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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해를 맞는 각오과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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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해를 맞는 각오과 다짐
  • 한관우 기자
  • 승인 2008.12.25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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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최운식<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 최운식<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2008년을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고, 희망과 기대 속에 2009년을 맞이하였다. 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햇수를 세었는데, 12간지(干支)에 열두 동물을 배치시켜 그 해를 그 동물의 특성과 관련지어 생각해 왔다. 이에 따르면 2008년은 무자년(戊子年)으로 쥐해이고, 2009년은 기축년(己丑年)으로 소해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고구려 유리왕 조를 보면, 3~4세기 경에 쟁기를 만들어 논밭을 갈고, 수레를 만들어 탔다고 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 지증왕조에는 소를 농사에 이용한 기록이 보인다. 이로 보아 소는 2000여 년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생활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소에 대한 의식이 어떠하였는가를 생각하면서, 소해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소는 첫째,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자기의 있는 힘을 다하여 일한다. <소가 된 게으름쟁이> 이야기를 보면, 일하기 싫어하는 젊은이에게 소머리 탈을 씌우자 소가 되었다. 그는 소가 되어 쉴 새 없이 일을 하다가 먹으면 죽는다고 한 무를 먹었더니, 다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부지런히 일을 하여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소는 게으른 사람을 깨우쳐 부지런한 사람이 되게 한다. 우리 속담에는 ‘종은 믿고 살지 못해도 소는 믿고 산다.’, ‘아내에게 한 말은 나도 소에게 한 말은 안 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소의 변함없는 마음과 성실성을 말해 주는 말이다.

둘째, 소는 충직하고 의리가 있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 문수마을에 전해 오는 ‘의우총(義牛塚) 전설’을 보면, 김기년이라는 농부가 산 밑에 있는 밭에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소를 물려고 하였다. 그가 소를 구하기 위해 작대기를 들고 호랑이한테 덤비니, 호랑이는 소를 놔두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것을 본 소가 호랑이와 싸워 물리치고, 주인을 구하였다. 그는 호랑이한테 물린 상처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소는 주인이 살았을 때에는 전과 다름없이 일을 하였는데, 주인이 죽자 무덤 옆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그 소를 아버지의 무덤 옆에 묻었다고 한다. 서기 1630년에 선산 부사로 부임한 조찬한(趙纘韓)은 이 이야기를 듣고 ‘의우기(義牛記)’를 짓고, 화공을 시켜 8폭의 ‘의우도(義牛圖)’를 그리게 하여 지금까지 전해 온다. 구미 지역에는 ‘먼 곳으로 팔려간 소가 자기를 길러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그 집으로 달려와 울부짖다가 뒤따라 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이것은 소가 충직하고 의리가 있음을 말해 준다.

셋째, 소는 자기의 모든 것을 주는 희생적인 삶을 산다. 소는 살았을 때에는 사람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젖을 주고, 죽어서는 고기와 뼈와 가죽을 유용하게 이용하게 해 준다.

넷째, 소는 부의 징표(徵表)가 된다. 소는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았으므로 소를 기르는 일은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었고, 부의 척도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사람들은 소가 살았을 때에는 생구(生口)라 하여 가족처럼 대하였다. 죽은 뒤에는 쇠고기를 최고의 식품으로 여겼다. 그래서 일상의 식생활에서는 최고의 손님을 접대할 때 쓰고, 의례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썼다.

우리는 연초의 다짐대로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하며 저축하는 생활하였다. 그러나 앞일을 예견하고, 이에 맞는 대응책을 세우는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미국에서 시작한 경제위기에 발목이 잡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세계로 퍼질 것을 예견하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뿐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위기는 좌절이나 파멸의 늪에 빠지는 계기가 되기도 되지만, 잘 극복하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기 극복의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이기지 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고 한다.

새해에는 소처럼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과 의리를 지키는 생활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활하면 새해에는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하고, 복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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