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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92> “지늘 지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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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92> “지늘 지늘”
  • 홍성신문
  • 승인 2022.07.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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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이니: 아니 막걸리 안주로 쫀데기를 사오면 워칙헌대. 것두 다 지늘 지늘해진 것을 말여.

-저니: 어허 이 사람아, 옛날 생각하믄서 연탄불로 살짝 궈먹으면 기맥힌 안주라니께는.

<지늘 지늘>은 바삭바삭해야 할 어떤 것이 습기로 인해 ‘눅눅해진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특히 음식과 관련된 것들이 누지거나, 딱딱해야 것들이 축축한 기운이 생겨서 원상태가 변형된 것을 나타낸다. 누진다는 ‘눅다’가 원형으로 반죽 따위가 무르거나 열기, 습기가 스며들어 물렁한 것을 말하며 ‘눅지다’라고도 한다.

어떤 것이 ‘지늘 지늘’한 상태로 변하는 것은 주로 여름철에 쉽게 확인 가능해진다. 밀봉된 과자를 열어 하룻밤만 놓아두면 바삭한 맛이 없어지고 내용물도 눅진한 상태로 바뀌어 과자 본연의 느낌이 사라지게 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오래된 과자류는 영락없이 이렇게 변하게 되어 먹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쫀드기(쫀디기)’ 같이 딱딱한 일부 과자는 불로 구워서 지늘 지늘한 상태를 다시 회복하기도 한다. 또한, 시룻번(시루떡을 만들 때 항아리에 붙여 열기가 새는 것을 막는 밀가루 반죽)같은 것은 오히려 지늘 지늘할 때가 더 맛있기도 하다.

어린시절, 어쩌다 친척들이 ‘종합선물세트’ 과자를 사오면, 이것저것 뜯어 아끼며 먹다가 모두 ‘지늘 지늘’해져서 속상했던 추억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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