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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빗물 이용, 한 공무원의 지혜로 성공기획취재/ 물 부족, ‘빗물’관리가 대안<2>
한관우 기자  |  hankw@h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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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0.31  14: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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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스미다구의 폐교된 초등학교를 활용한 빗물 박물관.  
 
옛날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항아리나 빈 그릇을 챙겨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로 사용하곤 했다. 지금처럼 수도나 지하수 개발이 되지 않았던 시절이니 빗물을 받아 쓸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로 지정된 상황에서 이제는 빗물이용에 관심을 갖는 일은 생활의 필수요건이 될 수도 있다. 빗물이용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한발 앞서 있다. 일본은 일반가정은 물론 자치단체들이 빗물이용을 생활화하고 있다. 가정마다 100~200리터 규모의 탱크를 지하에 묻거나 주택에 설치해 세탁이나 화장실용 세정수로 사용하거나 여름철 냉방, 정원가꾸기 등에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따라서 일본은 건물을 신축할 때는 빗물탱크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관공서나 대형건축물을 신축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물이다. 물의 원천인 빗물은 무심결에 흘려버리기 쉽다. 하지만 빗물을 잘 관리를 하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재난과 재해예방의 효과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빗물을 모으고 이용하면 수원지가 없더라도 갈수기의 수원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재난과 재해가 발생하여 수돗물 등이 단수가 되더라도 화장실용이나 방화용수의 확보가 가능해 방재대책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한편 집중호우나 장마철에는 일시에 시가지로 쏟아져 나오는 빗물을 빗물저장탱크에 저장하는 효과로도 도시형 홍수방지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빗물은 때론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인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빗물이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동경도(東京都) 스미다구(墨田區)에서 찾을 수 있다. 스미다구 청사 지하에는 1000톤 규모의 물탱크가 있고, 지붕에는 집수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빗물은 화장실용 세정수나 청소용 물 등으로 사용하거나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수도관이 파열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까지 갖춰 놓았다. 스미다구청의 빗물저장탱크는 홍수를 대비해 절반정도를 채워 놓으며, 구청건물의 화장실용 세정수 등으로 1년에 5000톤이 사용돼 70%정도를 빗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미다구청은 지난 1996년 지방정부를 위한 ‘빗물이용교류위원회’를 만들었으며, 현재 104개 지방정부가 이 위원회에서 만나 빗물이용과 관련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빗물이용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폐교 활용 세계 최초의 빗물박물관 문 열어

   
  ▲ 스미다구청 공무원인 무라세 박사가 빗물이용과 관련한 설명을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1년 5월에는 세계 최초의 빗물박물관이 스미다구에서 문을 열었다. 무라세 박사가 중심이 돼 폐교된 초등학교에 문을 열었는데 빗물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관련 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필리핀산 대나무로 만든 ‘빗소리악기’는 몸체를 바로 세우고 조금씩 기울이게 되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내용물의 소리가 영락없이 시골집 처마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소리다. 이러한 다양한 빗물과 관련된 자료를 통해 어린이에게는 빗물관련 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 어린이들은 비와 빗물에 대한 필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각종도구를 활용한 교육박물관으로 오감교육을 실천하는 장소가 빗물박물관이라고 무라세 박사는 설명한다. 또 어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빗물의 역사와 효용성을 느낄 수 있는 체험교육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빗물과 관련된 시설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무심결에 흘려버리는 빗물을 관리만 잘하면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재난예방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했으며, 우리도 빠른 시간에 빗물을 효과적 이용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다가왔다.

특히 27년 전부터 선구자적인 기질로 건축물 지하 빗물탱크의 필요성을 역설해 관철시킨 동경도 스미다구청 공무원이자 약학박사인 무라세 박사의 빗물이용과 수자원관리 철학의 실천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는 본받아야 할 교훈으로 다가왔다. 안정된 직장으로 인식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이 보장된 약학박사가 구청의 말단공무원을 선택한 의식이나 신입공무원이 행정현장의 현안에 대해 집요하게 구청장을 설득한 정신과 함께 신입공무원의 아이디어를 현장에 접목, 실현시킨 구청장의 결단이 돋보인다.

스미다구의 빗물이용, 빗물조례 제정 돋보여

스미다구는 일본 동경도에 있는 구(區)의 하나로 ‘시타마치(下町) 전쟁’ 이전부터 주택지역 이었다. 면적이 13.75㎢로 인구는 약 23여만 명의 중소도시다. 이곳에는 스미다 강, 아라카와 강이 도시를 에워싸고 흘러 호우가 발생하면 침수위험성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이런 위험성을 일찍이 간파한 무라세 박사가 동경도 스미다구 공무원으로 입사한지 5년이 되었을 때 구청장을 설득, 지난 1991년 구청 건물 지하에 1000톤 규모의 빗물탱크를 설치하게 됐다. 

당시 동경을 비롯한 일본의 하수도 설계조건은 하루 50㎜의 폭우에도 이상이 없도록 하수도를 설계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홍수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27년 전에 이미 도로 등이 콘크리트로 뒤덮이면서, 하수도 설치 등 홍수방지를 위한 대안을 연구하고 해법을 찾던 중 의외로 결론에 도달했다. ‘빗물을 흘리지 않고 모으는 것’이었다. 스미다구에서 빗물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계산한 결과는 공교롭게도 ‘쓰는 물의 양’과 ‘내리는 비의 강우량’이 공교롭게도 똑 같았다는 것이다. 당시 스미다구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군마현에서 수돗물을 끌어다 쓰고 있었으므로 물 부족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의 연구결과는 ‘스미다구에서 내리는 빗물을 모아 이용해야 한다’는 빗물 이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은 스미다구의 빗물을 모아 댐 역할을 할 수 있는 탱크를 설치키로 하고 ‘흘려보내면 홍수, 모아 놓으면 자원’이란 표어를 내걸고 ‘빗물 모으기 운동’을 펼친 것이 빗물이용의 시작이었다.

건축물 신축할 경우 빗물탱크 설치 의무화

이후 1995년부터 가정집에도 옥외 빗물탱크 보급을 시작, 현재 200여 가구에 설치됐다. 올해 7월에는 ‘빗물 조례’도 제정·발효됐으며, 일본 내 다른 지자체에서 많이 견학하고 있다. 조례의 골자는 바닥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빗물탱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스미다구의 대표적인 빗물 탱크로는 프로 스모의 대회가 열리는 료고쿠(兩國) 국기관을 비롯해 도쿄돔, 후쿠오카돔, 아카사카 아크힐즈, 도쿄도 청사, 에도박물관, 제2 도쿄타워로 불리며 2011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스미다 타워에도 지하 빗물탱크를 설치, 빗물을 모두 집하할 예정이다.

따라서 홍성의 경우도 빗물의 이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청사건립 및 각 기관단체의 청사신축, 홍성종합개발지구, 오관지구환경개선지구 등의 건물신축에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탱크 등의 시설물 설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조례제정 등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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