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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도 없고, 앉아도 가시방석인 스마트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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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도 없고, 앉아도 가시방석인 스마트 버스정류장
  • 최기주 기자
  • 승인 2022.07.0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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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구항·갈산 8개소 설치… 총 18억 투입
자리 부족 해결과 버스 배차 늘리는 게 시급
스마트 버스정류장이 홍성군 곳곳에 설치됐지만 자리가 협소하고 앉아있어도 눈치가 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충남도내 최초로 설치된 스마트 버스정류장에 대한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성군에서는 지난달 17일, 스마트 버스정류장 8개소 설치를 끝냈다고 밝혔다. 스마트정류장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홍성읍에 6개, 갈산면 1개, 구항면 1개 설치가 됐다. 사업비는 총 18억원이며, 홍성군 예산은 9억원 가량 투입됐다. 나머지 예산은 국토교통부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했다.

스마트정류장 내부에는 △냉난방 △방범CCTV △와이파이 △휴대폰 충전기 △버스운행 현황 모니터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많은 편의 기능이 갖춰진 첨단 정류 시설이지만, 생각만큼이나 군민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날이었던 지난달 26일, 체감기온이 30도에 달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였다. 이날 홍성전통시장 입구 인근 홍성농협동부지점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정류장 부스 안에는 6명이 앉아 있었으며, 부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노인들은 11명 정도 있었다. 노인들은 농협 바깥 화단이나 식당 건물 계단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331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금마면 화양리 주민 박정순 씨는 “새로 설치된 정류소가 너무 작아 들어가지도 못한다. 한 번 버스를 기다리려면 30분에서 1시간은 기본이다. 이용하질 못하니 좋은지도 모르겠다”며 “내부가 좁아서 사람도 얼마 들어가지 못한다. 이왕 만들 거면 넓게 좀 만들어 주지 아쉽다”라고 말했다.

홍북읍 산수리로 가기 위해 362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주민 A씨는 운이 좋게 스마트 정류소 안에 들어왔다. A씨는 “안에 에어컨도 들어오고 비도 피할 수 있지만 운 좋게 안에 들어오더라도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치가 보인다”며 “비를 피하면서 앉아 기다릴 수 있는 시설이 생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우리 같은 노인들의 심정을 모른다. 이런 정류장도 좋지만, 버스가 더 자주 다니거나 편히 비를 피하고 앉을 자리가 있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갈산면 스마트정류장을 이용하던 한 노인은 “이런 시설이 생긴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버스도 한참 기다려야 하는 지역에 이런 게 뭔 소용이겠냐”면서 “배차나 늘려줬으면 좋겠다. 편히 기다리는 것 보다 빨리 일을 봐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청 홍보전산담당관 스마트도시팀 담당자는 주민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 “시설이 규격화 되어있어 의자 추가 설치는 어려웠다. 외부로 더 설치하게 될 경우 휠체어가 못 지나가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아직 시범단계다. 추후 더 설치하게 될 시 여러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갈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버스 배차 문제에 대해 홍주여객 이실 대표는 “배차를 늘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기사도 부족할 뿐더러 여러 노동 정책 때문에 지불해야 할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라며 “대중교통은 군민의 발인데, 이용자가 적은 면 지역에 배차가 드문 건 아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중버스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됐다. 어느 정도 자리 잡는다면 교통 불편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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