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자락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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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자락의 향기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2.07.0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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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여행<1>
수암산 등산로.

'백제의 미소길'로 연 내포문화숲길이 15년을 잇고 있다. 내포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연결한 여행길 320km는 과거의 삶을 녹여 오늘을 관통한다. 홍성을 지나는 내포문화숲길 8개구간을 2022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함께 걷는다. 홍성신문, 청운대학교, 내포문화숲길홍성센터와  함께했다. <편집자주>

걷기: 역사인물길 1코스 (충의사~이응노 생가, 15km)
일시: 2022년 4월 17일

내포역사인물길 1코스의 출발지가 ‘충의사’로 정해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매헌 윤봉길 의사(1908~1932)의 기개와 포부, 독립을 갈망하는 일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기념관과 사당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교육의 장이자 국가민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곳이다.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 사내 대장부는 집을 나가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이라는 비장한 글을 쓴 것은 윤봉길의 나이 25살(1930년)이었다. 이후 중국 홍커우 공원의 ‘도시락 폭탄의거’를 결행하고 2년 뒤 일제에 의해 사형이 집행되기까지 윤봉길 의사는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유민임’을 선언한 3·1운동의 맥을 이어 나가며,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였던 행동하는 독립운동가, 굳센 의지를 실천하는 애국주의자였다.

예산 수암산과 홍성 용봉산을 연결하는 임도.
용봉사 입구

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이 전시되어있는 충의사 건너편의 고즈넉한 윤봉길 생가는, 다소곳한 담장과 온화한 시골풍경이 어우러진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생가와 조화롭게 이만저만하게 생긴 마을의 모습도 평화로운 정서가 한결 묻어났고, 용봉산 입구 둔리 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시골길은 너무나 익숙한 시골동네의 정겹고 소박한 ‘촌스런 모습’ 그 자체였다.

조선시대까지 ‘팔봉산’이라고 불렸던 용봉산은 일제에 의해 홍성 구역의 ‘용봉산’과 예산 구역의 ‘수암산’으로 분리되었는데, 아직까지도 통합되지 못하고 같은 산줄기이면서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예산과 홍성의 경계에 있는 지점의 인도를 따라 올라가면 용봉산의 능선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예산 수암산, 홍성 용봉산, 내포신도시로 이어지는 삼거리로, 산책을 나온 많은 주민들이 휴식하는 곳인데도 편의시설이 없어 대부분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아쉬웠다.

용봉산 정상 최고봉은 381m로 그리 높지 않으며, 능선에만 오르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편안한 산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들은 서로 연결되어 정기를 주고받지만 용봉산은 홀로인 산 즉, 독산(獨山)이며 더구나 북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야사가 재미있게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홍성과 예산의 경계를 지나는 지점에는 전망대가 하나 있는데, 이곳은 내포 일대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정면으로 보이는 충남도청과 예산읍, 우측에 있는 홍성읍, 오서산, 그리고 맑은 날에는 그 이상까지도 조망할 수도 있기에 많은 등산객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용봉산 중턱에 위치한 용봉사 전경. 
예산 충의사 앞에 위치한 매헌 윤봉길 의사 생가지. 

내포문화숲길은 용봉산의 정상을 향하지 않고, 트레이드마크인 병풍바위를 거쳐 구룡대로 이어진다. 하산길의 오른쪽에 있는 용봉사는 홍성에 있는 네 개의 보물 중 두 개를 보유하고 있는 역사문화의 보고다. 보물 제355호인 신경리 마애여래입상과 보물 1262호인 용봉사 영산회상 괘불탱화가 바로 그것인데, 우리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는 소중한 존재다. 이밖에도 용봉산에는 최영 장군의 전설이 전해지는 활터, 사자바위, 물개바위,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 등 기암괴석과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용봉산을 내려오면 용봉초로 향하는 하산마을 둘레길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 마을 입구에는 고려시대의 ‘석불’이 있었는데, 2005년에 도난당한 후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충남도에서 발간한 ‘도난 문화재 현황’에도 올라있는 이 석불은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이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가져갔는지는 모르지만 하루빨리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느릿느릿 하산마을길 옆의 야생화를 감상하며 걷다보면 금세 용봉초 입구에 닿는다. 용봉이란 ‘용의 기세’와 ‘봉황의 야망’을 합한 말인데, 이 때문인지 여기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남달리 잘 뭉치고 아직까지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인물이 많다고 한다.

쾌적하게 정비된 용봉초 앞의 맑은 하천 곁에는 분홍빛 벚꽃이 하늘거리고, 파릇하게 돋아나는 각종 이름 모를 나뭇잎들이 서로 경쟁하듯 녹색과 연두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급할 것 없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들바람을 느끼다 보니 발길은 어느새 홍북읍 중계리 동막마을에 다다른다.

홍성읍 소향리 예비군 훈련장 옆으로 난 잔잔하고 화사한 벚꽃 길은 왠지 모르게 봄날의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벚꽃 그늘에 들었을 때는 이미 걸어온 15km의 힘든 기억이 신기하게도 봄 눈 녹듯 사라졌다. 저 멀리 고암 이응노기념관이 시야에 들어오고,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투명한 연못에 비칠 즈음, 생가 뒷편으로 이어진 금북정맥의 위용이 조금씩 조금씩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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