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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진학 압박감이 가짜 대학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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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진학 압박감이 가짜 대학생 만든다
  • 홍성타임즈
  • 승인 2007.06.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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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데이비드 배니거스(20)군은 지난해 9월까지 미국 텍사스주 라이스대학에서 1년여 동안 다른 재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했다.

   식사 시간이면 다른 친구들에 묻혀 재학생 식당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했고 야간에는 대학 내 기숙사를 전전하면서 잠자리를 해결했다. 숙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으나 그의 화려한 말주변에 다들 그럭저럭 넘어갔다.

   그러나 2년째로 접어들던 지난해 9월 누군가의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재학생 등록부에 올리려다 실패하는 것이 한 학생에 의해 적발되면서 그가 가짜 대학생임이 드러났으며 배니거스군은 재학생 식당을 이용하며 3천678 달러를 무단 취식한 혐의로 기소돼 이번 달부터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대학의 B.J.아몬드 대변인은 "배니거스군은 자신이 라이스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면 몸져 누워있는 어머니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1년간 어떻게 재학생으로 지낼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니거스군의 경우처럼 미국내 여러 대학에서 재학생이라고 속이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가짜 대학생들이 흔하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가짜 대학생이 적발되고 있는 대학들은 특히 프린스턴, 예일, 남가주대(USC), 스탠퍼드 등 미국내 여러 명문대학들인데, 최근 스탠퍼드대에서 들통이 난 한인 여대생 사건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풀러튼 출신의 김모(18)양은 재학생이라고 속이고 약 8개월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는가 하면 인근 샌타클라라 대학에 학군후보생(ROTC)으로 등록하고 1천달러 상당의 제복과 장비들을 지원받으면서 군사 훈련을 받기도 했다.

   군당국은 김양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처벌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탠퍼드대학측은 김양을 상대로 가짜 행세를 한 경위를 조사, 지난주 샌타클라라 카운티 검찰에 자료를 넘기고 사법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취업 희망자들이 학력을 부풀리거나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 과정에서 가짜 성적표를 제시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지만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왜 재학생이라고 속이고 수업을 들으며 생활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사기행위를 집중 연구해온 제럴드 젤리슨 전 USC 심리학 교수는 일부 사기꾼들이 범죄 전력 등을 감추고 새로운 신분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짜 대학생'의 경우에는 대개 부모 등 중요한 인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젤리슨 교수는 "첫번째 거짓말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며 "그렇게 거짓말을 한 후에는 첫번째 거짓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런 행위가 계속되다 보면 들통이 나기 전까지는 되돌릴 수 없게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의 데니스 포프 교육학 교수는 "속임수는 대개 명문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고교 시절에 시작한다"면서 "진실을 털어놓기가 두려운 이들 학생은 자신들이 입학 가능한 대학을 속이게 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김양 사건의 경우 아직 부모들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인들은 지역 학교중 최고의 명문으로 꼽혔던 트로이고교에 다니던 김양이 가족들로부터 명문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과거 김양의 급우였던 한 학생은 스탠퍼드대 교내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행위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스탠퍼드나 하버드, 예일 등 명문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기대는 엄청나며 우리가 겪었듯이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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