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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지방도 지역언론도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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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지방도 지역언론도 없는 시대
  • 한관우 기자
  • 승인 2008.12.19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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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관우 편집국장

▲ 한관우<편집국장>
정부·한나라당, 지역신문 발전기금 증액 합의 ‘사기’
국회,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과정 ‘싸움판’ 전락
지방·주민, 수도권 규제풀어 ‘지방 홀대’ 민심은 떠나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는 국민도 지방도 지역언론도 없다. 낙하산 인사로 방송을 장악한데 이어 지방을 죽이는 작전을 펼치더니 급기야 이제는 지역의 언론까지 장악하기 위한 고사작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이 정부와 여당이 지방과 언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민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의의 전당이란 국회에서는 대통령 형님예산만을 챙기고 소외계층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결과를 낳았다.

급기야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물병과 컵이 싸움 도구로 사용되더니, 18일에는 여·야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어 국회를 ‘싸움판’으로 전락시킨데 대한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과 관련한 여·야 대치과정에서는 멱살잡이, 욕설이 난무하고, 전기톱, 대형 쇠망치, 소화기, 소화전을 이용한 ‘물대포’도 등장했다는 보도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싸움판으로 전락한데 따른 국민적 충격과는 관계없이 여·야는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말싸움이 한창이다. 국가예산에 대한 무성의와 날치기처리의 실상을 그대로 증명해 보이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을 강행처리하면서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등 신문발전기금 75억4600만 원과 지역신문발전기금 57억5400만 원 등 133억 원을 삭감한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올해 수준으로 증액·수정해 예결위로 넘긴 여·야합의안을 한나라당이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삭감하기로 여·야가 일정부분 합의한 형님예산은 재대로 챙겨 원안 통과시키는 모범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언론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지역언론의 어려움과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한시법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이 2010년 끝나더라도 앞으로 예년수준의 예산안이 지속적으로 편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국회상임위에서 약속했다. 결국 이 모든 약속은 ‘사기극’으로 끝난 결과다. 따라서 언론의 자존심까지 무참히 짓밟은 이번 정부와 여당의 행태는 여론의 비난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국민과 언론인을 속이는 말장난을 대통령과 장관, 여당의 국회의원이 함께 공모한 꼴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발전기금우선지원 지역신문선정사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벌인 ‘대국민·대언론 사기극’에 대해 통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상임위 여·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내팽개쳤을 뿐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는 지역 언론계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지역언론은 보기 좋게 정부와 한나라당으로부터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된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국민과 지방을 바라보는 사고와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지방발전대책의 발표내용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로 급격히 줄어든 지방의 세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수도권 규제완화로 죽게 된 지방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대책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무대책이 상책으로 보이는 이유이며, 현 정부와 여당이 국민과 지방과 지역언론을 무시하고 차별하려는 의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지방을 죽이는 ‘지방홀대’로 지방의 민심을 달래기에도 벅찬 마당에 이번에는 지방언론 죽이기까지 자행했다는 비판의 핵심이다. 지방발전대책도 뿔난 민심을 달래는 데는 분명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정부와 여당의 시각과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민심은 자꾸 멀어질 뿐이다. 내년 4월의 재·보궐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가 첫 분수령이 될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여당 지지 세력의 분열은 물론 지방민심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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