하면과 결성면에서도 비닐하우스 농가들 중 태풍 피해를 입지 않은 농가를 찾는 것이 오히려 쉬울 정도로 재산상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결성면 조성봉 구수동마을 이장은 “9월 중순이면 딸기를 심어야 하는데 비닐하우스 9동이 다 망가졌다”며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여야 복구할 엄두를 내는데 손이 너무 부족하다”라며 발 빠른 복구 협력을 호소했다.

은하면 김주태(대율리) 씨는 망가진 비닐하우스 앞에 앉아 “자연이 제일 무섭다”라며 “피해 복구가 어려워 딸기를 제 때 못 심으면 올해 농사는 이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 피해는 물리적 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최헌수(결성면 좌우촌) 씨는 “밤에 잠을 못자겠다”고 불안감을 털어놨다. 새벽에 불어 닥친 강풍으로 인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붕이 날아가고 순식간에 비가 방안으로 들이닥쳤던 그 순간이 악몽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붕이 날아가는 와중에 떨어진 나무에 얼굴 왼쪽을 맞기까지 했다.

과수재배를 하는 농가들의 낙과 피해도 막심하다. 농민들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출하를 기다리던 사과, 배가 우수수 떨어진 모습에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홍성읍 월산리에서 8만2644㎡(2만5000평 상당)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장정로 씨는 이번 태풍 피해로 자체 추산 2억 원의 피해를 봤다. 장 씨의 경우 나무까지 부러져 향후 5년 간 수확이 불투명해졌다. 또한 갈산면 와리에서 2만9752㎡(9000평 상당)규모로 사과, 배를 재배하고 있는 권귀현 씨 역시 2일 새벽 3시 반 경부터 불어닥친 돌풍으로 10일 출하를 기다리던 배 90%, 사과 70~80%정도가 낙과했다. 개중에는 사과 하나 달려 있지 않은 나무도 있었다. 다행히 배는 풍수해보험을 들어 70%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사과는 그렇지 않아 모든 피해를 권 씨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권 씨 내외는 “이러한 자연재해를 대비해 주스, 잼 등 가공산업을 육성시켜야 하는데 군에서는 아직 그런 사업이 없다”면서 “전국적으로 모든 과수 농가가 피해를 입었을 텐데 낙과한 과일들을 받아줄 데도 없고 모조리 묻는 수밖에 없다”며 “살맛 안난다”고 털어놨다.

해안가인 서부지역도 배양소, 건물 등이 내려앉고 부서지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 남당상가보존회장 이상직 씨가 운영하는 대하, 광어, 우럭 등 치어를 양식하는 배양소 6개동(2970㎡ 규모)이 주저앉거나 지붕이 날라가는 피해를 입었다. 그런가 하면 매립지 내 파라솔촌도 간판이 떨어지거나 부러지고 찢어진 천막이 흩날리면서 주차장이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상가주민들은 이를 복구하기 위해 지붕위에 올라가 청소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편 홍성군의회 의원들은 당초 계획이던 추경예산심의를 뒤로 하고 각자 지역구를 돌며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군의원들은 “피해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정부가 재난지구선포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군에서 빨리 피해상황을 집계해 정부에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군에서는 “시설물이나 과수가 재해를 입을 경우 액수가 커지지만 농작물은 피해액 산출규모가 작아 재난지구 선포가 가능할지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홍성읍 신성리 이수란 씨의 상추 비닐하우스 6동이 완파됐다.
▲ 강풍을 이기지 못한 간판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 강풍으로 파손된 서부면 어사리의 한 건물.
▲ 홍성읍 한솔마트 간판이 무너져내렸다.
▲ 권룡타운 앞 현수막 게시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 서부면 남당리 한 상가가 태풍 피해로 초토화된 모습.
▲ 휴대전화 통신사 기지국이 파손되어 통신이 두절됐다.
▲ 공중전화 박스가 바람을 이기지 못해 차도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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