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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송혜교가 벗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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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송혜교가 벗었다면...
  • 홍성타임즈
  • 승인 2007.06.1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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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황진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열풍 속에 그나마 한국영화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 전국 관객 72만 명을 넘겼으니까요. 450개 스크린에서 개봉됐으니까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그러나 사실 제작사측에서는 더 높은 숫자를 내심 기대했을 겁니다. 총제작비가 100억 원 가량 투입된 영화니까요. 이럴 경우 최종 400만 명 정도가 들어야 안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습니다. 최근 와이드릴리즈 방식의 배급 현실에서는 첫 주 100만 명을 넘겼을 때 이 같은 최종 스코어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황진이'를 두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세트의 수준도 뛰어나고 의상도 파격적입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잘 이뤄진 영화라는 거죠.
    개봉 전 하지원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황진이'와 내내 비교가 됐는데 막상 영화가 개봉하고 보니 드라마와 영화의 시각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 그 점에서의 논란은 일지 않았습니다.
    송혜교의 황진이는 한 마디로 말해 계급사회에 당당하게 맞선 여자이자 한 남자에 대한 순정을 간직한 여자입니다. 계급사회에 맞섰다는 점에서는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어떤 면이 부각됐는지 쉽게 짐작하실 겁니다. 양반가의 딸로 자랐으나 알고보니 첩의 자식이었던 까닭에 순식간에 극과 극의 계급차이를 경험하게 됐으니까요.
    황진이의 남자로 '놈이'를 등장시킨 것은 원작이 북한 작가 홍석중 씨의 '황진이'인 까닭입니다. 황진이를 다룬 여타의 작품과 가장 눈에 띄게 비교되는 부분이죠. 유지태가 연기한 '놈이'는 황진사댁의 종이었다 집을 나간 후 다시 들어와 황진이를 만납니다. 한 눈에 사랑에 빠진 놈이가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사랑하는 여자를 취하지 못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황진이의 출생 비밀을 알려 황진이를 자신과 같은 신분으로 격하시킵니다.
    황진이의 냉랭한 시선을 견디다 못한 놈이는 황진이를 떠나고 마치 홍길동처럼 의협심 강한 '도적'이 됩니다. 황진이는 그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돕습니다.
    놈이를 살리기 위해 황진이는 자신의 뒤를 봐줬으나 결코 품안에는 안기지 않았던 사또와 몸을 섞습니다. 여기서 영화 '황진이'의 유일한 '베드신', 일명 '요신'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베드신에서 클로즈업되는 건 황진이, 즉 송혜교의 얼굴이었습니다. 얼굴 표정으로 베드신을 담은 겁니다.
    장윤현 감독은 개봉 전과 후 "왜 베드신이 없느냐?"는 질문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송혜교가 벗지 않았던 게 맞았을까요?
    기자가, 그것도 여기자가 '여배우가 벗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전 송혜교가 벗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수위는 조절돼야 했지만 베드신에서 송혜교의 얼굴의 클로즈업된 건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개봉 몇 달 전 '황진이' 투자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강우석 감독과 장윤현 감독을 함께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술자리였죠. 그 자리에서 강 감독은 장 감독에게 "송혜교를 벗기지 못해서 최소한 50만은 손해봤다"는 말을 무심히 건넸습니다. 흥행의 귀재인 강 감독이 생각해도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나 봅니다.

    제가 송혜교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결국 흥행과도 연결이 되겠지만 우선 벗어야 할 장면에서 벗지 않았을 때 영화라는 게 참 무미건조한 맛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많은 영화계쪽 사람들이 그 말을 하고 다닙니다.
    그럴 때 가장 잘 비교되는 대상이 전도연과 김혜수입니다.
    우선 김혜수를 보죠. 작년 '타짜' 시사회에서 기자들과 배급 관계자, 영화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고지가 없었는데 김혜수가 조승우와 파격적인 베드신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혜수는 전라의 뒷모습을 보였으며 영화를 본 분들이 많으니 아시겠지만 가슴 노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 그것도 '김혜수가 벗었다'는 식의 이상한 관심때문에 사전에 이를 알리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전 이 단 한 장면이 김혜수가 연기한 정마담 역을 단숨에 관객에게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김혜수 역시 그런 이유로 노출을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당시 김혜수는 인터뷰에서 "벗었느냐, 안 벗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해도 필요한 장면이어서 두말없이 응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혜수는 '타짜'로 인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새삼 전성기를 누릴 만큼 대중들에게 스타가 아닌 배우로 인정받았습니다.
    전도연은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계가 전도연을 다시 본 작품이 '해피엔드'였습니다.
    그 전까지 전도연은 영화 '접속' '약속'의 뜻하지 않은 흥행으로 영화계의 관심을 받긴 했습니다만 보수적이기 이를 데 없는 영화계의 시선은 여전히 '탤런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 순박한 시골 소녀를 연기하는 것을 보고 역시 연기는 잘한다고 칭찬했지만 선뜻 '배우'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영화계의 보수적 태도라니!!)
    그러다 '해피엔드'가 등장했습니다. 파격적인 포스터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뒤늦게 육체적 사랑에 눈뜬 주부를 연기하며 전도연에게 순박한 시골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영화인들은 그제서야 '전도연이 연기밖에 모르는 배우'라고 혀를 내두르게 된 거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숙부인 역을 보죠. 거기서도 전도연이 노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도연은 정숙한 숙부인이 사랑에 눈 떠 사랑하는 남자와 벌이는 정사신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제작사 대표가 감격했음은 물론입니다.
    전도연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자 영화인들은 "받을 사람이 받았다" "전도연의 연기에 대한 열정에 보답하는 상"이라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영화마다 캐릭터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잘 그려낸 그이기에 신비감이 없어 연예인의 주요 수입원인 CF모델로는 인기가 없던 그입니다. 전도연과 인터뷰할 때면 저를 포함한 기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CF를 할 만한 작품을 하라고 권합니다. 그 때마다 전도연의 답변은 "저같은 배우도 하나쯤은 있어야죠"였습니다.
    송혜교가 벗지 않은 것을 두고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장 감독이 아무리 "벗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보는 영화 담당 기자들이나 관객들이나 비슷한 반응인 것 같습니다. 기생 황진이가 정사신에서조차 얼굴과 기껏해야 쇄골만 드러내다니....하구요.
    송혜교는 영화 '황진이'에서 전작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고, 앞으로의 성장에 한층 더 기대를 걸게 했습니다. 그러나 두고 두고 아쉽습니다. 그가 걸어가야할 길이 '배우'라면, 포기해야 할 것도 있는 것이고, 결국은 그게 포기가 아니라 전도연과 김혜수를 보더라도 그건 언젠가 더 큰 명예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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