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소원> 이선미 글 그림 / 글로연, 2020
나에 대해 잘 아시나요? 가장 잘 알 것 같은 내가 꽤 어렵습니다. 저는 쉬운 것부터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짜장면과 짬뽕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정하기로 했습니다. 곰곰이 저의 성향을 파악하면서 짜장면으로 정했습니다. 정하고 나니 중국 음식을 주문할 때 우유부단함이 사라졌습니다. 연달아 짜장면을 먹었으면 짬뽕으로 바꾸는 여유도 부렸습니다.
좋아하는 꽃도 고민했습니다. 좋아하는 꽃을 하나만 정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장미는 장미라 좋고, 수국은 수국이라 좋았습니다. 정하지 못한 채 두어 해가 지났습니다.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피는 꽃들을 찬찬히 살펴본 후 라일락으로 정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인 보라 향기, 라일락이 좋다고 말하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라일락 향기가 나면 달려가고, ‘내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라일락이 있는 화단을 기억하고 피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런 제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정하기 어렵다면 반대로 싫어하는 것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자 그 부분을 조절하거나 피할 줄 알고, 참는 힘도 조금씩 길러졌습니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소원을 찾고 있을 때 <진짜 내 소원> 그림책을 만납니다. 같은 생각을 한 작가가 반가웠습니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요술램프 지니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진짜 소원을 찾지 못한 이유는 원하는 것이 많아서였습니다. 주인공도 많습니다. 소원을 100개나 들어달라고 합니다. 지니가 100가지 소원을 들어주려면 소원 100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부터 나를 관찰하세요. 내가 한 행동이나 결정들을 되돌아보세요.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소리 내어 말하세요. 주인공은 번호를 매기고 하나하나 기록합니다.
지금도 저를 돌아봅니다. 소원이 자꾸 변합니다. 우리가 지니에게 말하는 소원은 모두 다릅니다. 다 다른 요술램프가 면지에 가득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