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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 자락이 품은 예술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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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 자락이 품은 예술과 역사
  •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
  • 승인 2022.07.18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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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여행 2

걷기: 역사인물길 2코스 (이응노 생가~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 9.7km)
일시: 2022년 5월 15일

홍북읍 중계리에 위치한 고암 이응노기념관과 오른쪽에 위치한 이응노 생가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화가의 꿈이 시작된 곳, 희망과 열정으로 꿈을 키우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 자리, 평화통일과 인류화해의 염원 그의 예술혼이 함께 하는 곳’. 홍북읍 중계리 이응노 생가터 안내문에 있는 단 세 문장의 글은 마음으로 와 닿는다.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 1904~1989)는 홍성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19세 때 해강 김규진의 문하에 들어가 서화를 배웠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근대 미술교육을 받았고 해방 후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화가이며 ‘추상’, ‘군상’ 등의 작품으로 근현대 미술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타계 전 ‘나는 충남 홍성사람입니다’라며 항상 고향을 그리워했던 이응노가 홍성군민의 기억 속으로 다시 환생한 것은 2011년. 생가지 일원에 기념관, 미술관, 야외전시장, 연밭, 산책로 등을 조성하고부터다. 지금은 더욱 관리가 잘 되어 지역주민의 문화 휴식터는 물론이거니와 홍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명소가 됐다.

홍천 문화마을을 지나면 오르막 등산로가 나타난다. 백월산 정상 부근 깔딱계단을 넘어야 비소로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이응노의 집을 뒤로하고 월산을 향해 걷는 길은 약간의 인내가 필요한 ‘각오의 길’이다. 홍천문화마을 입구까지는 비교적 순탄하지만 마을 뒤로 이어진 등산로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백월산 정상 부근의 ‘깔딱계단’을 넘어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땀깨나 흘린 보상은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시원한 조망에서 찾을 수 있다.

남쪽으로는 웅장하게 우뚝 솟은 서해 명산 오서산이 자리하고, 서쪽으로는 구항, 갈산, 서부를 넘어 서해 천수만과 안면도까지 조망된다. 북쪽으로는 용봉산과 내포신도시 일대가 시야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홍성읍내 전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과연 홍주골의 진산(鎭山)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며 지역주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곳임이 피부로 느껴진다.

월산 정상에 있는 코뿔소바위. 정상에서는 다양한 바위를 찾아볼 수 있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월산 정상 부근. 영신고천대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팔각정 주변은 해마다 전국의 등산객이 몰려와 시산제를 지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백월산, 일월산으로 불리기도 하나 보통은 ‘월산(394m)’이라고 한다. 홍성읍내 쪽에서는 살짝 낮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용봉산(381m)보다 높다. 산의 정상부는 뜻밖에도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기에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기도 한다. 매년 새해 첫날에는 군민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영신고천대제를 지내고, 홍성군민 체육대회가 벌어지면 성화를 채취하며, 바람이 센 날에는 패러글라이딩의 활공터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월산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영험한 신령이 깃들어 있는 기(氣)가 센 곳’이라는 것이다. 정상의 중심부에는 ‘홍가신사당’이 있는데, 지역주민은 물론 전국의 많은 무속인들이 찾아와 치성과 기도를 드리는 이름난 ‘명소’로 꼽히며, 선녀바위와 팔각정 주변은 해마다 전국의 등산객들이 몰려와 시산제를 지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홍가신(洪可臣, 1541~1615)은 홍주목사로 재임하던 시절 이몽학의 난이 발발하자, 신경행, 최호, 박명현, 임득의와 함께 난을 평정하여 ‘청난공신(淸難功臣)’이 된 인물이다. 이들 청난 5공신(5장군이라고도 함)의 위패를 모신 곳이 바로 홍가신 사당이며, 지금까지도 홍주사람들의 오랜 정성과 숙원 기도가 4백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기에 그 영험함도 남다르다고 한다.

월산의 명물인 코끼리바위와 코뿔소바위, 얼굴바위를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를 뒤로하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심호흡을 크게 한 후 하산길로 접어들면, 구항면사무소로 가는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이때 아무 생각없이 직진하면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속칭 ‘알바’를 경험하는데, 자세히 보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갈림길마다 ‘내포문화숲길’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붙어 있다. 노랑과 빨강의 ‘시그널(표식, 표지기, 띠지라고도 함)’을 잘 찾는 것이 숲길을 걷는 요령인 셈이다.

월산에서 바라본 홍성읍 풍경. 홍성읍에서 바라보면 월산(394m)이 낮은 산 같지만 사실 용봉산(381m)보다 높은 산이다. 
갈림길마다 ‘내포문화숲길’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붙어 있다. 노랑과 빨강의 ‘시그널(표식, 표지기, 띠지라고도 함)’을 잘 찾는 것이 숲길을 걷는 요령인 셈이다.

가파른 하산길이 끝나면 구항 황곡리와 월산리를 잇는 살포쟁이고개를 지나 하고개에 있는 ‘의병주둔비’에 다다른다. ‘홍주병오의병주둔유지비’라고 새겨진 이 비는 을사늑약이 체결된 다음 해인 1906년, 홍주의병들이 홍주성 공격을 앞두고 집결하여 주둔했던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이곳은 호서지방 의병이 뭉친 첫 주둔지로서의 역사적 의미가 상당한 곳임에도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하고개에서 옥암마을을 지나 맞고개에 이르면 쉴만한 정자를 하나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보개산으로 이어지는 ‘재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에 이르고, 내포문화숲길은 좌측의 길로 향해야 한다. 남산이 바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지만 막판에 등장하는 급경사의 난코스가 지친 몸을 틈틈이 주저앉히며 정상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홍성의 남산은 ‘적당히’ 등산하고, 산책하고, 운동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시원한 그늘이 많아 걷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홍성의 남산은 ‘적당히’ 등산하고, 산책하고, 운동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봄이 되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봄나물이 지천에 솟으며, 여름날의 나무 그늘과 가을날의 화려한 단풍으로 지역주민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휴식같은 친구’다. 아기자기 잘 만들어진 계단 길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니 녹색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쾌적한 남산산림욕장이 나타나고, 만해 한용운의 동상과 충령사, 그리고 목적지인 내포문화숲길 홍성센터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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