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진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열풍 속에 그나마 한국영화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 전국 관객 72만 명을 넘겼으니까요. 450개 스크린에서 개봉됐으니까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많은 영화계쪽 사람들이 그 말을 하고 다닙니다. 그럴 때 가장 잘 비교되는 대상이 전도연과 김혜수입니다. 우선 김혜수를 보죠. 작년 '타짜' 시사회에서 기자들과 배급 관계자, 영화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고지가 없었는데 김혜수가 조승우와 파격적인 베드신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혜수는 전라의 뒷모습을 보였으며 영화를 본 분들이 많으니 아시겠지만 가슴 노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 그것도 '김혜수가 벗었다'는 식의 이상한 관심때문에 사전에 이를 알리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전 이 단 한 장면이 김혜수가 연기한 정마담 역을 단숨에 관객에게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김혜수 역시 그런 이유로 노출을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당시 김혜수는 인터뷰에서 "벗었느냐, 안 벗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해도 필요한 장면이어서 두말없이 응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혜수는 '타짜'로 인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새삼 전성기를 누릴 만큼 대중들에게 스타가 아닌 배우로 인정받았습니다. 전도연은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계가 전도연을 다시 본 작품이 '해피엔드'였습니다. 그 전까지 전도연은 영화 '접속' '약속'의 뜻하지 않은 흥행으로 영화계의 관심을 받긴 했습니다만 보수적이기 이를 데 없는 영화계의 시선은 여전히 '탤런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 순박한 시골 소녀를 연기하는 것을 보고 역시 연기는 잘한다고 칭찬했지만 선뜻 '배우'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영화계의 보수적 태도라니!!) 그러다 '해피엔드'가 등장했습니다. 파격적인 포스터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뒤늦게 육체적 사랑에 눈뜬 주부를 연기하며 전도연에게 순박한 시골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영화인들은 그제서야 '전도연이 연기밖에 모르는 배우'라고 혀를 내두르게 된 거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숙부인 역을 보죠. 거기서도 전도연이 노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도연은 정숙한 숙부인이 사랑에 눈 떠 사랑하는 남자와 벌이는 정사신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제작사 대표가 감격했음은 물론입니다. 전도연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자 영화인들은 "받을 사람이 받았다" "전도연의 연기에 대한 열정에 보답하는 상"이라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영화마다 캐릭터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잘 그려낸 그이기에 신비감이 없어 연예인의 주요 수입원인 CF모델로는 인기가 없던 그입니다. 전도연과 인터뷰할 때면 저를 포함한 기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CF를 할 만한 작품을 하라고 권합니다. 그 때마다 전도연의 답변은 "저같은 배우도 하나쯤은 있어야죠"였습니다. 송혜교가 벗지 않은 것을 두고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장 감독이 아무리 "벗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보는 영화 담당 기자들이나 관객들이나 비슷한 반응인 것 같습니다. 기생 황진이가 정사신에서조차 얼굴과 기껏해야 쇄골만 드러내다니....하구요. 송혜교는 영화 '황진이'에서 전작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고, 앞으로의 성장에 한층 더 기대를 걸게 했습니다. 그러나 두고 두고 아쉽습니다. 그가 걸어가야할 길이 '배우'라면, 포기해야 할 것도 있는 것이고, 결국은 그게 포기가 아니라 전도연과 김혜수를 보더라도 그건 언젠가 더 큰 명예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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