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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바닷가 자전거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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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바닷가 자전거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찾았으면
  • 홍성신문
  • 승인 2022.06.25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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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규 수의사
홍성읍에서 서부 바닷가를 가는 과정에 자전거를 타고 하천을 가로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아주 어린 시절, 홍성읍내에서만 살던 저는 홍성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부’라는 말을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 중에 들었을 때에도 그 당시 주말의 명화 같은데서 자주 나왔던 서부영화가 떠올려졌지만 지명이라는 생각은 해보질 못했습니다.

나중엔 서부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홍성군 서부면’이라는 것은 더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홍성읍 시내가 제 생활의 거의 전부이었고 다른 지역에는 별 관심이 없던 저에겐 서부는 미국의 서부만큼이나 먼 곳이었습니다.

꼬마시절을 지나고 고등학교 다닐 적에 서부 남당리에서 유학(?)온 친구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이 시간이 지나 과장된 게 아니라면, 밀물 시간에 그 친구 방 안에서 창문을 열고 망둥이 낚시를 했었어요. 정말 그랬다니까요. 그 다음날 친구네 고깃배를 타고 서부 앞바다의 조그만 무인도에 내려서 하루 종일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마치 꿈꾼 걸 말씀드리는 것 같으시겠지만 실제로 그랬었답니다. 그때 무인도에서 카세트테이프로 팝송을 크게 틀어놓고 들었던 노래가 뭐였는지까지 생생히 기억난다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Bon Jovi의 Keep the faith 앨범이었어요. 성년이 되어서는 홍성군 서부면, 그 중에서도 남당리가 새조개와 대하로 유명하다는 것을 참 아이러니하게도 홍성을 떠나 타 지역에 살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만큼 같은 홍성이라고 해도 서부는 왠지 가깝다는 느낌이 저에게는 없었지요. 그러다가 언제가 처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 타고 서부에 한번 가볼까? 서부영화의 말 타고 달리는 주인공들처럼 말이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왠지 아주 아주 멀 것만 같던 서부는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았어요.

홍성읍에서 서부 바닷가까지는 다양한 코스를 통해 갈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2~3시간이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다. 

자전거 타고 2~3시간이면 바닷가 도착

홍성읍에서 자전거를 타고서 2~3시간 정도만 가면 서부의 바다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주말에 당일치기로 재미있게 라이딩하고 다녀올 만큼의 거리밖에 안됐던 겁니다. 저 혼자서 그렇게 ‘홍성의 바다’를 자전거 타고 가서 만나고 오는 기쁨을 몇 번 경험해 본 이후로 가족, 친구, 이웃들에게 전했고, 여러 차례 좋은 사람들과 서부 바닷가 라이딩을 함께 해 봤답니다.

홍성읍내에서 서부해안으로 가는 서너 개 길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같은 길을 왕복하는 것보다는 갈 때와 올 때 다른 코스로 해서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홍성 읍내에서 점심 무렵 출발을 했다면 구항면에서 한우소머리국밥 한 그릇 뚝딱하고, 자전거 엔진에 연료를 듬뿍 채워 넣고 은하초등학교를 지나 모산도 바람개비가 있는 수룡항 포구쪽으로 가서 남당리~어사리~궁리를 지나 갈산면 오두리 방향으로 해서 서부초등학교, 그리고 갈산의 김좌진 장군 생가에 들렀다가 다시 구항을 지나 홍성읍내로 복귀하는 거죠. 이 코스의 주행거리는 60km가 조금 넘습니다.

서부 바닷가에는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저 멀리 모산도가 보인다.

서부의 가장 남쪽은 모산도가 있는 신리입니다. 신리에서 서부의 가장 북쪽인 궁리까지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어지간하게’ 만들어져 있지요. 제가 ‘어지간하게’라고 표현한 이유는 솔직히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지속가능하게 유지 관리는 잘 안 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부 해안지역을 관광사업화 하려는 홍성군이라면 기존의 자전거도로 정비와 유지보수를 해서 관에서 생각하는 큰 그림을 좀 더 쉽게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길을 활용해서 서부 해안을 멋지게 여행객들에게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요?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부 해안에 자전거길을 처음 만들 때에도 이러한 생각들이 있었겠지요. 중요한 것은 자전거길의 물리적인 유지 보수와 더불어 지역민들과 여행객들이 상생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지속가능하게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새긴 했지만, 말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신리에서 궁리까지 자전거도로의 길이는 약 10km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때론 차에 자전거를 2대 싣고 가서 모산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아내와 둘이 자전거를 타고서 유유자적 서부해안 자전거도로를 타고 궁리항까지 가서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며 저 바다 건너 안면도를 구경하다가 다시 되돌아오며 서해낙조의 아름다운 빛과 시간을 자전거 위에서 만끽하며 모산도로 돌아와 차에 자전거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궁리와 남당리에 여행객 위한 자전거 렌탈샾을

카페에서 쉬는 시간까지 다 합해 봐야 3시간이 채 걸리질 않는 짧은 시간 치고는 너무나 멋진 자전거여행이지요. 시간이 된다면 횟집에서 식사를 해도 좋고, 시간이 없다면 건어물 가게에서 쥐포, 아귀포, 노가리 같은 것을 구입해서 집에 와서 주전부리로 먹어도 좋습니다.

서부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홍성읍에서 서부까지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차에 싣고 가야 한다.

근데 만약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는 것이 어려운데 자전거로 서부 해안가를 타고 싶은 여행객들을 위해 남당리와 반대쪽 궁리에 자전거 렌탈숍을 각각 두는 겁니다. 자전거를 빌려서 꼭 왕복거리 20km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갈 수 있는 만큼 갔다가 되돌아오면 되구요. 또 한가지 다른 방법은 자전거를 타고 10km를 편도로만 달려서 반대편 렌탈숍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홍성군 또는 서부면에서 운영하는 멋진 관광셔틀을 타고 되돌아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죠.

뭐 물론 이런 것들을 실제로 운영하다가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있기야 하겠지요. 자전거를 만약에 무상의 공유자전거로 한다고 하면 사용자들도 좀 거칠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공유자전거 형식보다는 일정 비용의 렌트비를 받는 것으로 하고 그만큼 가치의 지역상품권을 제공해서 자전거를 타고 서부해안을 여행하는 동안에 지역주민들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 분들에게는 ‘그게 무슨 필요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데요, 자전거를 조금이라도 타 보신 분들은 자전거 위에서 보는 세상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아실 것 같기에 저도 그러한 분들을 믿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그 유명한 서부 남당리, 어사리, 궁리의 대하와 새조개. 자동차를 타고 편하게 가서 먹어도 당연히 맛있겠지만, 낭만있게 자전거를 타고 가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요? 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합니다. ‘귀한 보석도 닦아야만 빛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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