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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농민의 자존심…쌀값 안정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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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농민의 자존심…쌀값 안정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 윤종혁
  • 승인 2022.08.14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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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 벼 비상대책위원회’ 충남대표 광천농협 이보형 조합장

오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 소비를 촉진하고 쌀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쌀 미(米) 자를 한자 여덟 팔(八)과 열 십(十)을 풀어내 8월 18일로 정했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부의 손길 818번이 필요하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도 132kg이었다. 2000년 93kg으로 줄어들었고, 2021년 60kg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돼 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확대 등 쌀 소비 감소 원인은 다양하다. 30년 새 쌀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쌀값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산지쌀 20kg 평균 가격은 4만3918원이다. 지난해 같은 날 5만5856원을 기록했다. 1년 새 쌀 가격이 20% 정도 줄어든 것이다.

정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전년(350만7000t)보다 10.7% 늘었다고 한다. 쌀 생산은 늘고, 쌀 소비는 줄어들면서 쌀값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곧 햅쌀이 나올 시기라서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농협에서는 지난해 벼 40kg을 6만4000원에 수매했는데 최근 거래 가격은 약 4만8000원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셈이고 사려는 사람들도 없다고 한다. 올해 생산된 벼를 수매해서 저장해야 할 창고에는 작년도 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을까지 벼 재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면 수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천농협 이보형 조합장이 지난달 31일 전북 김제시를 찾아 쌀값 안정을 위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광천농협
DSC 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지난 8일 광천농협에서 열렸다. 사진=광천농협<br>
DSC 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지난 8일 광천농협에서 열렸다. 사진=광천농협

광천농협 이보형 조합장은 쌀값 안정을 위해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너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달 초 DSC(벼 건조 저장시설)를 갖춘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보형 조합장은 충남 지역 모임을 주도했다. 전국 40여 농협이 ‘(가칭) DSC 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보형 조합장은 충남대표로 대책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보형 조합장은 농협 조합장들과의 연대를 위해 전국을 다녔다. 서산과 태안, 당진, 천안 등 충남 지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녔고, 전남 해남과 전북 김제 등 전국 곳곳의 농협 조합장들을 만나 쌀값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4일 DSC 시설을 보유한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과 함께 농협중앙회를 찾아 농협중앙회장과 면담을 갖고 농협중앙회 차원의 쌀 가격 안정화 조치를 이끌어냈다.

농협중앙회는 벼 수매 비용과 수확기 창고 비용을 지원하는 ‘쌀 산업 안정을 위한 특별지원방안’을 시행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특별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은 △수확기 대비 벼 수매 농협 창고 공간 확보를 위한 쌀 8만톤 창고 이동 및 제반 비용 지원 △쌀 산업 기반 육성과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벼 수매 농협에 235억원 지원 △경영이 어려운 농촌 농협 재고 처리 지원 등이다.

창고에 가득 쌓여있는 벼…농민들 근심 가득

“면세유와 비료를 비롯한 자재값이 오르고, 인건비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일할 사람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쌀은 농민의 자존심인데 쌀값만 하락하고 있어 농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쌀값 안정을 위해 누군가는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비상대책위원회 충남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이보영 조합장은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에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매년 10월 15일까지 가격 안정을 위한 양곡의 매입 또는 판매 계획 등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해 공표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시장격리는 올해 2월이 돼서야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이 조합장은 “농식품부에서 쌀 시장격리를 제때 발표하지 않은 것은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풍작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에 정부가 수매해서 시장으로부터 격리시켜 쌀 가격 안정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지원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생산량이 수요량 대비 3% 이상 초과하면 쌀 수급 안정 방안으로 초과 생산 물량을 시장에서 자동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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