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9:19 (수)
태양을 향해 트럼펫 연주하는 '쥐방울 덩굴'
상태바
태양을 향해 트럼펫 연주하는 '쥐방울 덩굴'
  • 우흥식
  • 승인 2006.08.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을 가까이-쥐방울덩굴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다가 스치는 많은 사람들. 그런데 그리 낯이 설지 않은 얼굴을 종종 볼 때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으면 하루 종일 개운치가 못하다. 또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흔히 보였던 녀석들이 어쩌다가 보이지 않으면 허전하고 그곳에 눈길이 자꾸만 간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꼭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살아가는 것은 내 주변의 모든 것들과의 우연이든 그렇지 않든 연계와 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부류가 아니더라도 상생하지 못하면 그 가치와 의미도 없어진다. 식물과 동물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꽃이 없으면 나비도 존재할 수 없다. 그 예로 쥐방울덩굴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꼬리명주나비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리 흔하던 쥐방울덩굴이 자취를 감추더니 그 아름다운 꼬리명주나비도 사라지고 말았다. 무분별하게 뿌려대는 농약들로 인하여 논둑과 밭둑, 그리고 길옆에서 흔하게 있었던 이 녀석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습지기행을 하면서 DMZ안에서 흐드러지게 달려있는 쥐방울덩굴의 열매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 열매를 따다가 교정의 담장에 정성껏 심어보았지만 실패를 했다.

꽃의 모양은 트럼펫처럼 생겼고 이글거리는 8월의 태양을 향해 보란 듯 연주를 하고 있다. 그 음률은 깃털처럼 가볍고 파도를 즐기는 물새들처럼 여유롭다. 중요한 부분을 깊숙이 가리고 향으로 음색을 가다듬어 점점 넓히더니 금새 청자주전자의 주둥이가 되어 흘러내린다. 작은 벌레들이 몰려들고 음향 따라 들어가서 도취되고는 그 대가로 수분을 시켜준다. 그러자 이미 몸은 뒤틀리면서 그만 자지러지고 말았다.


그림에서 보듯 모양이 다른 꽃과는 매우 다르다. 줄기 겨드랑이에 달리고 둥근 모양을 한 곳이 나중에 열매가 된다. 가을쯤에는 어린 아기 주먹 크기의 골 패인 참외모양을 한 열매를 단다. 말의 방울처럼 생겼다고 하여 ‘마두령’이라고도 하는데, 어렸을 적에 이것을 손으로 따서 놀다가 냄새를 맡아보면 역겨워 멀리로 집어던지던 일이 생각난다. 나뭇가지로 덩굴손으로 감아 올라가 파란 가을 하늘을 향해 주렁주렁 열매를 단다. 건조한 바람에 제몸을 흔들어 붙어있는 씨앗을 사각거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털어낸다. 결국 입을 쩍 벌리고 거꾸로 매달린 낙하산 모습 을 하고 가벼운 씨앗을 멀리로 날려 보내면서 초봄까지 견디어낸다.


보는 모습과는 달리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독성이 매우 강한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래서 벌레들로부터 공격을 당할 리가 없는 명당이다. 아마도 꼬리명주나비는 다양한 식물들로부터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하여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이 녀석을 택했을 것이다. 걱정 없이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가 줄기마저 맛있는 먹잇감으로 이용한다. 이들이 사라진 지역에서 꼬리명주나비는 거의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모 지역에서는 이 식물을 심어주고 나비도 방사를 하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런 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 아주 작은 변화를 줄때에라도 다른 생명들에게 어떤 피해를 줄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 일부이고 주인이 아니라 잠시 빌어서 쓰고 결국은 그들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주인이 아닌 손님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