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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평안, 뱃길 무사고 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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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평안, 뱃길 무사고 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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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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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면 성호리, 원성호 마을 오방제

▲ 오방제각전경
우리고장 결성면 성호리 원성호 마을에 가면, 마을 뒷동산에 아담한 신당이 한 채 서있다. 신당 이름은 ‘오방제각(五方祭閣)’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중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방제각은 원래 100여 년 전에 지은 기와집이었다. 1995년에 폭우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자, 마을주민들의 집념으로 1997년에 국비지원을 받아 신축한 건물이다.

원성호 마을은 매년 섣달그믐날 저녁부터 정월초하루 새벽녘까지, 마을의 세 곳에서 마을제사를 지낸다. 마을제사 이름은 ‘오방제’이다.

오방제를 지내는 장소는 ‘하당’, ‘중당’, ‘상당’ 세 곳이다. 하당은 마을의 제일 아래쪽에 있는 바닷가 언덕마루이다. 상당은 마을 뒤편 왕자산 기슭에 있다. 상당은 건물이 없고 자연물 형태이다. 이곳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앞에는 제사를 지내기 알맞도록 5평 정도의 평평한 터가 있다.

하당은 원래 100여 년 전에 지은 초가형태의 건물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 개축하고 기와를 얹은 기록이 있다. 30여 년 전에 심한 비바람에 무너지고 건물 터만 남아있다. 하당에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데, 이곳에서 제사를 지낸다.

오방제는 섣달그믐날 저녁 무렵에 상당에서 제일 먼저 지낸다. 바위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축을 하고 대동소지를 한 장 올린다. 제사가 끝나면 참석자끼리 음복을 한 후에 하산한다. 그다음에는 하당으로 내려와 제사를 지낸다. 하당에서의 제사절차는 상당과 같다.

저녁에는 오방제각에서 이튿날 새벽까지 제사를 지낸다. 오방제각에서 지내는 제사는 오방제의 본행사인 셈이다.

▲ 하당모습
화부는 점심을 먹고 미리 오방제각으로 올라간다. 음식을 만들고 운반하며 제사 뒷바라지 하는 사람을 화부라고 부른다. 화부는 오방제각 청소를 하고 솥을 걸고 음식 만들 준비를 한다. 허드레 물로 사용할 물도 길어다 놓는다.

특히 음식을 만드는 물은 마을 뒤편 왕자산에서 길어온다. 왕자산 절터에는 조그만 옹달샘이 있는데, 반드시 이곳에서 길어온다. 이 우물은 전날 미리 올라가서 깨끗이 청소를 해놓는다. 물을 길어올 때는 장군이라고 부르는 물독을 사용한다.

▲ 상당모습
화부는 자정이 가까워지면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또한 제사에 사용하는 고기는 삶지 않고 구워서 상에 올린다. 화부는 음식장만을 하면서 대․소변을 보았을 경우에,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소변을 볼 때는 성기를 손으로 만지지 않고 대추나무 젓가락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음식을 만들 때는 창호지로 입마개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이런 금기는 생략되고 있다.

화부가 제사준비를 완료하는 자정 무렵에 제관과 축관이 오방제각으로 올라간다. 새벽녘까지 제사를 지내고 내려온다.

원성호 마을의 오방제는 대략 3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방제의 목적은 마을 주민들의 평안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는 뱃길의 무사고와 풍어를 빌기 위함이었다.

성호리가 한창 번성하던 때는 오방제가 상당히 성황을 이루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바다가 막히면서 옛날 분위기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 오방제도 노인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방제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전해지는 얘기도 많다. 오방제각에 올라가보면 바다 쪽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사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피울 때는 바람이 잠잠해진다. 또한 옛날에는 제사지낼 때는 누군가 음식 먹는 젓가락 소리도 들렸다고 한다.

옛날에 하당 터에 큰 불이 난적이 있었다. 신목으로 심어놓은 소나무가 타고 말았다. 이듬해 봄에 나무 밑동에서 회초리만한 가지가 움터 나왔다. 지금 그 소나무는 밑동에서 양 갈래로 갈라지면서 큰 소나무가 되었다. 마을사람들로부터 신목으로 보호받으며 그 기상을 자랑하고 있다.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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