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주민의 소통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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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민의 소통을 허하라
  • 홍성신문
  • 승인 2022.06.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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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요열 홍성이주민센터 이사장

한국말을 아주 잘해서 가끔 통역을 도와주는 캄보디아 출신 국제결혼이주여성 OO씨의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랬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가정통신문을 받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한국어 실력이면 일상생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OO씨가 그 정도면 다른 이주여성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OO씨는 가정 통신문을 캄보디아어로 받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엄마인 자기가 아이를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회사에 다니며 급여를 받는 외국 출신 국제결혼이주여성, 고용허가제 노동자, 동포 노동자 모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그 계약서는 한글로 쓰여 있고 정작 이주민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른다. 별 문제 없이 급여를 받고 계약이 종료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기면 그제야, 이주민이 생각했던 계약과 받았던 계약서 내용이 다른 것을 알게 된다. 이주민에게 유독 임금체불이나 퇴직금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 대부분 계약서와 연관돼 있다. 처음부터 사업장에서 이주민의 모국어로 된 계약서를 제공할 의무를 지키고 그들이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원래부터 쓰레기는 지역사회의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이제는 외국인 주민까지 합세하여 어려움을 더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인 주민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한국 주민들의 원망과 불만의 소리도 높다. 물론 외국인 주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같은 주민으로서 쓰레기로 다른 주민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한국 주민들 중에도 어렵고 귀찮아서 분리수거를 여전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어쩌겠는가. 계속 홍보하고 안내해서 그들도 분리수거에 참여하고 분리수거가 문화가 되도록 이끌 수밖에. 외국인 주민도 마찬가지다.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려면 분리수거에 대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확한 내용을 계속 가르쳐 주는 수밖에 없다.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화부터 내는 것은 순서가 틀렸고 문제 해결 방법도 아니다.

코로나는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 불통의 현주소를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재난문자가 그렇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대는 재난문자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은 이주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주민에게 한국어 재난 문자는 그저 소음일 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들 대부분은 집단 주거생활을 하는데 정보제공이나 지원은 없이 무조건 출입만 제한했다.

그 결과 한 때는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몰리기까지 했었다. 코로나로 제한은 많이 받고 수입은 줄어들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거에 한국을 빠져 나갔고, 그만큼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는 없었다. 그 결과 지금 전국은 인력부족으로 난리를 치루고 있다.

만약 외국인에게 '말이 안 통하네'라고 하면 이상한 말이 된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니까 안 통한 채 내버려 두어도 될까! 그것도 잠시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고 있고 살아야 할 사람들을 깜깜이에 방치해 두어도 이 사회가 정말 괜찮을까.

광천읍에서 만든 홍보물. 이주민과의 의사소통 전략을 잘 보여 준다.

외국어를 공부했다면 의사소통 전략이란 말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말이 잘 안 통하니까 통할 수 있는 전략을 써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의사소통을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 사람끼리도 말이 안 통해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던지는 말은 통보일 뿐 소통이 아니다. 사실상 아무 것도 전달한 것이 없는 불통과 같다. 이주민의 입장에서 이주민이 알 수 있게 이주민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해야 소통이다.

이주민과 소통이 쉽지 않으니 지역사회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의사소통 전략이 필요하다. 선거 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홍보물을 본 일이 있는데 바로 그 마음이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우리 지역의 5% 이상의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고 잘 못 보고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하고 그들에 대해 조금만 배려하면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무 정보나 도움 없이 출산하는 여성들. 출생 신고도 못 하고 무국적자로 자라는 아기들. 비용 때문에 어린이집에 못 가는 아이들. 학교에 가서 엎드려 잠만 자고 오는 아이들.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 가정통신문도 근로계약서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 짧은 한국말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해결할 길이 없는 사람들. 제대로 듣지도 말도 못해 답답한 체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과 우리 사회가 제대로 소통할 날은 정말 아직 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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