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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100개의 호텔도시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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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100개의 호텔도시로 만들자
  • 한관우 기자
  • 승인 2008.12.2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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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살이 깊이 읽기<2>/ 홍주 문화마케팅 프로젝트

▲ 손규성<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지난해 6월 보령 천북 홍보지구 간척지 갈대밭에 이상하고 절묘한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외계인의 작품일 것이라며, 이 무늬가 우리나라 최초의 ‘크롭 서클’이라는 성급한 주장도 나왔다.

‘크롭 서클’(Crop Circle)은 일명 ‘미스터리 서클’(Mystery Circle)로도 불린다. 광활한 지대에 곡물이나 풀이 일정한 방향으로 누워있는 자국으로, 위에서 보면 기하학적인 일정한 무늬가 형성되는 것을 가리킨다. 크롭 서클이 곳곳에서 발견되자 이를 소재로 해 2002년 멜 깁슨 주연의 영화 <싸인>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보령 천북의 크롭 서클은 가수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보령은 한 때 관광특수를 누렸다. 진위여부를 떠나 국내 최초의 크롭 서클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를 확인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홍성을 ‘100개의 호텔이 있는 농촌’으로

홍성은 축산의 고장이다. 국제곡물가의 상승에 따른 사료 값의 폭등으로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정한 토지에 어떤 작물을 재배했을 때 얻는 소득을 다른 작물을 재배했을 때와 비교하는 소득대체율을 따지지 않는다면, 가령 한 마을 전체 경작지에 옥수수를 심었다고 가정해 보자. 여름에 심는 참외나 수박 대신에, 요즘처럼 국제곡물가가 폭등하면 옥수수를 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옥수수를 사일로에 저장해 소 사료로 써도 소득대체율이 괜찮다면 일반 농가들이 옥수수를 심을 것이다.

한 마을 전체가 온통 옥수수 밭이라면 밭 한 가운데를 원형으로 뚫어 크롭 서클을 만들 수 있다. 앉으나 서나 보이는 것은 옥수수 밭이다. 그리고 이 한 가운데의 원형에 오두막 또는 원두막을 짓는다. 한 마을에 몇 개를 설치할 수 있다. 이름하여 ‘옥수수 캐빈 호텔’이 될 수 있다. 이런 것을 한 100개쯤 홍성에 짓자. 홍성을 ‘100개의 호텔이 있는 농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호텔은 도시민을 끌어들여 시골체험, 작물체험, 농촌체험을 하게 해 홍성의 소득원으로 삼자는 뜻이다. 물론 도시 사람들이 며칠간 살기 편하게 샤워시설과 냉방시설, 간단한 취사시설 등을 장착한 원두막이다. 적어도 아침은 옥수수밭 주인이 정갈하게 시골밥상을 내놓고 음식 값을 받게 해 숙박체험료와 함께 농외소득으로 잡게 하자는 것이다.

4계절용 ‘캐빈 호텔’ 홍성이 적지다

캐빈 호텔은 4계절용이다. 옥수수 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보리가 녹색물결을 이루는 때와 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갈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눈 내린 겨울에 산림 한 가운데에 이를 옮겨 놓을 수도 있다. 벼가 자라고 있을 때나 벼 이삭이 누렇게 황금물결을 칠 때도 숙박체험이 가능하다. 붉은 수수밭에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영화 <붉은 수수밭>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홍양’ 저수지나 서산A지구 간척지 간월호 등 물가에 설치해도 도시민을 끌어들일 수 있다. 홍양저수지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뽀얀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수변의 풍광을 감상하게 하면 되고, 간월호의 갈대밭에서 비상하는 철새의 군무를 즐기게 할 수 있다. 천수만의 바닷가에 이를 설치하고 수상가옥의 낭만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신혼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필리핀 세부, 인도양의 몰디브, 남태평양의 리조트 수상호텔을 원용하면 된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려면 캐빈 호텔이 표준화돼야 하고 조립성이 원활해야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쉽게 뜯었다 붙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제작하는 건축비를 낮출 수 있고 내구성도 갖출 수 있다. 당연히 초기투자를 낮춰 투자 대 산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또 여기에는 마을단위의 주민참여가 절대적인 필요충분 요인이다. 옥수수 밭을 만들더라도 마을단위의 광활한 재배면적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을별로 비교우위와 도시민 유인이 가능한 작물을 선택하고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겼을 때 마을 전체의 합심이 필요하다. 일전에 도시의 소액 출자자를 모아 ‘50만 마리의 홍주 한우농장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이번 ‘100개의 호텔이 있는 농촌’의 문화마케팅과도 연결된다. 도시민을 호텔 고객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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